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작이니까 이것도 곧 20년이네요. 에피소드 여섯개이고 편당 한 시간 정도.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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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랑 포스터만 보고선 무슨 '베를린 천사의 시' 비슷한 이야기일 줄 알았던 나님의 무식함을 반성합니다...)



 - 때는 1985년이고 배경은 뉴욕입니다. 유태인 장례식을 잠깐 보고 나면 거기 참석했던 게이 커플이 헤어져요. 둘 중 하나가 에이즈에 걸렸는데 다른 한 명이 도저히 그걸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이별을 선언하거든요. 이별을 선언한 쪽은 직장에서 마주친 게이 변호사와 연인 관계가 되는데, 문제는 이 양반이 유부남인 데다가, 독실한 몰몬교 신자인 데다가, 레이건을 존경하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인 데다가, 이 양반을 돌봐주는 든든한 선배님이 역사책 등재급으로 악명이 높은 공산주의자 & 동성애자 탄압 빌런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홀로 남은 차인 쪽은 홀로 고통과 슬픔과 절망에 몸부림치다가... 꿈에서 선조들의 유령을 보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천사의 방문까지 받게 됩니다. 천사가 와서는 글쎄 '너는 선지자, 예언자다!'라고 선언하고 사라져요. 뭘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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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지자, 예언자로 낙점 받으신 분. 사실상 주인공이신데 저는 모르는 배우라서 죄송한 기분...;)



 - 거의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봤어요. 제목도 맘에 들고 시놉시스에 적힌 발단 부분 스토리도 흥미롭고 하룻동안 봐야 하는데 마침 분량도 짧고 출연진은 과하도록 화려하구요.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엠마 톰슨에 패트릭 윌슨이랑 제프리 라이트, 메리 루이즈 파커!! 사실 가장 비중이 큰 사실상 주인공 역할은 저스틴 커크가 맡았지만 제가 이 분을 잘 몰라서(...)


 그래서 다짜고짜 재생 버튼을 누르고 1화를 마친 후엔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아... 일단 이게 궁서체로 진지한, 그것도 애절한 쪽으로 진지한 휴먼 드라마 같은 장르였구요. 그리고 딱 봐도 '연극 원작이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연출이 노골적으로 계속 튀어나왔구요. 이렇게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닌 특징들이 팍팍 튀어나오는 가운데 결정적이었던 건, 이게 저처럼 무식한 사람들이 쉽게 보고 잘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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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실한 몰몬교 청년이라는 캐릭터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비주얼 배우를 뽑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ㅋㅋ)



 - 예를 들어 말하자면 1985년이라는 배경 자체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현재와는 천양지차로 다르던, 노골적으로 차별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고. 에이즈라는 무시무시한 이슈 덕에 그게 한층 더 살벌해졌던 시국이고. 또 동성애자들에게 무자비하던 공화당 치하였고. 그 와중에 그 유명한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세상을 뜬 해이기도 했다는 것. 이런 것들을 다 미리 알고 보지 않으면 적응에 시간이 좀 걸리구요.


 또 여기서 중요하게 나오는,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 캐릭터 '로이 콘'도 그렇습니다. 이 사람이 실존 인물이라는 것, 그리고 이 양반의 일생이 어떠했다는 것을 모르고 보면 이 드라마가 의도한 메시지 같은 걸 제대로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전 당연히 몰랐구요. ㅋㅋ 한참 보다가 자꾸 이 양반이 저도 아는 역사적 인물들, 역사적 사건들을 읊으면서 자기가 그 때 그 놈이랑 뭘 했고 어쩌고 떠들어대길래 혹시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그렇더라구요. 무식은 죄였던 것입니다. ㅠㅜ


 원작이 연극이라는 것도 그렇죠. 대놓고 연극식 연출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그만큼 노골적이라 모르고 봐도 금방 눈치는 채게 되지만, 그래도 알고 보는 것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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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당연한 듯 연기 잘 하신, 언제나 당연한 듯 알 파치노 같았던 알 파치노님.)



 - 암튼 그래서 이게 대략 어떤 느낌의 작품이냐면.

 연극 무대를 최대한 충실하게 옮기는, 하지만 오버(?)는 하지 않고 드라마 연출의 틀 안에서 최대한 원작 연극의 느낌을 살리려고 애쓰는 느낌의 드라마였습니다.


 일단 원작 연극 부터가 1부 4시간, 2부 4시간으로 이루어진 여덟시간짜리 작품이래요. 드라마는 이걸 3시간 + 3시간으로 쪼개 놓았지만 원작에 붙어 있던 부제도 그대로 붙어 있고 내용도 큰 차이는 없다고 그러네요. 아무래도 같은 이야기면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전개하는 것보다 드라마로 보여줄 때 시간이 좀 줄어들기도 하겠죠.

 대사도 그렇습니다. 문어체로 한 호흡에 길게 주욱 이어지는 대사들이 많고 등장 인물이 혼자서 떠드는 장면을 보면 연극 무대 독백 장면 느낌 낭낭하구요. 

 장면 연출도 그래요. 특히 어두운 장면들을 보면 조명을 연극 무대 조명 비슷한 느낌으로 써서 마치 공연 실황 녹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름 교차 편집으로 아주 빠르게 두 장면이 연계되며 돌아가는 장면도 있는데, 그 또한 뭔가 의심스러워서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원작에서도 유명하다는 장면이고 한 무대에서 공간을 둘로 나눠 전개되는 장면이었더군요. ㅋㅋ


 그러니 이런 느낌의 드라마, 영화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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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 이라고 해도 느낌은 잘 안 오겠지만, 암튼 이런 장면도 실제로 보면 정말 그냥 연극 무대, 연극 연기 느낌입니다.)



 - 이야기야 뭐, 처음에 적은 것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리고 사실은 저 빼고 거의 다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결국 에이즈 시대의 동성애자들 이야깁니다.

 드라마는 2003년에 나왔지만 원작 연극은 1991년에 초연되었다고 하니 여전히 에이즈가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의 질병이었던 시절에 쓰여진 이야기였고 그로 인해 동성애자들이 더더욱 강력한 사회적 지탄을 받던 시절에 쓰여진 이야기였기도 하죠. 그래서 요즘 나오는 21세기 동성애자들에 대한 드라마들과 비교할 때 톤이 많이 달라요. 차별은 여전하다! 고들 하지만 그래도 1985년을 배경으로 삼아 버리니 요즘과는 엄연히 큰 차이가 보이는 거죠. 뭐 애초에 극중에서 사용되는 용어 자체가 '호모'니까요.


 근데... 저 같은 사람이 '뭐 대충 이렇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야기가 굉장히 겹겹이에요. 어차피 게이들이 전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만, 유태인, 흑인, 백인으로 인종적 차이에다가 몰몬교, 유대교, 무신론처럼 종교적 차이도 있고 공화당 게이 민주당 게이 커밍아웃 게이, 숨기고 결혼까지한 게이 등등으로 결이 복잡하게 나뉘는 가운데 로이 콘처럼 아주 드라마틱한 삶을 산 역사적 인물도 튀어나오고요. 그리고 이 모든 결들에 따라 작품은 참으로 할 말이 많습니다. 주인공들이 진짜 너 나 할 것 없이 수다쟁이들이에요 싹 그냥 다. 숨겨진 의미 같은 건 둘째치고 그냥 이 양반들이 친절하게 대사로 직접 날려주는 메시지들만도 따라가고 해석하기 벅찰 지경. ㅋㅋㅋㅋ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무식하게 말하자면, 결국 멜로드라마입니다. 사랑과 이별, 고난과 극복, 갈등과 화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지지. 뭐 이런 것들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멜로드라마...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마어마한 어둠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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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짤을 놓고 '로이 콘 & 에셀 로젠버그'라고 말했을 때 바로 이해가 가능하신 분들이 최적화된 타겟일 겝니다.)



 - 그래서 재밌니? 라고 묻는다면 음...

 분명히 재미는 있습니다. ㅋㅋㅋ 일단 캐릭터들이 다 개성 확실해서 좋구요. 이들이 겪는 드라마도 어쨌거나 기본적으로는 원형적인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에 공감하고 받아들이기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의외로 유머 감각이 되게 좋습니다. 유머가 많진 않은데 가끔 튀어나올 땐 꽤 타율이 높달까. 한 회마다 두어번씩은 키득대며 웃었네요. 이런 수준이면 유머의 비중을 좀 더 늘렸다면 훨씬 재밌게 봤을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다만 한 가지 문제가... 그러니까 뭐랄까. 대상을 딱 정해 놓고 정밀 타격(...)을 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좁게 말하자면 미국에서 에이즈 난리 시절을 겪었던 동성애자. 좀 더 넓히자면 어쨌든 1980년대를 겪었던 동성애자. 그것도 아니면 일단 동성애자... 랄까요. 그 범주에 안 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못 즐길 드라마는 아닌데, 아무래도 해당되는 분들이 훠얼씬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드라마 같았어요. 살짝 '화난 좌파 지식인들이 공화당 까는 이야기' 느낌이 드는 것도 조금은 거리감 느껴지는 부분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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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막에서 제프리 라이트 이름을 보고도 저 양반이 제프리 라이트일 거란 생각을 전혀 못 하고 봤습니닼ㅋㅋㅋ)



 - 배우들도 모두들 이름값을 합니다. 우선 알 파치노는... 알 파치노죠. ㅋㅋㅋ 어찌보면 가장 복잡하고 흥미로운 인물인 로이 콘을 맡았는데. 연기는 늘 그렇듯 참 좋았고 캐릭터도 재밌었지만 뭐랄까, 그냥 알 파치노더라구요. ㅋㅋㅋ 메릴 스트립은 1인 다역을 맡고서 여기저기 자꾸 튀어나오는데, 그 중에서 몰몬교도 엄마 역할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이 엄마의 성격이 이 드라마의 최고 반전(?) 요소인 것인데요. 깝깝한 종교인처럼 시작해서 자꾸 귀염뽀짝으로 흘러가니 당황스럽고 좋더라구요. 패트릭 윌슨은 몰몬교 젊은이로 나와서 제가 본 이 분 모습 중에 가장 진지 심각한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해서 좀 놀랐구요. 제프리 라이트는 제프리 라이트인 줄도 모르고 봤네요. '웨스트월드'의 그 박사님이 젊은 시절엔 이런 분이었다니. ㅋㅋㅋ 게이 남편 때문에 인생 무너져내리는 아내 역을 맡은 메리 루이즈 파커의 뽀송뽀송 젊은 모습과 코믹한 연기도 좋았고. 약간 몰락한 락스타 느낌의 저스틴 커크 연기도 좋았고 정말 다 좋았는데... 제게는 그냥 이 분이 너무 강렬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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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는, 나는, 나는 권능의 천사이니!!!!! ㅋㅋㅋㅋㅋㅋ)


 엠마 톰슨이 좋은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고 좋은 연기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강렬한, 그리고 제 취향 캐릭터는 처음이었네요. ㅋㅋㅋㅋㅋ 주인공에게 계시를 내리러 오는 천사 & 주인공 담당 간호사. 이렇게 두 가지 역으로 나오는데 그 중에 천사 캐릭터가 진짜 걸작입니다. 나올 때마다 황당과 웃음의 연속. 이 양반이 이런 캐릭터도 했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이걸 오래 전에 봤더라면 팬심 생길 뻔 했네요. ㅋㅋㅋ



 - 암튼 그래서 결론은요.

 일단 이 이야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연극을 봐야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 영화적인 기법들로 소화를 잘 해낸 듯 하지만 그래도 '이건 연극 무대로 보는 게 더 좋았겠군' 싶은 장면들이 많이 보여서요. 하지만 전 그리 연극이나 뮤지컬 팬도 아니고, 뭣보다 4시간짜리 2부 연극을 실제로 관람할 자신도 없으니 드라마라도 본 게 다행인 걸로.

 좋은 배우들과 좋은 이야기, 적절한 연출이 어우러진 좋은 작품입니다만. 본문에서 말 했듯이 이야기에서 다루는 소재나 배경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있어야 더 온전히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전 그런 부분에선 좀 벗어난 시청자였던 것 같아요. 솔직히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흘러가는 3화 전까지는 살짝 버거웠습니다. ㅋㅋ

 하지만 그런 조건에 잘 맞는 분들이라면 저보다 훨씬 재밌게 보고, 인생 드라마가 되고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어쨌거나...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소감 끝.




 + 마지막 장면에서 별 큰 의미는 없는 잡담으로 이스라엘 관련 드립들이 나오는데, 까는 듯 마는 듯 하면서 살짝만 잔소리하고 넘어가더라구요. 애초에 주인공 중에도 유태인이 있고 유태인 풍습이 중요한 장면에 등장하기도 하고... 해서 확인해보니 원작자님이 유태인. 게다가 동성애자라고 하니 여러모로 본인이 잘 아는 소재에 몰빵을 한 셈이군요.



 ++ 주인공들이 다 남자들, 그러니까 게이들입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많지도 않거니와 좀 도구적으로 쓰이는 경향도 있구요. 하지만 31년 묵은 원작으로 만든 20년전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걸 단점이라고 따지기는 좀 그렇죠.



 +++ 우연히도 작년에 한국에서 이걸 무대에 올렸었군요. 그땐 파트1 부분을 했고 이달 말에는 파트2 공연을 한대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 이걸 찾아가서 볼 인간이 아닙니다. ㅋㅋ 그냥 재밌는 우연이네, 라는 얘기구요. 하지만 넷플릭스에 있다는 로이 콘 다큐멘터리는 조금 관심이 갑니다. 제목도 끝내줘요. '로이 콘: 악마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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