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4 21:48
저는 지금 한 직업을 12년째? 하고 있어요. 사실 중간중간 진심으로 때려치고 싶어서 길게 쉰 기간이 있어서 실제 일한 기간은 10년 정도지만 어쨌든.
시작 할 땐 이 세계가 궁금해서 발만 담그고 나랑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관두리.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모든일이 그렇듯 어쩌다보니... 시간이 이렇게도 흘러버렸네요.
어렸을 땐 일 때문에 5일 동안 열 시간도 못자고 업무에 몰두해 본적도 있고,
일에 미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은 오직 일. 그 외에 다른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과몰입 상태로 몇 년간을 살다가
여러 일을 경험하면서 지금은 누구보다 쉬는 시간이 중요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팀을 옮기면서 운동할 시간이 없는게 매우 불만스러울 지경이에요 - -
근 2년 정도 똑같은 팀에서 일하면서 지겨워서 어디든 떠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탈출해서 새 팀에 들어온건데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기분이... 들지만 ㅋㅋ
이러한 상황에도 어쨌든 쉬는 시간을 만들려고 머리를 쥐어짜며 스케줄 루틴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답이 안보이면 또 언젠가는 이 팀을 훌쩍 떠나버리겠죠.
(저는 프리랜서라 언제든지 팀을 떠날 자유가 있긴 하거든요)
어렸을 때. 그러니까... 제가 듀게를 처음 왔을 때가 2008년이더라고요. 대략 2008년, 대딩의 저는 궁금한것도 많고, 보고 듣는것도 많고
물론 그 보고 듣는 것에 듀게에 여러 박학다식한 분들의 게시글도 당연 포함이었고요.
호기심이며 알고 싶은게 많아서 자는 시간이 아까운 애였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지식을 쌓은건 아니지만 나는 남들이 잘 좋아하지 않는 이상하고 신기한걸 알고 있어~ 하는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었네요. 생각해보니.
그러다가 이 일을 하면서 그 때 들었던 음악, 그 때 읽었던 글과 그 때 알았던 사람들을 내가 하는 일에 써먹고, 또 써먹다 보니까.
나를 다 갉아먹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채운것 없이, 내가 쌓아둔 것을 다 써버렸고 나는 텅 빈 사람이구나.
인맥이 좋은 것도, 좋은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난 그저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특이한 것 하나 내보일 정도의 쓸모를 팔아왔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두는 자기 쓸모를 팔아서 살잖아요. 내가 아는 지식, 내가 가진 힘, 내가 가진 기술.
지금 내 월세를 내주는 직장엔 무슨 쓸모를 팔고 있나... 생각해봤어요.
나름 연차가 쌓였기 때문에 준 관리직?을 하며 실무도 해야하는 입장인데,
내 일은 내 일대로 하면서 후배들을 잘 관리해서 팀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게 쉽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나는 관리직으로서의 쓸모를 팔고 있나, 아님 실무자로서 일을 괜찮게 해내고 있나?
전에는 받은만큼만 일하자-라고 적당한 책임감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저의 온도가 많이 낮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요.
친구들에게 말로는 늘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일을 열심히 해, 일 밖에 몰라!! 일중독자들 천지야!!'라고 했지만
주변사람들은 늘 저에게 일중독자라고 했기 때문에 - -............
지금의 미지근한 온도로 일하는게 나를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적정하겠죠
물론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깨지는건 저이겠지만, 또 까이고 깨지는 것에는 담담한 편이기 때문에... ㅎㅎ
요즘엔 돈 버는 일 말고, 다른게 다 너무 재미있으니 큰일이에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하루에 12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운동하고, 비올라 연습하고, 피아노 뚱땅거리고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정말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엉엉.
+
요즘 2주에 이틀은 지방 출장? 비슷한걸... 가게 되어서 차 안에서 읽을 이북리더기를 샀어요.
일단 예스24로 운영전 한권을 사고 (그냥 제 마음의 안식처 같은 책 ㅋㅋ) 서울도서관 앱을 깔아서
곽재식님의 책을(이름을 검색하니 딱 한권밖에 없더라고요 넘 아쉽ㅠㅠ) 대여해 즐겁게 읽었는데
혹시 이북리더기로 쓸만한 도서 대여앱이나, 구입 어플을 추천 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책 추천도 무한 환영입니다. 대딩때 이후로 거의 독서는 손에서 놔서 다시 감을 잡으려면 닥치는 대로 읽어야 할 것 같지만요...
사실 출장 올라오는 길에 충동구매를 한거라 - -이북의 세계에 너무 모르고 산것 같습니다...
이북 구매가 이렇게 비싼줄도 몰랐고...(실물 책의 절반값은 하는 줄 알았어요 히히) 이북 대여도 이만큼이나 한정적인지 몰랐어요.. 흑흑.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듀게에 쓰는 글은 늘 의식의 흐름대로 쓰게 되네요. ㅋㅋ
2022.02.04 23:30
2022.02.05 10:14
네 ㅋㅋ 원래도 그렇지만 듀게에 오면 늘 저멀리 흩어지는 의식의 흐름...
2022.02.05 08:53
엇 피아노 치시나요? 저두 요즘 피아노치는 낙으로 사는데..
층간소음으로 거의 연습을 못해서 슬퍼요. 방에다 방음장치할까 생각중입니다.
책 추천은 못드리겠고 저는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래리고든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만화, 이원복의 먼나라이웃나라 프랑스, 네덜란드 읽었습니다. 먼나라이웃나라는 내놓기좀 거시기하지만
2022.02.05 10:15
대딩때 산 전자피아노를 버린다고 했더니 후배가 자기 달라고 해서 쥐어줬거든요? 그러고 나니까 또 너무 허전해서 - - 친구랑 백화점에 놀러갔다가 만난 피아노 보고 홀딱 반해서 새 전자피아노를 사버렸지요... ㅋㅋ 심심하면 한쪽 이어폰엔 음악 틀어놓고, 한쪽 이어폰으로는 피아노 연결해서 반주하면서 노는게 요즘 낙이에요. 저도 소음 걱정때문에 건반은 최대한 살살, 이어폰은 꼭 끼고 치고 있어요 ㅠㅠ.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ㅎㅎ
2022.02.05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