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3 15:04
3개월만에 거울을 제대로 봅니다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습니다
속쌍거풀이었던 눈은 느끼한 3겹 쌍거풀로 변해 버렸습니다
벌써 90대의 몸무게를 유지한지 3년인데 그에 걸맞는 얼굴로 변했습니다
두꺼비처럼 넙쭉대는 얼굴입니다
눈 안쪽이 계속 따끔거리고 가렵고 하도 비벼대서 충혈된 채로 하루 종일 있습니다
더위와 면역력은 비례관계라는데 몸은 점점 무기력 해집니다
이대로 무너지려나?
이 계절을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지대넓얕이라는 팟케스트 독실이 한 말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죽음은 지루하다
세상에 존재했던 어떤 기운이 사라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7년전 서울대병원 혈액내과 격리병동에서 들리던 소리가 기억이 납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거친 숨이 6인용 병실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때는 상대적으로 젊었고 심각한 질병인 것 치고는 잘 견디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서히 땅속으로 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60까지는 이럭저럭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고이 죽지는 못하겠지요
몇 계절을 볼 수 있을까요?
10~20계절 정도는 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다음 여름은 볼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은 지루하니까요
2021.07.13 15:24
2021.07.13 15:33
2021.07.13 15:43
2021.07.13 15:46
삶이 지루했으면 '죽음은 지루하다'가 아닌 '죽음도 지루하다'였을텐데
삶이 지루하지 않은 걸로 보고
뭔가 재미 하나 찾아보세요 소소하게 소소
2021.07.13 16:05
죽기싫은데 죽지는 마세요
2021.07.13 16:49
걷자. 걸으면 돼. 걸으면 좀 나아질거야.
노래 가사입니다.
2021.07.13 23:30
편안하고 조용한 자연사를 꿈꾸는 1인으로서...사팍님 우리 꼭 자연사 합시다. 병사, 사고사 이런 거 말고.
새로운 것도 없고 재밌는 것도 없고 사는 게 좀 지겨워질 무렵에 어느날 자다가 조용히.
2021.07.14 08:07
사팍님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또 그 후에도 이 게시판에서 만나요.
다른 분들도 모두 모두요.
2021.07.14 12:36
몸이 많이 불편하시군요. 잘 견디셨으면 합니다. 몸은 의사 지시대로 하고 마음은 작은 즐거움들 찾아 견디셨으면 합니다.
최근에 생각하게 된건데,
명의나 의사의 명성은 좋은 환자를 만났을 때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의사는 몸의 안좋은 요소를 제거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환자의 몸도 많이 쇠하지요.
쇠한다는 것은 몸에 좋은 요소들도 같이 제거되기 때문이지요.
그 몸에 이로운 요소들을 채우는 노력은 환자가 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담당의는 해로운 요소를 제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니까요.
음식도 열심히(적당히) 드시고,
운동도 적당히 하시고, 수면도 그렇구요.
삶의 재미나 의욕을 늘 갖고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