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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세컨드]

 장예모 감독의 2020년 영화 [원 세컨드]는 그의 전작 [5일의 마중]만큼이나 소박한 시대극 드라마입니다. 황량하고 드넓은 사막을 배경으로 영화는 이름 없는 남자주인공과 그와 어쩌다가 엮이게 된 고아 소녀의 이야기를 한 동네 영화 상영을 중심으로 우직하게 전개하는데, 이는 간간이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 영화 상영을 위해 많은 동네 사람들이 이리저리 노력하는 걸 보면 은근히 찡해지지 않을 수 없더군요. 조촐하지만 의외로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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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타는 여자들]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주인공들은 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여성 근로자로서 일하셨던 분들입니다.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가 간간이 언급되니 보는 동안 당연히 작년 말에 본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다큐멘터리는 ‘제2의 전태일’이라고 불려도 될 이분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듣는 동안 한국 노동 운동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을 조명해가고 있고, 그 결과물은 몇 년 전에 나온 다른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 못지않습니다. 두 다큐멘터리들 아직 못 보셨으면 같이 나란히 보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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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주근깨 공주]

 호소다 마모루의 최근작 [용과 주근깨 공주]를 뒤늦게 챙겨 봤습니다. 듣던 대로 시청각적 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긴 하지만, 이야기와 캐릭터가 워낙 심심하다 보니 전 그다지 잘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좋은 볼거리들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심드렁하게 지켜보기만 했고, 그러니 [미래의 미라이]에 이은 또 다른 범작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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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구정 연휴 마지막 날 오전에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건조하긴 하지만, 의정부 기지촌 지역에서 오랫동안 끈질기게 살아왔던 실제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에서 여러 인상적인 순간들을 자아내고 있고, 특히 후반에서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직접 표현해내는 과정엔 상당한 감정적인 위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싱타는 여자들] 못지않게 중요한 올해의 국내 여성 영화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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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조: 현애지상]

 작년에 그의 전작 [원 세컨드]보다 더 일찍 국내개봉한 장예모의 최신작 [공작조: 현애지상]을 뒤늦게 챙겨봤습니다. 영화는 1930년대 초 만주를 배경으로 러시아에서 건너온 항일투사 주인공들의 고독하고 처절한 노력을 덤덤히 지켜보는데, 이들이 그 동네 경찰에게 끊임없이 추적당하면서 신뢰와 의심 사이에서 간당간당하는 걸 보다 보면 장-피에르 멜빌의 1969년 영화 [그림자 군단]이 자동적으로 연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말에 가서 국뽕과 신파를 살짝 첨가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갑고 우울한 분위기 아래에서 할 일 다하는 장르물이니 괜히 툴툴거릴 필요는 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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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변성현의 신작 [킹메이커]의 예고편을 보면서 어떤 종류의 영화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는데, 영화는 예상 그대로인 가운데 저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픽션을 더 첨가하기 위해 이야기의 바탕이 된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죄다 바꾸었겠지만, 그 결과물은 식상한 브로맨스물 그 이상은 아닌 가운데, 변성형의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고려하면 게으른 자기반복 같아 보입니다. 별 기대는 안 했지만 많이 실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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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는 1946년에 나온 윌리엄 린지 그레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은 이미 1947년 타이론 파워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비록 그 당시 검열에 상당히 제한받았지만 여전히 꽤 날선 작품인 1947년 버전에 비하면 델 토로의 영화는 의외로 살짝 무딘 편입니다. 일단 2시간 반에 달하는 상영 시간 동안 페이스 조절이 간간이 안 되니,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인상을 주고 그러니 예정된 결말과 동반되는 암담한 절망과 아이러니는 좀 약한 편이지요. 원작의 시꺼먼 냉소와 염세주의가 델 토로 본인의 스타일과 감수성과 생각보다 많이 엇갈리는 것 같지만, 영화는 여느 델 토로의 영화들처럼 분위기와 디테일로 가득한 편이고, 브래들리 쿠퍼, 루니 마라,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을 중심으로 다양한 배우들이 오고 가는 걸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만큼은 아니어도 [크림슨 피크]만큼 볼만합니다. (***)


P.S. 마라와 블란쳇은 본 영화에서 딱 한 번만 같이 화면에 나오니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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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K/FBI]

 재작년에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MLK/FBI]는 제목에서 반영되다시피, 마틴 루터 킹 주니어목사와 1960년대 동안 그를 집중적으로 감시했던 FBI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킹 목사의 문제 많은 사생활과 그에 대한 FBI의 끈질긴 감시는 비밀이 아닌지 오래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공권력 남용 사례들을 보다 보면 간간이 소름끼치더군요. 2027년에 공개될 예정인 관련 정부 비밀문서들에서 또 뭐가 나올지는 누가 알겠습니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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