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이브에도 있고 iptv vod로도 있어요. 개봉 연도는 2021년. 런닝타임은 1시간 45분이구요. 스포일러는 없지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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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깜찍한 보호막은 실제 영화엔 나오지 않습니다.)



 - 때는 대략 현재. 배경은 브라질입니다. 브라질 영화니까요. 

 문득 하늘에 뭉게뭉게 분홍 구름이 피어나요. 그리고 그게 둥둥 떠다니다가... 개를 산책 시키던 어떤 사람에게 닿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사망.

 갑작스레 나타나 전세계 하늘을 뒤덮은 이 분홍 구름은 정체는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접촉하면 10초만에 죽어요. 근데 희한하게도 구름 주제에 문과 창문만 닫고 있으면 굳이 틈새로 들어오려 애쓰지 않는 게으름을 선보이기 때문에 창문 닫고 집에만 있으면 안 죽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엄령이 선포되구요. 모든 국민이 한 방에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는 팔자가 되죠. 아니 뭐 사실 나가도 딱히 처벌 받는 건 없어요. 죽으니까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하필 그 전날 밤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을 즐긴 젊은 남녀입니다. 말 그대로 원나잇 상대라 애인도 아니고 참 애매합니다만 어쨌든 집 나가면 죽는다니 둘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그리고... 구름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결국 이들은 이 상황에 적응해서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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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예쁜 구름이 다가오네!!! 하고 구경하다 곧 사망하십니다. ㅠㅜ)



 - 참 궁금한 게 많아지는 설정이죠. 10초 후 사망이라는 게 인간 아닌 동식물에는 적용이 안 되나? 어쨌든 9초 동안은 생존 가능한 것이니 그 틈에 잽싸게 구름을 낚아채서 연구해볼 수 있지 않나? 이게 안개도 아니고 구름인데, 구름 없는 데로 다니면서 잽싸게 움직이면 이동 가능한 것 아닌가? 집이 아니라 비행기나 기차에 타고 있는 동안 구름에 갇힌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이 상태로 산업이 돌아가나? 정부는 무슨 예산으로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지? 아아 역시 미래는 기본 소득!!!(?) 등등 넘나 허술해서 '빈틈이 많다'는 표현도 안 어울리는 그런 설정입니다만.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그런 거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 그냥 일단 그런 셈치구요'로 전개되는 영화라는 거. 알아 두시구요.



 - 너무 대놓고 코로나 비유인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감독 말로는 아니랍니다. 각본은 2017년에 완성했고 준비를 거쳐 촬영을 끝낸 건 2019년이었대요. 여차저차해서 개봉도 못 하고 묵혀두다가 이 시국 덕에 공개를 하게 된. 뭐 그런 사연이 있다고 하니 이걸 그대로 믿어준다면 이 영화에 코로나 상황을 대입해서 해석하는 건 큰 의미는 없는 일이겠죠. 뭐 어떻게든 갖다 붙여서 그럴싸하게 해석만 해낸다면 상관 없겠지만요. 그걸 정답이라고 우길 순 없다는 거.


 그리고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확실히 이건 코로나랑은 별 상관 없이 짜여진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정답을 비워 놓고 '아무튼 이렇게 된다면 어쩔래?'라는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영화라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여기서 분홍 구름은 정치가 될 수도 있구요. 혹은 기후 변화가 될 수도 있구요. 뭐가 됐든 급격하면서 위험한. 그리고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의 환경에 처한 인간들이 보일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뭐가 됐든 맘대로 상상하고 생각해보렴' 이라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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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웠던 원나잇이 그대로 일생의 파트너로. ㅋㅋ 지금 보니 둘의 표정부터 각각의 캐릭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네요)



 - 앞서 말했듯이 주 등장인물은 둘이에요. 그리고 이들이 나중에 자식을 낳기 때문에 셋이 되구요.

 이 셋은 딱딱 자른 듯이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적응한 자/적응을 거부하는 자/적응할 필요가 없이 익숙한 자. 이런 구성인 거죠.


 남자는 이 상황을 아주 빠르게 받아들입니다. 걍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어차피 여기서 못 나가잖아? 언제 나갈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걍 이 상황의 좋은 점이나 떠올리며 적응해서 살자. 이거구요. 여자는 나름 적응하려 노력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잃어버린 것, 그러니까 자유를 잊지 못하고 내내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가장 고통 받는 인물이 되죠. 마지막으로 자식은... 그냥 태어날 때부터 세상은 이랬고 삶은 이랬거든요. 그래서 사람 죽이는 분홍 구름인데도 그냥 예쁘다고 좋아합니다. 본인 삶에 불만도 없고 그냥 즐겁게 잘 살아요. 그래서 처음엔 '저 여자 캐릭터 하나만 바보 만드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는데. 이게 또 막판까지 보다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일단 그 남자분. 그렇게 쏘쿨하게 반응하는 게 분명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긴 해요. 어차피 본인 힘과 노력으로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확 적응해 버리고선 힘들어하는 여자를 답답하게 여기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좀 맘 상하는 느낌이 들죠. 이게 정상은 아니지 않나? 하구요.

 그리고 여자분은 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 내에선 진상 역할을 맡게 됩니다만.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자유를 그리워하고 하는 모습들이 차라리 인간적이잖아요? 후반까지 가면 슬슬 이런 생각이 들게 되고, 그래서 나중엔 오히려 감정 이입을 하게 되더군요. 영화 속에서도 가장 주인공에 가까운 모습이구요.

 마지막으로 아들래미는... 좀 더 아무 의미나 갖다 붙일 수 있겠더라구요. 내내 착한 아이로 묘사가 되고 엄마를 걱정하고 그럽니다만. 결국 이 아이는 자기 엄마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애초에 누린 적이 없는 것들이기에 그걸 잃었다는 감각도 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살지만 그 상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라고 생각해보면 또 애매해지구요.



 - 다시 말하지만 결국 이 '분홍 구름'의 의미는 각자 맘대로 갖다 붙이기 나름입니다. 애시당초 현실성 따윈 아예 완벽하게 무시하고 만들어낸 디테일도 없는 설정이니 오히려 그 덕에 그 무엇의 메타포라고 우겨도 문제가 없는 거죠. 대충 '억압' 내지는 '구속'과 '박탈' 비슷한 의미를 띄는 걸로 붙이기만 하면요.

 결국 저는 저 세 사람이 대표하는 성향들 때문에 '정치 얘기였겠구먼' 하고 받아들였습니다만. 애초에 정답이 없게 만들어진 이야기이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니겠구요. 


 어쨌든... 그렇게 '맘대로 생각하며 맘대로 고민해 보세요'라는 영화입니다. 그게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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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서 생필품을 쏴주는 저 튜브.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운용되는지 궁금해하시면 혼납니다!)



 -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되게 훌륭한 의도로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 같은데... 음. 보면서 이건 좀 별로인데? 싶은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에 무슨 기승전결 같은 게 선명하지 않아요. 정확히는 기와 결은 분명한데 승, 전 부분이 흐릿하구요. 그냥 주인공 둘이 이 상황 속에서 적응하다가, 망하다가, 다시 적응하다가, 다시 위기를 겪다가... 하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그게 뭔가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식이라기보단 그냥 에피소드 나열식으로 전개가 되어서 이야기에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그리고 이 분홍 구름과 세계가 처한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이 아예 없다 보니 오히려 흥미가 안 생기는 부분도 있었구요.

 위에서 세 사람이 각각 의미하는 바... 에 대해 막 떠들어 놓긴 했지만 그런 차이점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도 거의 중반을 한참 지난 후의 일이라 정말로 영화의 절반 정도는 그냥 '뭐지?' 라는 느낌으로 봤어요. 사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 끊었다가 다음 날 다시 이어서 보고 끝냈습니다. ㅋㅋㅋ


 한 마디로 말 해서, '설정의 독특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설명하거나 하는 부분이 아예 없고 드라마도 그리 극적이지 않아서 별로 재미는 없다' 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 결론 내자면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ㅋㅋ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준수한 완성도의 영화라고 생각은 해요. 중반이 좀 지루하긴 했어도 시작과 끝은 상당히 좋았구요.

 하지만 이것보다 좀 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충분히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암튼 영화를 보고 나서 내용 곱씹어보면 이것저것 생각해보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살짝 소심하게 추천합니다.

 저는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지만 지금 확인해보니 평가는 굉장히 높네요. 썩은 토마토 100%를 자랑하는 영화에 이렇게 투덜거려 죄송합니... (쿨럭;)



 + 아. 생각해보니 저 구름은 인간에게만 효과가 있는 게 맞는 것 같네요. 맨 첫번째 짤의 저 상황에서 사람만 죽고 개는 멀쩡했거든요.



 ++ 설정따위 신경 쓰면 지는 영화지만... 저 허접한 튜브로는 못 보내줄 물건들이 많을 텐데요. 가장 신경 쓰였던 게 텔레비전이었습니다. 노트북, 핸드폰이야 저걸로도 충분히 배송이 되지만 텔레비전은... 제가 워낙 티비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인간이다 보니 이런 게 거슬리더라구요. 어익후 저 티비 이제 수명 다했을 것 같은데!!! ㅋㅋㅋ



 +++ 다른 글들보다 짤이 적은 이유는, 구할 수 있는 짤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와, 정말 이 정도로 짤이 안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네요. 그래도 초저예산 인디 영화임에도 코시국 생각나는 소재와 평단의 호평 덕에 전세계에 vod로 배급은 되었으니 만드신 분들 본전은 뽑으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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