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4 10:35
- 언제나 그렇듯 모두 게임패스 등록 게임입니다.
1. 망작 = 마블 어벤저스
- 이 게임에 대해선 이미 전에 글을 적은 적 있는데요. 그때 '엔딩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로 얘길 맺었는데 결국 엔딩을 봤습니다. 그래서 짧게만 적자면,
음. 최종적으론 실망스럽네요. ㅋㅋㅋ 그래도 싱글 모드 기준으로 캐릭터들 잘 잡았고 초반 스토리 전개도 괜찮다... 는 게 장점이었는데. 그 스토리가 그냥 갑작스런 급전개로 '와장창창!'하고 끝나 버려요. 이게 흩어진 어벤저스를 카말라 칸이 하나씩 설득해서 다시 모으는 내용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멤버를 모으고 나면 빌런이랑 뭔가 좀 일을 벌이다가 마무리하겠지... 했는데 마지막 멤버를 영입하고 나니 아무 사건도 없이 다짜고짜 '우워어 최종 결전이다!!!!!' 하고 빌런 쥐어팬 후에 끝.
그나마 마지막 스테이지는 스케일 와방 크면서 화려한, 동시에 캐릭터들 특성도 잘 살리는 연출들이 많이 나와서 괜찮았습니다만... 그걸 또 칭찬할 수가 없는 게, 당연히 게임 내내 이랬어야죠. 기승전결 중에 승과 전을 모두 멀티 플레이맵 뺑뺑이로 때워 놓고 기와 결에만 힘을 주면 뭐합니까.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이 승과 전이었는데요.
2. 폭망작 = AI: 솜니움 파일
- 일단 간략하게 게임 소개를 하자면. SF와 결합된 수사물의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무의식 속으로 침투해 구경다닐 수 있는 싱기방기한 기술을 경찰청 일개 직원(...)이 개발해서 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미래인데요. 그 일개 직원은 사람 눈알만한 사이즈의 만능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어서 마침 눈알이 하나 부족했던 주인공에게 넣어줬죠. 그래서 이 양반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 죽이고 눈알을 빼내는(...) 연쇄 살인마를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장르는 어드벤쳐인데, 실제로는 그냥 화면에 뜨는 사람들 모두와 대화를 와장창창하고 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또 대화를 와장창창... 이게 95%쯤 되니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고 봐야겠습니다. 가끔씩 주인공이 남의 무의식에 침입할 때는 뭔가 게임 비슷한 게 나오긴 하는데 비중은 적어요.
- 근데 비주얼 노벨인 건 괜찮아요. 그건 그냥 장르잖아요. 그리고 전 그런 게임도 잘 합니다. 다만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스토리가 중요한 것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시작부터 끝까지 레알 오타쿠의 뇌와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세계, 가치관, 사고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그냥 오타쿠 소망 성취 환타지에요. '슈타인즈 게이트'도 그랬고 '단간론파'도 그랬죠. '본격 추리물로서 스토리 완성도는 훌륭한 편'이라는 평가에 낚여서 해 본 건데, 애초에 그 평가를 한 사람들이 그 레알 오타쿠 중 하나라는 걸 간과한 저의 잘못(...)
재미고 뭐고를 떠나서 두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1) 이런 게 점점 메인스트림에서 비중을 넓혀가는 걸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산업의 막강함도 영원하진 않겠구나
2) 이렇게 기본도 안 된 이야기가 (팬들에게) 극찬을 받는 걸 보면 이쪽 팬들은 진짜 그냥 이런 것만 보고 즐기는가보다...
- 전체 분량의 대략 1/3 정도까지 하다가 결국 못참고 삭제했습니다. 그 다음 위키 사이트를 뒤져 이후 스토리를 끝까지 다 확인해 보았죠.
음. 제 선택은 옳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추리 같은 건 끝까지 없었고 사건의 진상은 허랑방탕하고 결말도 당연히 매우 오덕스럽고...
하긴 뭐 초등학생 여자애가 쇠파이프 들고선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갱단 수십명을 한 번에 다 쥐어 패는 이야기에서 뭘 더 바랄 수 있겠습니까만.
그냥 그런 생각만 남네요. 뭐 어차피 특정 집단을 타게팅해서 만든 물건이고 그 집단만 만족한다면 존재 가치는 충분하겠습니다만.
명색이 '비평'을 한다고 간판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이딴 걸 '완성도 높고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칭찬하는 건 도대체...
3. 수작 = 언패킹
- 도트 갬성 뿜뿜하는 인디 게임입니다. 근데 컨셉이 특이해요. 간단히 말해서 이삿짐 풀어서 집정리하는 게임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도 모습을 안 비치는 한 여성이 주인공이에요. 그리고 게임은 이 여성의 십대 시절,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짐 풀기 행적을 따라갑니다. 중간중간 컷씬도 없고 다른 연출도 전혀 없구요. 대사도 새로운 스테이지 시작하거나 끝날 때 딱 한 줄 정도 나와요. 진짜로 그냥 짐 풀기만 반복하다 끝나는 게임입니다.
- 근데 그러면 게이머는 어떤 체험을 하게 되냐면...
일단은 박스 뜯어서 나오는 물건들의 적절한 자리를 잡아줘야겠죠. 집의 가구들은 이미 다 배치가 되어 있으니 방의 생김새를 보고 적절한 위치를 찾아주는 것. 이게 메인입니다. 예를 들어 남비를 책상 위에 올려 놓거나, 샴푸를 싱크대 옆에 두거나 하면 스테이지 클리어가 안 되는 식.
그리고 물건을 배치할 때 늘 아주 조금의 여유 공간 같은 게 있어서, 현실에서도 정리 좋아하시고 깔끔 단정한 모습 좋아하는 분들은 게임에선 굳이 요구하지 않는 정리력을 조금 더 발휘하셔도 됩니다. 예를 들어 책장에 책과 노트들을 따로 꽂아둔다거나. 선반 위의 장식품들을 비슷한 성격끼리 묶어둔다거나. 물론 전 그렇게까진 안 했구요. 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스를 뜯어서 나오는 물건들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이 주인공의 인생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대학 갈 때쯤 독립해서 따로 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가, 동반자를 만나서 함께 살고... 와 같은 식의 이 얼굴도 모를 양반의 인생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되구요. 전에 쓰던 물건이 또 나오고 또 나오는 걸 보면서 반가워하고. 그렇게 계속 나오는 물건들이 점점 낡아가는 걸 눈치채면서 세월을 느끼고. 그 물건이 결국 사라짐을 확인하고 나면 진짜 이유 없이 아쉽고 안타깝고... 뭐 그렇습니다.
가끔은 좀 코믹한 부분들도 있어요. 사진 한 장이 자꾸만 제 자리를 못 찾는 겁니다. 다른 사진들이랑 같이 붙여 놔도 그 사진 한 장만 계속 에러가 되어서 클리어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도대체 왜 이래... 하고 짜증내다가.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흐릿한 도트 그래픽이나마 아마도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인 듯 한 거에요. 그래서 서랍장에 넣고 문을 닫아 버렸더니 클리어가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생각을 하는 거죠. 아, 이 분 어지간히 빡치셨지만 또 차마 버리지는 못하셨구나.
- 그냥 이게 답니다.
돈 주고 사면 얼마인가 확인해보니 2만원이구요. 플레이 타임은 두 세 시간 정도 되는 것 같구요.
짧은 길이 대비 좀 비싸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고 또 전 어차피 구독 서비스로 추가금 없이 했으니까요. 그래서 늘 평이 관대합니다
게임패스 유저분들에게 매우 추천하구요. 그게 아니시라면... 뭐 각자 현명하게 판단하시면 되겠죠. 시간 당 만원!!! <-
2021.11.04 11:09
2021.11.04 13:26
결국 하셨군요! ㅋㅋ 전 B사이드는 아예 없는 셈치고 그냥 엔딩만 봤어요. 그것까지 마스터하자니 너무 고행길이 될 것 같아서... 하하.
원래 마소 스토어가 늘 언제나 제정신이 아닌 것도 있구요. PC에는 있는데 콘솔에는 없다든가 그 반대라든가... 이런 경우도 되게 많구요. 게임패스 등록 기간도 PC다르고 콘솔 다르고 그렇습니다. 좀 귀찮죠.
2021.11.04 15:45
언패킹은 단순 퍼즐게임인줄 알았는데 나름 내러티브가 들어있군요 ㅎ 흥미가 동하네요. 그러나...이미 성역에 매인 몸...살려주세요. 요새는 서버도 안 나가서 쉴 수가 없습니다. ㅋ
그래도 용케 짬을 내어서 에이지4는 조금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시대착오적이면서 그래서 어쩐지 안심이 되는 편안한 느낌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일단은 그냥 전통적인 에이지오브엠파이어 느낌이더라고요. 의외로 중간중간 다큐멘터리가 아주 퀄리티가 좋더군요. 다큐를 사니 게임을 끼워줬다는 농담도 도는 모양이에요 ㅎ 호라이즌5도 미리 받아두었습니다. 21세기 찬란한 그래픽의 게임을 만나면 이깟 20세기 게임 따위 접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PC는 잇 테익스 투도 올라왔군요. 안사길 잘했네요 ㅎㅎ
2021.11.04 20:02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걍 2편을 베이스로 그래픽 업글하고 소소하게 향상시킨 정도로 만들어놨다고 하더라구요. 전 잘 몰랐지만 시리즈 팬들 중에 2편 팬이 워낙 많아서 일단 안전빵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고 그래서 원래 팬들도 좋아하고 있다고.
포르자 호라이즌5가 좋은 게임이긴 하겠지만 (이미 평도 아주 잘 나오고 있구요) 음... 디아2에 매인 몸을 구해줄 게임이 과연 존재할까요. ㅋㅋㅋ 어차피 호라이즌은 어디 안 가니 나중에 천천히 즐기셔도 뭐.
잇 테익스 투가 나와서 좋긴 한데 제목 그대로 2인용 강요 게임이라 좀 애매하네요. 나중에 같이 사는 분한테 한 번 해보자고 그래봐야겠어요. 평은 압도적으로 좋으니까요.
아. 그리고 콘솔로도 올라왔어요. 심지어 클라우드도 지원합니다만 2인용 게임이라 클라우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2021.11.04 23:14
어벤저스는 초반에 카말라 중심으로 진행될 때는 정말 좋았는데 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스토리가 좀 산만해지고 초반의 힘을 잃더군요. 그래도 저는 스토리 캠페인은 꽤 재밌게 했어요.
이 게임은 참 애매한 게.. 캐릭터의 개성을 녹여낸 전투가 생각보다 괜찮은데, 전투의 재미를 느끼려면 만렙까지 올려서 스킬을 다 찍어야 하거든요. 근데 그러려면 엔딩 이후의 컨텐츠를 지루하게 반복해야 하고..;;
좋은 점들은 꽤 있는데 그걸 잘 못 살려서 아쉬운 게임이에요.
2021.11.05 00:42
스토리 중반을 지루하게 멀티맵 돌려 막기로 때우지만 않았다면 저도 아주 호평을 했을 것 같은데요. 그거랑 막판 급마무리 때문에 좀 맘 상하더라구요. ㅋㅋ 말씀대로 저도 초반에 카말라 중심으로 전개되는 부분은 아주 재밌게 했습니다. 끝에서의 카말라 마지막 활약도 맘에 들었구요.
그리고 전투는... 멀티 플레이어에 중심을 두느라 싱글 플레이 경험을 해쳐 버린 경우죠. 선택이 주어지긴 해도 결국 스토리만 보고 끝내려면 히어로 중 많아야 하나 둘 밖에 제대로 못 키우고. 다른 애들도 다 키우려면 단조롭기 짝이 없는 사이드 미션들을 엄청 많이 해야 하고. 캐릭터 하나하나는 재밌게 난장 부릴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놨는데...
그냥 게임의 전체적인 설계를 망쳐버리니 부분부분 존재하는 분명한 장점들까지 싹 다 묻혀 버린 느낌입니다. 본문엔 살벌하게 '망작'이라고 적어 놨지만 저도 아쉽단 마음이 컸어요.
대략 b사이드는 겨우 2~3개 클리어하고 챕터8 하다 관뒀는데도 1만 데쓰 가까이 하곤 아몰라 하고 접었어요.ㅋㅋㅋ
근데 처음 소개글 읽었을 때 검색해봤는데 없어서 그냥 잊고 있었는데 곧 종료한다고 떠서 막판에 불태웠는데 왜 그땐 안 나왔는지 이상하다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