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질문

2021.08.26 14:13

어디로갈까 조회 수:699

어제, 반드시 회사 현장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재택 근무 중 간만에 출근했습니다.  며칠만에 저와 대면한 팀의 깐족 막내가 난데없는 질문을 하더군요. "물리학에 경도된 이유가 뭐예요?" 피식 웃음으로 넘기지 않고 또렷하게 답해줬습니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세상이 크고 넓다는 걸 나는 좀 일찍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걸 막연히 느꼈는데 왜인지 그 앎에는 물리학이 가장 적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우리 내면에는 마음 뿐만 아니고 정신의 에너지도 흐르고 있고 이것에다 어떻게 방향을 정해주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 식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갔는데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독신으로 사시면 성적인 욕망과의 갈등은 없으신가요?" 

제가 이런 질문을 한두 번 받아봤겠습니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요. 고수답게 이렇게 친절하게 답해줬습니다.
"그건 오래 전에 프로이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연구에서 주장한 내용을 함 읽어보면 다 이해돼요. 나는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일기>라는 책에서 그의 인용구로 읽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찾울 수 있을 겁니다.

그 책엔 다빈치가 어떻게 성적인 힘을 학문과 예술에 향하게 하면서 파괴적인 욕구를 생산적인 힘으로 변화시켰는가라는 생각이 담겨 있어요. 후기 프로이트에게서  매우 특징적인 관심사가 이 대목에 반영되어 있고요. 타나토스와 에로스가 있다면 이 둘의 긴장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공익을 위해 어떤 쓸모 있는 존재로 변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전제되어 있지만요. 
더불어 인간은 이 세상에 살러온 존재이며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랑하는 것도 능력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에요. 흠흠"

뻘덧:  은사님이 쓰시는 독서대는 여러 개의 책을 동시에 놓을 수 있는 독서대입니다. 프랑크푸르트의 가톨릭 대학에서 선물받으셨다더군요.  이건 서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데,  미사에서 성경 올려 두고 쓰던 독서대에서 이렇게 확장된 거였죠.
책을 여러 권 동시에 펼쳐 두고 참조할 수 있는 독서대라 매우 편합니다. 여러 자료를 놓고 모니터도 보고 책도 펼치고 할 수 있죠. 이를 두고 '조직화된 무질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갖고 싶은 물건이에요. 깐족 막내가 구해봐주겠대서 설레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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