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존재감이 매우 옅고...심상정의 대선행보 또한 정말 실망스러운 가운데 연락을 거의 전부 끊고 잠적까지 했다니 멘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심상정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던 저로서도 좀 안쓰럽긴 하더라구요. 심이 멘탈이 세보여도 은근 여린데가 있기도 하구요.


조국 때 정의당의 행보에 실망해 탈당까지 했으나 일단 진보유권자로 원내 유일 진보정당에 가까운 정의당을 애정하는 입장에서 그냥 정의당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얘기해보자면...너무 뻔한 말이라 재미는 없겠지만...


1. 한국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라 진보정치에게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단순 정당 지지율 이런 걸 따지는 게 아니라. 국민 정서 자체가 오랜 보수정당의 양당정치로 진보정치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소수 트롤러들의 과대표라는 얘기가 있지만, 탈당하기전 정의당 당원게시판만 보더라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공공연히 추천을 받았고,


차별금지법 반대를 포함해 '상식적으로 진보정당이 지지해야 할 가치'에 대한 무지와 비난이 있었죠. 이쯤되면 왜 진보정당 당게에 있는거지? 싶을 정도로


보수화된 사람들이 당게에 생각보다 정말 많았습니다. 다시 한 번 과대표된 걸 수도 있습니다만...그런 글들이 받는 추천수라거나, 그에 반박하는 상식적인


글들이 받는 비추수 같은 걸 생각해보면 이러나저러나 유권자들의 성향자체가 대단히 보수적인 편이라고 보는 것도 하나의 의견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래 모 유저가 말씀해주셨다시피 민주당을 지지하고 문재인 정권에 만족하는 정의당 지지자들이 무쟈게 많습니다. 민주당과 성향이 크게 다를바 없는 거죠.


민주당 정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건 진보적인 정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태평성대로 여기는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대부분이다?


이미 정의당으로선 난감할 수 밖에 없지요.


2.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이건 정의당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민노당 시절부터 이뤄져온 전통이었죠.. 사실 정의당은 기회랄만한 기회를 받지도 못한 느낌이지만, 민노당 시절과 통합진보당 시절 


나름대로의 의석수를 확보하며 진보정치의 가능성이 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노당도 통진당시절도 사실 당내 다수파인 세력인 NL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는


필연적인 패인이 있었고,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선거 사태때는 국참당계까지 나서서 부정을 일궈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의당으로 뜯어져나온 다음에는 이미 여론은 냉랭해질 대로 냉랭해져 있었고...노회찬마저 황망히 간 뒤에는...심상정의 이도저도 아닌 갈팡질팡하는 행보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었죠. 진보정치 역량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NL을 끼지 않으면 세력화하기도 한 줌 밖에 안되는데, NL을 끼는 순간


한국에 가장 필요한 노동정치와 복지 같은 것보다 북한과의 짝짜꿍 밖에 신경 안쓰는 별볼일 없는 정당이 되어버리니...


'쿨하고 힙한 패션 진보'유권자들 제외한 진짜 진보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에 정말로 적습니다. 일단 페미니즘에 대한 호오만으로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진보지지자에서 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겁니다.(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과대표된 것일 뿐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만...) 그런데, 좌파들이 보기엔


정의당도 너무 온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한줌도 안되는 진보유권자들 중에서도 정의당을 온건하다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또 빠져나갑니다.


정의당을 마음으로 지지하는 진보유권자들은 결국 페미니즘과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 평화, 생태, 사회 정의를 지지하면서 너무 급진적이지도 않은 온건한 좌파들인 겁니다.


오픈마켓에서도 필터링 이만큼하면 검색결과수가 0으로 안뜨면 기적일 수준.


3. 정의당이 갈 수 있는 노선


모 유저의 경우 아예 정의당 지지자들의 주요성향에 맡게 친민주당으로 확 쏠리면 어떨까...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심상정이 그걸 시도 안해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의당이 민주당2중대라는 말을 한 두번 들은 것도 아니고, 심상정이 대선에서 승리시 공약이라고 내세운게 민주당과의 연정부터 꺼내들어서 또 욕을 거하게 먹은 적이 있죠.


민주당 2중대 전략은 이미 실패한 전략입니다. 어차피 친민주당 전략으로 가도 민주당과 결이 비슷하게 갈 거면 더 크고 더 할 수 있는 게 많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정의당은


끽해야 비례대표나 한 표 주는 정도의 지지에서 그칠 일이 많고. 민주당화될수록 진보정당의 존재의의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에게 강경하게 날을 세울 수록 기존 정의당 지지자들은 반발이 심하겠죠. 이탈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의당 같은 작은 정당은 당원들의


이탈로 인한 손해가 극심한데, 이 당원들을 달래면서 정치적으로는 진보노선을 이어가며 차별화는 차별화대로 해야 합니다.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죠.


5. 한국에 진보정치가 필요한가?


꼭 정의당이 아니더라도, 진보정치가 필요한가? 에 대해서, 저는 무조건 YES라 생각하는데, 국민의 여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정의당이 아니더라도,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여겼으면 노동당이든 녹색당이든 다른 좌파정당이 한 때 좌파정당이 최대 찍었던 지지율의 절반이라도


흡수를 했었겠죠. 근데, 정의당 뿐 아니라 노동당 녹색당 등 좌파정당들도 다 나름의 문제가 있었다지만 허경영 정당보다 총선 지지율이 한참 떨어지는 건


아무리 봐도 설명이 안됩니다. 그냥...대한민국에 진보정치가 꽃피우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의당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면, 때때로 밋밋할 정도로 온건했지만 어느정도 상식선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해왔고(차별금지법 포함한 성평등, 노동자의 정치, 복지강화 등등)


주4일제 같은 경우는 시기상조라 생각하고,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나, 사회가 진보정치에 조금이라도 더 우호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관심 못 받을 정돈 아니었다 보거든요.


진보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믿는 몇몇이 이끄는 영원한 소수정당이 되거나(그마저도 안돼서 역사에서 사라지거나), 민주당으로 흡수되어 그나마 좌파블럭을 맡는 정도거나...


그 정도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치인 것 같아요. 씁쓸하지만 뭐 별 수 없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8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68
118447 저는 테일러드 자켓이 야해보여요 (속옷 사진 유의)/ 운동 질문 [10] loving_rabbit 2012.06.28 4721
118446 KAL기 말기암환자 탑승거부 기사가 확산되고 있네요. [32] soboo 2011.05.11 4721
118445 안보 포스터 변천사 (스크롤 압박) [6] amenic 2010.11.06 4721
118444 사람은 한 번 호되게 일을 겪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10] 작은새 2010.09.23 4721
118443 오늘 슈퍼스타K 2 [149] 보이즈런 2010.10.01 4721
118442 여아 이름으로 가을이란 이름은 별로인가요? [34] zerokul 2015.10.19 4720
118441 누구세요.jpg [19] 남산교장 2013.03.15 4720
118440 초상권 따윈 신경 안 쓰는 쿨한 도시남녀들 [4] 푸른새벽 2011.01.19 4720
118439 이성끼리 아무런 성적 긴장감이 없는 영화는 뭐가 있을까요? [30] august 2010.10.08 4720
118438 [펌] 올댓 스포츠; 결별 확인했군요 [10] 입춘대길 2010.08.24 4720
118437 [아기사진] 철없는 엄마 [22] 미선나무 2012.05.13 4719
118436 소피 마르소는 진정 뱀파이어인가요? [22] amenic 2011.04.30 4719
118435 옛날 영화들 어디서 다운받으시나요? [4] 올슨올슨 2011.04.03 4719
118434 주근깨 많은 [2] 가끔영화 2013.03.04 4718
118433 틈새라면+짜파게티 [2] 루아™ 2013.02.18 4718
118432 지극히 개인적인 홍콩 맛집 소개 [21] 흔들리는 갈대 2012.10.14 4718
118431 1. 키스는 했지만 여동생으로 생각해요. 2. 강유미 [9] 닥터슬럼프 2011.12.28 4718
118430 피자집에 가서 혼자 피자먹기... [18] 주근깨 2011.09.28 4718
118429 강의석씨 징역이 선고되었군요. [28] 잠익3 2011.06.02 4718
118428 오늘 나가수에서 이소라와 박정현 무대를 이어서 본 느낌 [12] 토토랑 2011.05.08 471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