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남궁선 감독작이고 왓챠에서 봤어요.

6f32485b075447953395e466a3eb8f8613d069ad

미혼의 직장 여성이 생각지 못한 임신을 함. 여기엔 우리 모두 상상할 수 있는 기본값 내용이 있습니다. 

평이 좋아서 그 뻔하기 쉬운 내용을 어떻게 다루었나 호기심이 있었는데 왓챠에 올라와 바로 보았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감당을 못하는 남친은 직장 잡고 조금 경력이 생기면 미래에게 '왜 나를 나쁜 사람 만들지?'라고 한 직장 상사처럼 될 것 같고, 더 나이 들어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면 '인간의 문제는 생각이 많은 것이고 돼지처럼 생각 없이 사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될 것만 같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본인이 아무리 그 사람들을 싫어한다 해도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힐 때 도움 받기도 하면서 별 생각없이 살다보면 자기 주변에 있는 자기가 봐온 사람처럼 살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이 남친은 보호 속에서 의존적으로 자란 평범한 인물로 표현되어 있으니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미래라고 다르기는 어렵습니다. 제목이 십 개월의 미래,이지만 사실상 아이를 키우게 되면 십 년의 미래, 이십 년의 미래가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미래는 '몇 달 전과 나는 똑같은 나인데 사람들은 똑같이 안 본다'라고 합니다. 개인이 아닌 존재로서의 나를 최초로 받아들여야만 하니 충격이겠지만 이 최초의 충격이 지나면 이제 그의 세상은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몸이 익어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익혀버리듯 미래의 삶도 그가 봐온 주변의 삶에 영향을 받고 비슷해지기 쉬워요. 스쳐지나는 중학생이 미래의 배를 보고 놀리다가 욕을 먹자 '아줌마 애기는 나처럼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본인을 소재로 악담(?)을 하는데 마치 막연히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현실을 일깨우러 저승에서 온 사자와 같았습니다.(이거 좀 한 해 마지막 날과 어울리는 멘트네요)


영화는 '십 개월'로 국한하여 경력과 인간 관계와 몸의 수난이라는 공격에 직격탄을 맞는 여성의 위치. 여자라면 당연시 되고 기본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취급 받는 이 수난을 2021년 바로 이웃에 살 것 같은 젊고 미래가 있는 미래라는 여성을 통해 확인사살시키는 영화였습니다. 

미혼 여성의 임신으로 발생하게 되는 온갖 상황들을 과장 없이 적절하게 표현합니다만 그 적절함이란 것이 당사자에게는 지축이 기운 듯한 괴이한 현실입니다. 몸에 극심한 변화가 오는데 세상은 임신 주체의 영혼까지도 바꿔야 한다는 압력을 줍니다. 이 문제를 깊게 파는 영화는 아니지만 조금씩 건드려가며 심각하지만 우울하지는 않은 2021년 톤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미혼이시라면 호러물로 보실 수도 있습니다.   


좋은 친구는 인생의 보물이죠. 이 영화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입니다. 

a4955d3f1bd081d8bffc2ca23d74e0b7a2ed632e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1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6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38
118317 [KBS1 독립영화관] 파이터 [씨네플러스 채널] 씨클로 [2] underground 2022.01.07 264
118316 삭센다를 사왔는데 [10] 채찬 2022.01.07 532
118315 가요라는 소.음. [2] Sonny 2022.01.07 554
118314 '해피 고 럭키'를 봤어요!!!(느낌표를 붙여야 할 듯) [10] thoma 2022.01.07 427
118313 범죄의 재구성 (2004) [3] catgotmy 2022.01.07 292
118312 물가가 오르긴 하네요 [2] 예상수 2022.01.07 354
118311 채팅을 하다가 (박원순 관련) catgotmy 2022.01.07 303
118310 윤석열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데 [14] 지나가다가 2022.01.07 1119
118309 "타나카타츠야 미니어처 전시회" 강추해요!!!! [2] 산호초2010 2022.01.07 476
118308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필요한 용기 [3] 적당히살자 2022.01.07 351
118307 Peter Bogdanovich 1939-2022 R.I.P. [2] 조성용 2022.01.07 252
118306 100분 토론 이재명 후기 [7] 무도 2022.01.07 1181
118305 [영화바낭] 임신 및 출산 재난 드라마 '십개월의 미래'를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2.01.06 806
118304 [씨네플러스 채널] L.A. 컨피덴셜 [스크린 채널] 트레이닝 데이 [13] underground 2022.01.06 431
118303 (영화바낭)엑스 마키나를 봤어요. [3] 왜냐하면 2022.01.06 380
118302 잡담 일반 (새해 덕담, 조코비치, 코로나 백신 등) [12] 양자고양이 2022.01.06 577
118301 넷플릭스에서 '빅뱅이론', '모던 패밀리'가 사라졌습니다. [10] 영화처럼 2022.01.06 1051
118300 이준석 이야기 [23] MELM 2022.01.06 1808
118299 옛날 한국영화에 대한 불만 [8] catgotmy 2022.01.06 631
118298 [영화바낭] 추억의 탑골 홍콩 무비 '도신: 정전자'를 봤습니다 [18] 로이배티 2022.01.06 7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