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에 런닝 타임은 1시간 58분. 장르는... 아트하우스 호러/스릴러라고 해둘까요. ㅋㅋ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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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 이미지에 꽂히셨다면, 영화를 보셔도 좋습니다. 아... 사실 그렇진 않은데.)



 - 첫 장면은 뭔가 되게 인공적인 세트 느낌의 럭셔리 소파 위에 정말 곱게 차려 입고 목을 베인 엘 패닝이 피를 철철 흘리며 굳은 듯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메이크업과 조명빨로 사람이 아니라 마네킨 느낌이 드는 가운데... 왠 남자가 그걸 열심히 찍고 있어요. 컷이 넘어가면 멀쩡한 엘 패닝이 분장실에서 가짜 피를 벅벅 닦고 있고. 그걸 지켜보다 닦는 걸 도와주는 상냥한 분장사 지나 말론과 통성명을 하네요.


 이곳은 LA일 겁니다. 엘 패닝은 갓 상경한 시골 처녀이구요. 사고(?)로 부모님을 다 잃고 살다가 공부도 자기 갈 길이 아닌 것 같고. 기럭지 좋고 얼굴 예쁘니 모델 꿈이나 이뤄보겠다고 가능한 돈 박박 긁어 모아 LA로 와서 싸구려 모텔에 묵으며 모델 에이전시를 돌며 구직 활동 중이에요. 그리고...

 뭐 당연히 금방 기회를 잡고 승승장구 하겠죠. 그러면서 패션계의 음험한 변태들과 인연을 맺고 또 비교적 순수한 LA 총각에게 도움도 받고 갈등도 겪고 그러면서... 뭐 그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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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게 첫 장면인데, 포스터 이미지랑 중복이라는 걸 올리면서야 깨달아서 후회하며 그냥 올립니다. ㅋㅋ)



 - 굉장히 고전적이고 흔한 스토리라인이지만 비교적 요즘(?) 영화들 중에 퍼득 떠오르는 건 '쇼걸'입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대도시로 진출한 시골 처녀! 알고 보니 타고난 재능 뿜뿜!! 위험한 도시인들의 유혹!!! 과연 주인공은 타락할 것인가 승리할 것인가, 아님 뭐 어떻게든 될 것인가!!!?


 근데 이렇게 스토리는 대단히 비슷하다 쳐도 영화의 톤은 전혀 다릅니다. 일단 '쇼걸'처럼 볼거리를 막 던져주지 않아요. 뭔가 막 화려한 패션쇼가 자꾸 나오고 멋진 모델들이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워킹을 선보이고 이런 게 막 나오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잖아요? 안 나옵니다. 제작비가 정말 얼마 안 들었다고도 하지만 애초에 감독이 그런 거 찍고 싶어했을 것 같지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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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ike a Pose!!)



 또 쇼걸처럼 그렇게 흥겹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도 아닙니다. 정말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단 1분 1초도 흥겹거나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은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걸 보시면 됩니다. 스토리상 분명 주인공이 행복해하고 있어야할 전개가 없는 건 아닌데, 그걸 그렇게 안 보여줘요. 시종일관 어둠, 칙칙, 가라앉음. 이것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이야기에 무슨 디테일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처음에 말 했듯이 굉장히 원형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렇담 이런 뼈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당연히 자신만의 디테일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족하다'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그래도 '없다' 쪽이 좀 더 적절한 설명 같아요. 그나마 존재하는 디테일들이 죄다 의미가 없거든요.



 - 그렇담 도대체 뭘 하고 싶은 영화인가... 는 저도 모르죠. 근데 그냥 제 느낌엔 이렇습니다. 이야기 디테일 같은 거 다 걷어 치우고 시각 이미지 만으로 뭔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보다보면 자꾸만 뭔가 중요한 일이 터져야할 것 같은 순간에 영문 모를 형이상학적 이미지들이 신나게 펼쳐지거든요. 또 뭐 별 중요하지 않은 장면들도 화면 구도나 색감, 소품 디테일 같은 데 되게 신경을 쓴 티를 팍팍 내구요.


 근데 전 예쁘고 특이한 이미지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면서도... 그걸 분석하고 의미 부여하고 이런 건 잘 하지도 못하고 사실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 그냥 '그림은 예쁜데 이야기는 극단적으로 앙상한 영화'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ㅋㅋ


 솔직히 뭐 그리 대단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 거란 생각도 안 들어요. 왜냐면 엔딩 부분에서 갑자기 되게 노골적인 풍자 & 은유가 팍 튀어나오거든요. 근데 그게 참 당혹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이어서, 이걸 보면 그동안 내가 뭔지도 모르고 넘어간 그 수많은 장면들도 사실 별 건 아니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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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이상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뭔가가 막 느껴지십니까!!? 원본 없는 복제,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전 사실 이게 뭔지 하나도 모릅니다!!)


 

 - 더 길게 적으면서 제 무식을 바닥까지 드러내어 뽐내고 싶진 않아서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엘 패닝을 몹시 사랑하시고, 그래서 두 시간짜리 영상 화보라도 기꺼이 보겠다! 는 분들은 보세요. 

 그냥 독특하고 예쁜 그림을 잔뜩 볼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거의 없어도 상관 없다! 는 분들도 한 번 보실만 합니다.

 그 외엔 뭐... 글쎄요. 개인적으론 괴작 매니아 분들에게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인데, 이 영화는 특별히 괴작이라기보단 그냥 예쁜 그림에만 집착한 허술한 영화라고 느꼈거든요. 충격적이라던 결말도 뭐 거의 '양반전'의 그 유명한 대사 있잖아요. "지금 나를 도둑놈을 만들 셈이요!!!" 딱 이 정도 수준의 풍자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네요. 그나마 양반전은 조선시대 소설이기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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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그나마 엘 패닝이 이렇게 간지나게 나오는 장면도 별로 없습니...)



 + 키아누 리브즈가 나오죠. 그냥 나오기만 합니다. ㅋㅋㅋ '이 양반이 여기 왜, 어쩌다가 나오게 됐을까?'라는 망상이 영화보다 더 재밌었네요. 근데 뭐 키아누 아저씨는 워낙 쌩뚱 맞은 영화에 쌩뚱 맞은 역할로 뜬금 없이 잘 나오던 사람이라.



 ++ 극중 인물들, 특히 '거물' 역할 인물들의 대사로 계속해서 엘 패닝 캐릭터의 압도적인 스펙을 찬양하는 대사들이 나와서 좀 난감했습니다. 아니 엘 패닝 예쁘죠. 기럭지도 좋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패션 모델 업계가 배경인 것인데요. 그쪽으로 그리 잘 맞는 비주얼은 아니지 않나 싶었네요.



 +++ 마지막엔 꽤 불쾌하고 끔찍한 장면, 이미지들이 몇 번 나오긴 합니다. 근데 영화 비주얼과 분위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극단적일 정도로 인공적이어서 그게 그렇게 불편하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두 번 정도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 이거랑 뭔가 비슷한 느낌으로 난해하고 독특한 이미지가 난무하는 영화 하나가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언더 더 스킨'이 살짝 비슷한 느낌이 있는 영화였는데. 그건 친절하게 설명을 안 해줘서 그렇지 멀쩡한 스토리가 있는 영화였고 그 괴이한 이미지들도 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고 그랬죠. 심지어 그 쪽은 재미도 있었으니 비교는 하지 않는 걸로. ㅋㅋㅋ



 +++++ 사실 원탑 주인공인 엘 패닝은 캐릭터가 넘나 얄팍해서 뭐 연기할 거리도 없었던 것 같구요.

 등장 인물들 중에 그나마 뭐라도 보여준 사람은 지나 말론이 유일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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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른 영화에서 좀 더 멀쩡한 역으로 만났으면 하는 느낌. 이 영화 찍으면서는 좀 불필요하게 고생한 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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