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는 볼만했습니다. 주요 인물이 많음에도 각 캐릭터가 충분히 각인되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인공인 세르시의 캐릭터는 가장 매력이 없었습니다. 무슨 자애로운 대지의 어머니처럼 묘사가 되는데 그다지 결핍이나 약점이 없는 캐릭터여서 이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갈만한 게 없더라구요. 배우의 연기 문제인건지 연출의 문제인건지 몰라도(둘 다 인듯) 오래 전 떠나간 연인과 뜻하지 않게 재회하는 장면 및 그 이후의  묘사는 아리송하니 굉장히 밋밋하구요. 뿐만 아니라 이카루스와의 로맨스 연출은 정말 후지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이 와중에 리처드 메이든이 잘해주었다고 생각. 마동석은 마동석으로 나오고, 안젤리나 졸리는 확실히 존재감 있더군요. 셀마 헤이액도 좋았구요. 


전반부는 헐겁습니다. 현대에서 과거로 점프하는 구성이 영화의 흐름을 끊는 느낌. 과거를 오가는 게 매끄럽지는 않아요. 중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집니다. 극이 전개될수록 파워업하는 데비안츠는 마치 울트론을 떠오르게도 합니다만 셀레스티얼과 데비안츠, 이터널스 간의 관계에 대한 서사는 괜찮았습니다. 이 '울트론 데비안츠'와의 얘기를 좀더 풀어내면 좋았겠는데 워낙 펼쳐낼 이야기가 많다보니 적당한 선에서 후다닥 마무리를 지은 게 좀 아쉽습니다. 함께 본 가족은 셀레스티얼 관련 서사는 다음 편에서 나올 줄 알았다고 하니까요.  


액션은 별로 많지 않고 드라마 중심입니다. 초반과 클라이막스 액션이 좋았어요. 유머 타율은 매우 낮고, 저리 서툰 유머를 칠 거라면 아예 DC처럼 진중하게 가는 게 나았을지도요. 정말 안 좋았던 것 두 가지. 우선 음악입니다! 저는 정말 구렸습니다. 음악감독이 누구인지 찾아보니 왕좌의 게임을 작곡한 라민 자와디라는 사람이네요. 귀게 꽂히는 인상적인 테마는 하나도 없고, 기성곡 포함 음악 활용도 진부했습니다. 둘째는 사소한 거긴 한데, 이카루스 캐릭터의 결말이었습니다. 정말로 저기로 가버린다고? 장난해?? 라는 생각이; 


영화 시작 전 뒷줄에 앉은 초등학생이 "야, 이터널스 한다!" 소리내며 좋아하던데 잘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쿠키도 다 안보고 나간 것 같던데. 자, 이제 마블 시리즈에 대해 1도 알지 못하는 가족의 후기를 전합니다. 참고로 이 가족은 아이언맨이란 걸 예전에 영화관에서 봤었던 것 같긴 한데 지루하고 유치해서 중간에 나와버렸다고. 슈퍼 히어로 영화를 즐기지 않는 걸 알아서 왠만하면 혼자 보는데 오늘은 어쩌다.... 근데 재밌었댑니다! 하지만 그 초등생은 기대보다는 덜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트하우스 풍 무비를 잘 만드는 감독이 장르 영화를 잘 만드는 건 아니다, 라는 편견아닌 편견이 있는데 그 생각을 좀더 강화시켜주는 작품이 되긴 했어요. 물론 아닌 감독도 있죠. 데이빗 린치의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거든요. 여튼, 이터널스 다음 편이 나오면 보기야 보겠지만 영화관에서 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듄은 이보다 좋으면 좋겠습니다. 영상미는... 전 그냥 그랬습니다. 광활한 산과 바다 벽지를 배경으로 저녁식탁에 모여앉은 등장인물들이 인류애에 대해 토론하는 느낌. 영화적 경험? 그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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