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세상의 모든 계절'처럼 훌륭한 영화를 보고 나니 뭔가 허접한 걸로 중화를 시키고 싶어서 골라봤어요. (왜;;;)



 1. 근래에 개봉한 거 말고 원조, 오리지널 '수어사이드 스쿼드' 얘깁니다. 마고 로비 할리퀸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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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는 예뻤어요. 포스터는...)



 - 음. 일단 명불허전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어디부터 시작해서 정확하게 뭐가 문제였나?' 하고 따져보는 게 무의미할 정도. 총체적 난국 그 자체. 그래도 소감글을 쓰겠답시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가장 큰 것 몇 가지만 말해 보자면...

 

 1) 일단 이게 아무리 봐도 미치광이 빌런팀으로 보이질 않습니다. 어쩌다가 나쁜 일을 저지른 착한 애들. 과장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실제로 그렇게들 묘사가 됩니다. 윌 스미스의 데드풀은 말할 것도 없고 아예 정체성과 능력이 '광녀'인 할리 퀸도 그저 잘못된 사랑에 올인한 사랑꾼일 뿐이고. 그러고보니 얘들 리더격인 군인 아저씨도 사랑꾼, 불 뿜는 엘 디아블로 아저씨도 사랑꾼. 그야말로 'Love actually is all around'군요. 심지어 조커마저도 사랑에 미쳐버린 가련한 남자로 보일 지경이니 이게 뭐... 


 그래서 그냥 포기하구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범죄의 길로 들어선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연대하는 따스한 내용의 액션 영화'로 생각하고 봤습니다.



 2) 근데 그것도 잘 안 됩니다. ㅋㅋㅋ 영화가 진짜 대충 만들어졌어요. 도입부 인물 소개를 봐도 괴상합니다. 데드샷과 할리퀸만 시간 들여 설명하더니 본론 들어가다가, 중간에 갑자기 인물 소개가 몇개 추가가 됩니다. 그러더니 나중엔 하나가 더 추가되고 인물 소개는 뒤에 따라와요. 대충 인물 비중별로 급을 나눈 것 같은데 여기까진 어떻게 이해를 해준다 쳐도, 영화 전체가 이런 식이라 문제입니다. 데드샷과 할리퀸 말고 나머지는 그냥 머릿수 채우기 이상의 의미가 없어요. 갸들 말고 대충 아무 애들이나 데려다 놓고 아무 거나 시켜도 영화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액션씬들도 문제입니다. 아무 아이디어가 없어요.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연계해서 콤보를 먹이는 연출이 필수인 장르이지만 그런 게 없구요. 그런 건 둘째치고 그냥 기본적으로 액션이 무논리, 무사고의 극치입니다. 예를 들어 그 '마녀'의 병사들을 처음 만났을 때. 우루루 몰려오는 병사들에게 군인들이 중화기로 탄막을 쳐보지만 끄떡도 안 하고 마구 달려오거든요. 그래서 막 당하다가 이제 수어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이 싸움을 개시하니... 그때부턴 총알을 맞으면 죽습니다. ㅋㅋㅋㅋ 심지어 할리퀸의 나무 배트로도 원킬이에요. 그냥 '처음엔 적들 무섭고 강한 거 보여주고 그 다음엔 스쿼드 멤버들 능력 보여주자'는 계획만 세워 놓고 액션의 논리는 신경도 안 써 버린 거죠.


 마지막 전투도 그래요. 전 여기서 진심 놀랐는데, 최종 빌런 2인조 중 더 센 놈 하나를 그냥 멤버들 중 한 명이 쌩뚱맞게 '각성'해서 혼자 힘으로 쥐어 패버리는 전개로 해결합니다. 뭐죠. 이런 각본을 쓰고도 돈을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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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를 살려줄 것도 아니고 협력 플레이를 보여줄 것도 아니면 '팀'은 대체 뭐하러 짜는 건데요?)



 3) 마지막으로... 시종일관 되게 센스있는 척 하는데 그게 안 됩니다. 음악 사용도 그렇구요. 자막 폰트나 이미지들로 계속 뭔가 힙함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아예 구린 것까진 아니지만 '응. 멋지지 않아'라는 반응이 자신있게 나올 정도로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종종 민망한 기분도.



 - 결론적으로 뭐. 봐줄만한 건 마고 로비의 할리 퀸 뿐인데 할리 퀸이 매력 터지게 나오는 장면은 거의 모두 예고편에 있습니다.

 마고 로비를 캐스팅한 담당자와 마고 로비를 담당한 스타일리스트에게 이 영화의 대박 흥행 공을 돌려야 하지 않나... 싶었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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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고 로비가 영화를 구한다. 100%는 무리였지만 그냥 어느 정도는?)




2. 6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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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기준은 둘째 치고 당시 기준으로도 촌스럽고 괴상한 포스터였죠)



 - 이젠 기억하는 분들도 많지 않을 것 같은 영화인데요. 그 당시에 봐도 참 구리고 민망했던 이 포스터 덕에 '얼마나 구릴지는 궁금하네'라는 마음을 21년째 품고 있다가 드디어 보았습니다. 고마워요 넷플릭스.

 근데 충격적인 건 뭐냐면, 생각만큼 구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 '생각만큼'은 사람마다 매우 큰 편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므로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주시구요. ㅋㅋㅋ 암튼 망작, 괴작까진 아니에요. 그냥 싱겁고 모자란, 세기말 범작 SF 액션 블럭버스터의 모든 것을 갖춘 영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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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면 좀 덜 괴상한데 암튼 아놀드 아저씨 표정 넘나 편안한 것...)



 - 대략 이런 얘깁니다. 2000년 개봉 연도 기준으로 근미래에요. 정확한 연도는 안 나오구요. 근미래라기엔 자동차나 항공기 자동 운행 기술이나 홀로그램, 무기 등등 종합적으로 과학 기술이 대대적인 발전을 이룬 (하지만 역시 핸드폰은 발전을 못한 ㅋㅋ) 근미래입니다. 사실은 생명 복제 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는데 그 와중에 인간 복제를 시도하다 대참사가 한 번 일어나서 인간 복제는 실행은 커녕 연구조차 중범죄가 되어 버린 상황이구요.

 주인공은 헬리콥터 -> 비행기로 가변이 가능한 재미난 물건 두 대를 갖고 전세기 회사를 굴리는 아놀드옹이죠. 멋진 아내와 예쁜 딸래미를 키우며 알콩달콩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유명한 갑부 아저씨를 하루 태워준 후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퇴근해서 집에 와 보니 자기랑 똑같은 사람이 자기 대신 생일 파티를 하고 있고, 이걸 어째야 할지 생각도 하기 전에 킬러들이 들이닥쳐서 자길 죽이려드는 거에요. 이제 우리 사장님은 목숨을 건 탈주 속에서 사건의 진상도 밝히고 가족도 되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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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 여전사라면 대략 이렇게 생겨서 이런 헤어컷을 하고 이런 염색을 한 후 이런 가죽옷을 입어주셔야...)



 - 과학적으로 따지면 웃기는 얘깁니다. 인간 하나를 털끝 하나까지 똑같은 상태로 복제하는데 30분 밖에 안 걸린다는 것부터 괴이한데 복제 시도 시점까지의 기억까지 모두 전송된다는 설정까지 가면 그냥 웃음만 나오죠. 과학이 아니라 마술 지팡이입니다. 

 근데 '일단 그게 가능하다 치자'고 넘어가주고 나면 영화가 그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건드리며 열심히 숙제를 합니다. 네, 뭔가 진짜로 열심히 숙제해 온 학생의 과제 검사하는 기분이에요. 인간의 완전한 복제가 가능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2시간 3분 이내로 논하라.

 

 그리고 굉장히 정겨운 기분이 드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세기말 SF영화들이 대체로 그랬듯이 뭔가 미술 시간에 '10년 후 우리 미래의 삶을 그려보세요'라는 느낌. 홀로그램&인공지능 여자친구라든가 다 떨어진 식료품을 터치 한 번으로 자동 주문해주는 냉장고라든가 광선총(!) 등등 지금 보면 피식피식 웃음 나오는 아름다운 미래의 비전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보고 있으면 참 정겹고 좋아요.


 다만 문제는... 그 많은 설정과 떡밥들을 다 그냥 '건드리기만' 하고 넘어간다는 겁니다. 보다보면 애초에 각본 쓴 사람이 그런 이슈들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사실 작가님의 생각은 도입부에서 아놀드 아저씨가 단호하게 한 번 정리해서 외쳐주시거든요. '그건 신에게 맡길 일이야!' 

 이런 생각을 갖는 건 자유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SF를 쓴다는 건, 그것도 자기가 선택한 핵심 아이디어에 대해 깊이 공부도 안 하고 쓴다는 건 좀 문제죠. 결과적으로 열심히 건드려대는 그 수많은 떡밥들이 다 무의미해지고 초등학생도 쉽게 할 수 있는 생각 하나만 내세우는 얄팍한 이야기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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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생체인형! 인데 그냥 개그나 좀 하다가 퇴장합니다. 일단 이렇게 생긴 게 인기 폭발이란 것부터가 설득력이...)



 - 그리고 작가님은 애초에 그 SF 아이디어들을 갖고 뭔가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데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핵심은 액션과 볼거리죠. 원격 조종 헬리콥터를 이용한 액션, 죽여도 죽여도 금방 다시 살아 돌아오는 킬러들, 삐용삐용 광선총 싸움,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놀드 둘이 힘을 합쳐 적들의 목을 꺾는다.


 근데 안타깝게도 이 쪽으로도 그다지 성공은 못하셨습니다. 이 영화의 싱기방기한 과학 기술들은 조악한 미술 디자인 때문에 그냥 다 좀 90년대풍으로 유치해보이구요. 아놀드 할배와 자객들이 벌이는 액션은 그저 쏜다, 피한다, 아놀드 대신 뭔가 터진다, 때린다, 맞는다, 더 세게 때려서 이긴다... 이렇게 아주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장면들을 멋없게 반복하구요. 결정적으로 아놀드는... 하하. '이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였다는 걸 참 오랜만에 깨달았어요. 이 영화가 나온 2000년이면 이미 경력 쌓을만큼 쌓고 배우로서 절정기를 지나고 있었을 때인데요, 갓 데뷔한 발연기 신인을 보는 기분이더라구요. 그런데 그 발연기 신인이 x2인 것입니다. ㅋㅋㅋㅋ 누군가의 발연기를 보면서 신나고 즐겁게, 원없이 비웃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를 보세요. 최고의 선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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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중인 련기파 배우 아놀드옹!)



 - 근데 뭐랄까... 이게 의외로 시간은 잘 가요. 계속해서 하나씩 던져주는 '미래 상상화' 장면 하나씩 보면서 그 정겨운 고색창연함에 웃고, 아놀드 아저씨의 압도적인 생활인 연기를 보며 웃고, 웃는 중간에는 '우당탕쿠당!'으로 요약되는 액션 장면들 보며 시간 죽이고. 이러다 보면 두 시간이 금방입니다. 지루한 영화까진 아니었어요. 적어도 직전에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단 훨씬 낫더군요. 얜 그래도 컨셉이라도 확실히 잡고 애를 쓰잖아요.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그리고 다들 그저그런 가운데 헬리콥터 액션 하나는 괜찮았어요. 요즘 기준으론 그냥 흔한 게임 컷씬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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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홀로그램 여친. 역시 드립 소재로만 조금 쓰이고 넘어갑니다.)



 - 혹시나 해서 다시 말하지만 이것 역시 못만든 영화입니다. 절대 추천하는 거 아니구요.

 그냥 세기말 (허접) SF 영화 갬성이 워낙 낭낭해서 추억 구입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봤구요. 

 또 아놀드 아저씨의 발연기력을 오랜만에 실감했다는 점에서 괜한 보람 같은 것도 좀 느꼈구요.

 결정적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 직후에 본 영화였다는 거. 음. 이게 되게 중요하겠군요.

 암튼 이렇게 20년을 미룬 숙제 하나를 또 끝냈습니다. 할렐루야. 이젠 '엔드 오브 데이즈'를 볼 차례...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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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무후무한 최고의 연기 대결이 시작된다!!!)



 + 그러고보면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서 아놀드의 발연기가 그나마 덜 강렬하게 느껴졌던 건 영화의 컨셉 덕이었던 것 같네요. 허황된 영화 속에서 허황됨을 맡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ㅋㅋㅋ



 ++ 아저씨 여기 왜 나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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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나마 이 영화에선 거의 유일하게 '연기'란 걸 보여줄 건덕지가 있는 캐릭터였으니 캐스팅 자첸 잘 한 것 같기도.


 +++ 그나마 몇 안 되는 '멀쩡한 재미'를 선사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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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 헬리콥터님들이십니다. 저 두꺼운 로우터가 뒤로 접히면서 제트 추진 비행기로 변신해요. 말이야 되건 말건 재밌어 보이는 장난감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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