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링거(1988)' 봤어요.

2021.10.18 11:13

thoma 조회 수:787

Dead Ringers,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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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데드링거'. 

보신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저는 최근에야 봤습니다. 오래된 영화라 내용 다 드러내며 쓰겠습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엘리엇, 베벌리 쌍둥이 형제 연기를 합니다. 둘은 산부인과 의사라는 같은 직업을 갖고 같은 병원 근무를 하며 한 집에 삽니다. 어릴 때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쭉 떨어지지 않고 함께 생활했어요. 그 둘은 사람들이 자신들과는 참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엘리엇이 외향적이고 약빠른 면이 있어서 대외적인 일을 주로 맡고 베벌리는 그 반대 기질이 강합니다. 내성적이고 약하고 부드러워요. 그 둘 사이에 배우가 직업인 클레어가 등장해서 베벌리의 마음을 앗아가게 되고,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을 공유하던 이 둘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둘의 관계에 위기가 온다는 것은 각자의 사회적 역할 수행이나 직업에까지 문제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서로 역할을 나누었긴 해도 워낙 모든 것을 공유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인분의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리고 어디를 어떻게 구분하여 나눌 것인가, 라는 문제는 대외적인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 각자의 정신도, 영혼이 있다면 영혼도 혼란에 처합니다. 극심한 분리불안과 처음 당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횡포에 베벌리는 약에 의지하게 되고 더욱 상황은 악화됩니다. 

엘리엇이 조금 더 똑똑할까요? 아니 엘리엇이 '베이비 브라더'라고 시종 부르는 베벌리를 조금 더 사랑하는 걸까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은 것 같이 보입니다. 엘리엇이 타인을 사랑하지 않았고 자신들에게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기질이라 그런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베벌리를 위해 수술대 위에 눕는 것은 엘리엇입니다. 하지만 베벌리는 엘리엇과 결별하지 못합니다.


1.  도입부에 자막과 함께 수술도구와 여성의 복부 내부구조가 그림으로 나옵니다. 음악은 매우 로맨틱한데 중세 분위기의 그림체로 태아와 자궁 그림이 나와요. 역겨울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특이하고 좋았습니다. 본 영화에는 여성들에게 더 위협적이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장면이 있는 영화입니다. 산부인과라는 장소 자체부터 그러하니까요. 엘리엇과 베벌리는 어릴 때부터 여성의 신체에 관심이 지대합니다. 이 둘은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는 이해할 수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곳이고 둘이 함께 안전하고 완벽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2.  깊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예전에는 일란성 쌍둥이라면 남들이 자신의 고유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혼동하고 심지어 이상하게 보는 것이 참 불편, 불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이가 또 있다면... 지금은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한 것인데 '괜찮겠는데...'입니다. 설명 안 해도 서로 이해되는 편이고 편하며 덜 외로울 테니까요. 이제 남들 앞에서 고유성을 내세우거나 남들 눈이 중요할 시기가 아니라서일까요.

3.  엘리엇과 베벌리는 한 인물의 양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엇이 사랑의 혼란에 고통스러워 눈물, 콧물 흘리는 베벌리에게 '사랑일 리 없다. 이렇게 힘든 게 사랑일 리가 없잖아'라고 달랩니다. 하지만 그가 틀렸...겠죠? 엘리엇은 사랑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4.  실화가 있다고 합니다. 쌍둥이 부인과 의사, 약물 중독과 죽음. 이런 것이 실화일 수 있다니. '데드링거'는 꼭 닮은 사람을 뜻하는데, '트윈스' 라는 제목을 누가 이미 써버려서.

5.  제레미 아이언스의 익숙한 두 가지 모습이 완성체로 표현됩니다. 말쑥하고 냉정미 철철흐르는 모습과 찌질하고 결정장애의 불안한 모습. 팬이라면 보시면 좋을 듯.

6.  제레미 아이언스의 1인 2역은 예상된 호연이지만 클레어 역의 배우도 연기가 넘 좋았어요. 주느비에브 뷔졸드, 이분 어디서 봤더라 찾아보니 '천일의 앤' 주연 배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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