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영화 두 편.

2022.01.11 15:18

thoma 조회 수:360

아버지와 이토씨,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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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다 유키 감독작.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위 사진 세 분이 주인공입니다. 아야(우에노 주리), 그 옆이 아버지(후지 타츠야), 그 옆이 이토(릴리 프랭키)씨입니다. 아야와 이토씨가 동거 중인 세든 집에 아버지가 갑자기 지내러 옵니다. 세 사람은 스무 살씩 나이 차이가 납니다. 어버지가 74세니 40에 아야가 태어났네요. 아야에겐 위에 오빠가 있는데 오빠네에 살던 아버지가 며느리와 사이가 몹시 불편해져서 아야네 집에 오게 되어요. 아버지가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와의 갈등에 아버지 쪽에 문제가 많았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노인봉양 문제를 일본스럽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야와 이토씨의 나이 차이로 진행될 이야기에 변수를 두었네요. 두 사람이 단기 알바를 전전하는 중임에도 걱정 같은 건 안 하는 평화로운 일상에 걱정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경직된 기성세대인 아버지가, 툭 떨어지는 것처럼 이들의 생활 속에 들어 옵니다. 처음에는 무기력한 평화주의자 식물남 이미지를 가졌던 이토씨가 사실은 초야에 묻혀 생활하는 은둔 능력자로 드러난다는 것이 중요 변수입니다. 이 가족 구성원들이 마음 고생을 하면서도 어중간한 태도로 상처를 주게 되는 방향으로 갈 때, 보일듯 말듯 방향을 수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기질이 다른 사람에 의해 약간씩 방향을 수정하고 본인들을 벗어나는 생각을 해보는 것입니다. 

일본스럽게 다룬다고 했는데 이 영화에서 이토씨라는 사람과 아버지를 다루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우리 드라마나 영화라면, 마음 먹으면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왜 돈 안 되는 이런 생활을 영위하는지 사연이 밝혀져야 직성이 풀리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거 안 나옵니다. 일본엔 숨은 고수가 너무 흔해서 별다른 사연이 필요 없나 봐요. 또 며느리가 찾아와 동네 공원에서 아야와 대화하다가 지나가는 아버지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보자 먹은 걸 토합니다. 스트레스성 신경쇠약 종류의 병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한 지붕 아래 지내며 그동안 매우 암담했을 터인데 영화는 아버지로인한 절망스런 어둠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슬쩍 지나가버리는 느낌이 있어요. 갈등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요. 대체로 아버지란 사람에 대해 너그럽고 수용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에노 주리를 오랜만에 봤는데 예전엔 시골 청소년스러운 순박한 예쁨이 있었다면 이 영화에선 살도 더 빠지고 세련된 미모로 바뀌었더군요. 

릴리 프랭키의 맥 없는 듯 대사를 치는 허허실실 연기가 인상적이었고요.


내 이름은 꾸제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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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바라스 감독작. 왓챠에서 봤습니다. 소설 원작으로 3년 동안 준비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입니다. 위 사진의 보육원 친구들이 주요 인물이고 파란 머리 아이가 주인공 꾸제트입니다. 66분밖에 안 되는 길이인데 외로운 아이들이 등장하며 아름다운 그림들이 많습니다. 사실성을 지향한 매끄러운 연결의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표정이나 동작도 풍부하다기 보다 단순하지만, 변화무쌍하고 재빠른 장면 연결로 된 영상보다 더 마음에 와 꽂힐 때가 많습니다.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정지된 채로 들여다 보게 되는 아이의 얼굴은 금방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버리기 어려운 만드는 사람의 심정을 그대로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꾸제트의 엄마가 꾸제트의 실수로 죽었다는 것입니다. 초반의 사건인 이것은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을 아주 무겁게 만듭니다. 보육원의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가진 아픔은 다 너무 무거운 것입니다. 일거에 해결할 수 없는 이 아픔들을 지닌 이들이 서로가 작디 작은 마음씀으로 조금씩 어루만져 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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