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이고 런닝타임은 2시간 15분. 장르는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대충 '대부' 같은 거(...)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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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원제는 그냥 '수부라'입니다.)



 - 배경은 2011년입니다. 장소는 로마와 그 인근. 시작부터 사람이 여럿 죽어요. 그래서 장면 소개는 생략하고 걍 도입부 내용을 요약하자면,

 로마 인근의 '수부라'라는 낙후된 지역을 이탈리아의 라스베가스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됩니다. 당연히 여기엔 부패한 정치인들과 종교계 인사, 마피아들이 부글부글 달라붙는 거죠.

 그 와중에 미성년자한테 약 먹이고 성매매하다 갸가 죽어 버려서 위기에 처한 국회의원 하나가 그걸 덮으려다 마피아에게 약점을 잡혀 '수부라' 지역 개발 법안 통과의 중책을 떠맡게 되구요. 그 떡밥을 덮썩! 문 마피아들이 또 서로 냄새를 맡고 싸움을 벌이고. 그러다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민간인들 두엇이 나오구요.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사무라이'라는 별명의 나이 든 마피아 거물 하나가 있고... 뭐 대충 이런 이야깁니다. 등장 인물이 많은 편이라 더 자세히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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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주인공이랄만한 캐릭터가 따로 없는 영화라 걍 제일 주인공처럼 생긴 애 짤로 시작을...)



 - 처음에 '대부'랑 연결을 지어놨는데 뭐 설마 완성도도 대부급이길 기대하는 분은 안 계시겠죠. 그런 영화였다면 지금껏 사람들이 모르고 지냈을 리도 없구요. ㅋㅋ

 컨셉을 명백하게 밝혀 놓자면, 범죄 오락물입니다. 가벼워요 아주. 그리고 사람들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아주 성실하게 듬뿍 넣어줍니다. 노골적인 섹스, 누드 장면들도 여러번 나오고 폭력 장면들도 자극적으로 연출이 되어 있구요. 애초에 정치, 조폭, 종교계의 결탁 같은 소재 자체도 이런 오락물에서 가볍게 소비되기 좋은 소재죠.


 이탈리아 정치인들... 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부패와 경찰들도 엄두를 못 내는 조폭들 문제. 시민들의 분노. 이런 게 다 나오긴 하고 작품의 연출 의도도 그것인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영화는 가볍습니다. 특별한 주인공 없이 모든 인물들이 다 비슷한 비중으로 서로 얽혀가며 전개되는 구조인데 그 중 누구 하나 깊이 있게 다뤄지는 사람도 없구요. 그냥 '우리 나라 꼴이 이 모양이다! 우린 다 망했어 크핫핫하하!!!' 라는 메시지(?)를 자극적인 양념, 향신료 팍팍 뿌려서 재밌게 보여주는 게 목표인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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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러 돌아다니느라 바쁘신 '사무라이' 할아버지. 배우가 잘 해줘서 나름 카리스마는 있었네요.)



 - 그래도 나름 미덕이 있습니다.


 일단 그 조미료향 가득한 오락물로서 제 역할을 합니다. 폭력, 섹스, 거듭되는 다양한 인물들에게 쉬지 않고 쏟아지는 위기와 반전. 지루하지 않게 두 시간 십 오분이 훨훨 잘 흘러가요.


 그리고 화면 때깔이 대단히 좋습니다. 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상당히, 아주 많이 좋아요. 감각적으로 폼 나고 보기 좋게 화면을 잘 잡을 줄 아는 감독이더라구요. 돈을 좀 들였는지 엑스트라가 많이 동원된 군중씬들 같은 것도 몇 번 나오는데 그것도 스케일 큰 느낌으로 잘 연출됐구요. 덕택에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한층 더 럭셔리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야기도 뭐, 최소한 관객들이 뭘 원할지를 알고 거기에 충실하게 잘 맞춰줍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영화가 의도한 정치적 메시지 같은 것도 결말부에서 콕 찝어 줘서 '걍 무의미한 폭력물 두 시간 동안 봤네'라는 자괴감 들지 않도록 배려해주고요. 뭣보다 스토리상으로 가려운 곳 남기지 않고 대략 후련하게 마무리해줍니다. 상업 영화로서 중요한 미덕이죠. 어차피 이게 뭐 이탈리아에 만연한 부패를 심층적으로 파해치자는 영화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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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뒤져봐도 '화면빨' 잘 나온 짤이 없어서 그냥 등 터진 새우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 결론을 내자면 이렇습니다.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보고 나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그런 영화 절대 아니구요.

 그냥 준수하게 잘 뽑힌 오락물입니다. 보고 듣고 하는 재미도 충실하구요.

 이런 류의 범죄물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제 취향은 아니라서 막 호평하고 추천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심심하지 않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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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조폭=마피아니까 이런 대가족 장면은 필수 요소겠죠)



 + 이야기의 배경인 2011년에는 사실 꼭 그랬어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왜 있잖아요. 한국의 정치 현실에 한숨이 나올 때마다 '그래도 저기보단 훨씬 나아!'라는 상대평가의 행복을 가져다줬던 그 분. 이탈리아의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요. 그 분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연도거든요.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이름이나 모습이 드러나진 않지만 명백하게 그 분 치하라는 설정이고, 그거랑 관련된 전개가 막판에 나옵니다.


 생각난 김에 이 양반 어떻게 사나... 하고 찾아봤더니 뭐. 감옥도 안 가고 작년엔 53세 연하(...)의 애인과 꽁냥꽁냥 잘 살고 있다는 기사가 떴었네요. 하하. 이탈리아, 너란 나라는...



 ++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님은 이 작품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헐리웃에 진출하셨죠. '시카리오' 속편을 만든 양반입니다. 이 영화 속 대형 마트 총격전 장면 같은 걸 보면 시카리오 만들려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만도 했겠다 싶어요. 뭔가 약간 비슷한 느낌이 있거든요.

 아마존 프라임이 자꾸 보라고 들이미는 톰 클랜시의 'Without Remorse'도 이 양반 영화였고 지금은 '콜트'라는 제목의 서부극을 준비 중인 모양이네요. 이탈리아 감독에 이탈리아 각본으로 만드는 서부극이라니, 누군가가 스파게티 웨스턴의 부활이라도 꿈꾸는 걸까요.



 +++ 장 위그 앙글라드. 기억하십니까. 8090 한국 시네필들이라면 대략 기억하실 그 분... 이 잠깐 큰 비중 없는 역할로 나옵니다. 베티 블루는 왠지 지금 보면 되게 재미 없을 것 같아요.



 ++++ 이 영화가 꽤 히트였는지 프리퀄 드라마도 만들어져서 넷플릭스에 있다고 합니다만. 굳이 찾아보고 싶진 않네요. ㅋㅋ 보니깐 제작진도 완전히 다르고요. 제목은 그냥 '수부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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