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8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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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 상을 많이 받긴 했는데 무슨 상들인지 잘 모르겠는 포스터. 저예산 호러/스릴러 쪽엔 이런 포스터가 많더라구요.)



 - 어린 남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서 숲길로 들어서고, 계속 달리다가 갑자기 몸이 붕~ 하고 허공을 날아요. 그러다 앵글 밖까지 날아갈 쯤에 장면 전환.


 한 가정이 나옵니다. 으리으리한 2층집에 부부 + 외아들 이렇게 셋이 사네요. 남편은 경찰, 아내는 아마도 상담사? 아들은 학생이구요. 집안 분위기는 대략 개판입니다. 최근에 아내가 외도를 하다 걸렸나봐요. 남편이랑은 데면데면하고 아들은 대놓고 엄마한테 신경질만 부리고요. 아내는 험한 취급을 당해도 본인 죄가 있으니 입다물고 우울... 그런데 스멀스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죠. 아내가 아끼던 컵이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누군가'가 남편을 옷장에 가두기도 하고. 집에는 낯설고 불쾌하게 생긴 가면이 굴러다니고. 혼자서 티비가 막 켜졌다 커졌다 하질 않나. 근데 이 가족 분위기가 워낙 콩가루라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다 보니 그냥 각자 불쾌하게 여기고 맙니다.


 그럼 도입부의 소년은 도대체 뭔데? 라고 생각할 때쯤에 떡밥이 추가가 되죠. 그 동네에서 10살 또래 소년들을 납치해서 학대하다 죽이는 연쇄 사건이 15년전에 일어났었고. 범인은 진작에 잡아서 감옥에 보냈답니다. 도입부는 그 사건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주인공 가족 중 남편이 형사인 관계로 그 사건을 쫓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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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이 아닐까 싶은 헬렌 헌트 여사님. 일단 포스터에도 이 분 이름이 가장 돋보이게 박혀 있죠.)



 - 도입부 소개가 좀 정신이 없지 않습니까? 근데 이 영화 자체가 그렇습니다. 못 만든 게 맞죠. 그런데 단순히 못만들어서 그렇다기 보단 그것까지가 감독의 의도에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 둘이 대충 막 흘러가다가 막판에 딱! 하고 마주치며 들어맞는 것. 물론 이보단 정돈된 형태로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은 들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그런 것 정도(?)는 신경 안 쓰게 됩니다.


 좀 특이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게요. 각본을 쓰신 양반이 '관객과의 승부'에 굉장히 집착하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진상 눈치 못 채게 할 거야! 깜짝 놀라게 할 거야!! 비밀이 뭔지 내가 알려주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게 할 거야!!! 뭐 이런 느낌? 뭐 반전 있고 미스테리 있는 영화들치고 안 그런 게 어딨냐.... 고 생각하시겠지만 그게 좀 다릅니다. 왜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냐면요,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종종 개연성을 내다 버림과 동시에... 거짓말=ㅅ=까지 하거든요. 


 예를 들어, 이게 초자연적 존재가 나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냥 범죄 스릴러인지를 감추고 헷갈리게 만드는 게 영화 초반의 목표 중 하나에요. 그런데 초반에 상당히 결정적인 장면 하나가 있어서 어지간한 관객들은 그 중 한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거든요. 근데 나중에 밝혀지는 걸론 그 반대편이 정답이고. '그럼 그 장면은 뭔데?'라고 생각해보면 그냥 '관객 낚으려고 오버해서 연출했다'라는 답이 나와요. 아... 이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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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핵심적인 캐릭터...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아드님 캐릭터. 근데 좀 밉상입니다.)


 

 - 그래도 뭐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런 소소한 거짓말 정도는 또 납득해줄 수 있죠. 그런데 이 '안 들킬 거야!'에 대한 집착이 이야기의 구조까지 살짝 망가뜨립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없어요. '모두가 주인공!'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주인공이 없습니다. 이야기 시작시에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던 인물은 중반 이후로 공기가 되어 사라지구요. 새롭게 주인공처럼 나오던 인물도 나중엔 이게 주인공인지 빌런인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죠. 그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 사건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옮겨다닙니다. 예를 들어 그 집 엄마의 외도로 인한 가정 내 갈등 같은 게 그렇죠. 그냥 초반 떡밥 살포용으로 활용한 후 마지막엔 그냥 아예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리고... 그 외의 많은 부분들이 그렇습니다. 길지 않은 런닝타임 동안 상당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중 상당수는 마지막에 그냥 유야무야되거나 심플하게 버려져버려요.


 왜냐면 이 영화의 이야기가 철저하게 떡밥 살포와 진상 감추기. 이 두 가지 축에 집착하며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자연스런 전달이나 전체적인 그림의 균형, 완성도 보다도 '관객들 놀라게 할 거야!!!'를 극단적으로 우선시하다가 나온 결과물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큰 그림은 대충 이해가 되는데 디테일 측면에서 납득이 안 되거나 영문을 모르겠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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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사실은 이 분이 주인공... 일까요? ㅋㅋㅋㅋ 직업도 형사이니 그럴싸하긴 합니다만.)



 - 그래서 이렇게 반칙 난무에 개연성, 완결성 따위 내다 버린 이 영화는. 의외로 볼만합니다. ㅋㅋㅋㅋㅋ 네, 그럭저럭 흥미롭게, 재밌게 봤어요.

 일단 장면장면들의 의외성이나 긴장감들이 상당히 그럴싸합니다. 감독이 능력 없는 분은 아니었나봐요.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게 대체로 준수하구요.

 또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엉성함, 개연성 상실, 거짓말... 등을 눈치채게 되는 게 비교적 후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자꾸 황당한 상황들이 나오니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지?'라는 의문과 함께 '정답이 뭘까?'라는 궁금증이 강해지기 때문에 집중을 해서 보게 되는 거죠. 게다가 그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도 초반은 나름 앞뒤가 잘 맞는 답들을 툭툭 던져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개연성에 불만이 생기는 건 거의 막판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럭저럭 재밌게 본 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그리고 그 반전들 중엔 나름 괜찮은 것도 있거든요. 딱 한 장면이었지만 '아?' 하고 허를 찔린 기분이 드는 장면이 하나는 있었습니다. 이런 B급 스릴러 보면서 이런 장면 하나라도 건지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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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은 그저 이 개구리 가면맨이 주인공일 수도 있겠죠. 정답은 관객들의 마음 속에...)



 - 뭐 되게 이야기할 게 많은 영화는 아니어서 이쯤에서 마무리를.

 이야기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분들이 즐겁게 볼 수 있을 영화는 아닙니다. 앞서 말 했듯이 반전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춰진 부분들이 엉켜서 앙상하게 드러나는 영화니까요.

 하지만 그냥 가벼운 킬링 타임용 스릴러로, 나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진상을 추측하며 보는 재미를 찾는 분들이라면 '나쁘지는 않게'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을 속이기 위해 과장과 구라를 불사하는 제작진의 스피릿을 막 칭찬해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아무 특별함 없이 시간만 90분씩 강탈하고 기억에서 바로 사라져가는 그 많은 양산형 스릴러들 속에서 이 정도면 나름 존재감은 분명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그래서 저는 재밌게 잘 봤어요. 그리고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ㅋㅋ




 + 주인공... 인 줄 알았던 배우 때문에 봤습니다. 헬렌 헌트요. 세기말에 나름 뜰락말락 은근한 인기를 끌었던 배우였죠. 일단 Mad About You를 본 사람이 거의 없었던 한국 형편 기준으로 그렇단 얘기구요. ㅋㅋㅋ 암튼 확인해보니 제가 본 이 분의 마지막 작품이 '왓 위민 원트'로군요. 21년만에 뵈었습니다. 반가웠어요. 다만 나이를 먹으면서 인상이 좀 무서워지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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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가 좋았죠.)



 ++ 반전이라고 할만한 게 최소 3회 이상 등장합니다만. 그 중 첫 번째 반전은 수년 전에 히트했던 모 한국 호러 영화가 뙇! 하고 생각나더군요. 소재가 같을 뿐이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그 영화도 개연성은 대충 고이 접어 저~쪽에 치워 놓고 걍 설정 살리는 호러 장면들로 달린 영화였고 그게 꽤 그럴싸했죠. 비슷하다면 비슷하네요. 물론 그 영화가 무엇인지는 스포일러이니 안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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