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쓰는 회사 바낭입니다.

1.
제가 팀장에서 짤리고 부서 방출 당해서 원래 하던 업무를 하게 되었다고 썼었는데요.

웃기는건, 제 직속상사인 부사장이 작년 제 평가를 잘 줘서 올해 연봉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연봉계약서 통보(…)받는 날 아침 서울에 있는 부사장이 전화를 해서는 ‘섭섭치 않게 해줬다. 널 거기로 보낸건, 여기 보다는 거기가 너한테 잘 맞고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보냈다. 공장에서도 널 원했다. 블라블라..’ 라는소리를 하더군요.
맘에 안 들어서 강등시키고 방출까지 시켜놓고 연봉 올려주는건 뭐랍니까.. 정말 이해가 안가는 분…


2.
제가 예전에 쓰던 회사바낭글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익숙하실 ‘그분’이 퇴사한지 2년쯤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싸우고 다닌게 저한테 아직도 영향이 있네요.

저희 공장은 ‘고장율’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생산팀은 ‘사람이 실수해도 설비는 고장 안나야지. Fool Proof 잖아?!’ 하고, 설비팀은 ‘라인의 주인은 생산팀인데, 너네가 관리를 잘해야 고장이 안나지!’ 하고 싸우는데.. 뭐 공장의 왕은 생산팀이고 설비팀은 욕받이 일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저는 생산도 아니고 설비도 아니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하는지 사내에 이해하는 사람이 몇 없는 초마이너한 부서라고 팀이었다가 파트로 쪼그라들었다가, 다른 파트랑 통합되었다가 (까지가 제가 있던 시절) 결국 파트 없어지고 설비팀에 흡수되었습니다.
(예전에 썼지만, 이건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벽치고 충원 안받던 그분의 책임이 큼)
설비팀에 흡수된 것도.. 그분이 설비팀 차장이랑 하도 싸워대고 둘이 사이가 안 좋아서 서로 말도안하는 상황까지 가니까… 둘이 붙여놓으면 그분이 설비팀장 말은 듣겠지 하고 흡수시킨겁니다. 하지만, 차장이 설비팀장이 되었고…. (…)
결국 팀장된 차장이랑 회의석상에서 대판 싸우고 그분은 협력사 팀장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공장장이 제가 뭐만 보고하면 자꾸 ‘너네는 그랬어. 김모씨 있을때부터..’ 라면서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도맷금으로 넘기면서 저와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선입견이 있음을 팍팍 드러냅니다.
뭘 하려고 하면 일 쉽게 하려고 하지 마라…
고장 보고를 하면 책임 회피하려고 하지 마라…
투자보고를 하면 장비빨로 일하려고 하지 마라…
그냥 이쪽 업무로 뭘 하겠다, 뭐가 문제다 라고보고하는거 자체가 싫은 모양…
보고할때마다 김모씨는 말야.. 라는 말을 꼭 하니, 그분이 여기저기 적을 많이 만들어뒀구나 싶네요.
(그분은 정작 협력사 팀장으로 가서 해피하게 지내신다는 듯)


3.
제가.. 이 회사에서 팀장하기에는 젊은편이지만, 실무자 하기에는 또 나이가 적지 않은 편입니다. 제 연령대에 팀장, 파트장 같은 보직 없이 쌩으로 팀원 실무자 하는 사람이 공장에 몇 없어요.

위에서 부사장이 ‘공장에서 널 원해서 보냈다’ 라고 했지만, 여기와서 일하면서 2개월 가까이 느낀 건… 이 업무를 할 사람은 원했지만 저를 원한건 아닌것 같습니다. 저를 빼올 수 있다고 기대도 안했기에 생각조차 안했다고..

그분 퇴사하고 후배 퇴사하고 이 업무 하는 사람이 1년 넘게 공석이면서 프로세스가 무너지고 있다 보니 설비팀장이랑 공장장이 인사팀에 이 업무 할 수 있는 경력직을 뽑아 달라고 했나 봅니다. 그런데 저를 보낸거지요.

그러다 보니.. 실무자로 마구 굴리기에는 짬바를 너무 먹은 사람이와서 파트장이나 팀장이 조금 곤란한 모양…

그래서 결국 고위층 보고자료 만드는 셔틀로 굳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에 있던 부서에서 회장, 사장용 보고자료는 만들어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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