방금 동료로부터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읽었냐는 문자를 받았어요. 그렇다고 답은 했는데 기억이 묘연하네요.
세상살이가 여유있어지니 언어 유희 놀이 펼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구만요.
이런 사람들 연결해서 놀이마당을 펼치고 살면 삶이 덜 심심할 텐데 말이죠. 쓸데없는 주제를 파느라 밤을 꼬박 샜던 어린시절이 그립습니다.
낮에 모 미술작가의 전시 오픈에 다녀왔는데 입구에 쓰여 있는 이런 문장을 읽었어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비롯되었고 또 되돌아가기를 원하는 근원에 적어도 일순간 돌아가게 해주는 것 그게 놀이로서의 예술이다." 이렇게 새로운 가치 체계를 산출해내는 사람들 만나는 재미로 한세상 살아보는 거죠 뭐.
그런 유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세계 속에서 우리를 살아나갈 수 있게끔 해주기에는 무력한 점이 있겠으나, 적어도 전통적인 가치 체계가 붕괴됨으로 인해 남겨진 공허함으로부터의 도피처를 마련해 주는 힘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 존재했던 가치들과 통찰력은 이제 단순히 유희를 위한 기회에 불과한 것들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전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그러한 의미의 흔적만을 보존하고 있을 따름이다. 즉 신이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시대에는 오로지 메아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 K. 해리스, <현대미술: 그 철학적 의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