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5 00:00
6 뜬구름 같은 세상
서른 살이 되도록 으제니는 아직 인생의 행복이라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소녀 시절부터 늘 그 마음속을 펴보지 못하고
억눌리면서 고생만 해온 어머니 곁에서 아무 변화도 없이 서글프게 살아온 것이었다.
......
며칠 전부터 또 재혼의 소문이 떠돌고 있다. 소뮈이르 사람들은 그녀와 프르와퐁 후작 각하에 대해 줄곧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후작 집안에서는 그 전에 크뤼쇼 집안이 한 것 처럼 부유한 미망인을 성가시게 에워싸기 시작했다.
소문에는 나농과 꼬르느와예는 후작 편을 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없다.
키다리 나농이나 꼬르느와예는 세상의 부패상을 이해하고 거기에 편승할 만큼 영리한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빠리 1833년 9월
발작, <으제니 그랑데>, 조홍식, 동서문화사 (1975), p359-378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샤를르 이 나쁜 놈은 7년 동안 으제니에게 편지 한 통 안 보내고 돈 버는데 눈이 시뻘개져 있었습니다.
"그는 배로 적도(赤道)를 통과한 순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편견을 거의 내버리고 말았다. 부자가 되는 최선의 방법은 유럽이나
열대 지방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인신매매(人身賣買)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연안으로 나가 노예 매매를 하는 한편, 가는 곳마다
그곳 시장에서 가장 유리하게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을 팔았다."
-o-;;;;;
그리고 빠리의 몰락한 귀족의 19살 짜리 딸과 결혼을 하게 되어 으제니에게 그래도 빌린 돈에 이자를 붙여서 갚으면서 영원히 결별을 선언합니다.
"......나는 지금 정략 결혼(政略結婚) 해야 할 생각에만 가득 차 있읍니다. ......
당신의 헌신적인 사촌 오빠 샤를르
"흥, 제기랄! 이것도 다 예절바르게 한다는 수작이지"하고 중얼거렸다. ......"
"어처구니없는, 그리고 완전한 난파(難破)였다. 망망한 희망의 대해 속에 밧줄 한 가닥, 판자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배는 침몰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으제니는 마지막으로 샤를르의 남은 빚도 갚아줘서 샤를르가 무사히 결혼하게 도와줍니다. ㅠㅠ
이건 평생 빚더미에 시달린 발작 선생의 순수한 판타지 아니었는지-
저는 으제니가 쫄딱 망해서 고생하다 죽는 것 아닌가 해서 조마조마 했는데 그렇게 까지 몰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으제니는 샤를르의 빚 150만 프랑을 갚아주고도 1700만 프랑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으제니의 청혼을 받은 드 봉퐁 재판소장은
"재판소장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부유한 상속녀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
"당신의 노예가 되겠읍니다." "
21세기 트위터에서나 봤던 노예남의 선조를 발견하다니 -_-;;;
21세기에는 이런 삶을 선망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은데요?
19세기 액면가 그대로 환산해도 1700만 프랑 -> 약 260만 유로 -> 약 35억원입니다.
" 이 여인의 손은 모든 가정의 남모르는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다. 으제니는 수많은 선행(善行)을 쌓으면서 천국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녀의 영혼의 위대성에 비한다면, 교육의 부족이나 젊은 시절의 생활 습관은 별로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에 있으면서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여인, 매우 훌륭한 아내나 어머니가 되려면 될 수도 있었으나,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가정도 없는 여인의 이야기다."
2021.07.05 09:33
2021.07.05 09:58
으제니의 돈을 노리고 결혼한 재판소장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으제니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었다는 인과응보에 고소해하던 생각이 납니다^^
2021.07.05 10:29
75년에 나온 세로판을 끝내시다니 존,,존경합니다. (노안 온 1인)
2021.07.05 10:48
샤를르는 복도 많네요. 난파된 배에 샤를르가 타고 있던 거 아닌가요
돈으로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 으제니 존경합니.. 퍽!
2021.07.05 11:26
샤를르가 탄 배가 난파되었으면 무척 좋았겠으나 그런 건 아니고 샤를르의 결별 편지를 읽은 으제니의 심경 묘사입니다 ㅠㅠ
이 인간이 7년간 200만 프랑 벌었다고 의기양양해서 으제니를 대차게 버리고 몰락 귀족 데릴 사위로 들어가는데 아버지 빚 150만 프랑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걸 변제 못하면 파혼할 판이었는데 그걸 으제니가 대신 갚아줬습니다.
으제니를 대신해서 샤를르의 빚을 청산해주러 파리로 온 재판소장으로부터 으제니의 재산 규모를 샤를르도 알게 되는데,
저는 샤를르가 여기에 또 혹해서 으제니를 어떻게 유혹하지나 않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발작 선생이 저렇게 끝내더군요.
......생각해보니 으제니도 샤를르가 그럴까봐 드 봉퐁 재판소장과 약혼 먼저 하고 샤를르의 빚을 갚아줘서 그와 다시 볼 일 없게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건가 싶습니다 ㅠㅠㅠㅠ
다 아시는 내용인데 제가 괜히 주절주절 썼나요, 혹은 결말을 스포한건가요. 어쨌든 188년을 거슬러 올라간 작품 스포이니 양해를.
2021.07.05 13:44
아닙니다. 덕분에 으제니 그랑데를 읽어봤다고 어디가서 목에 힘좀 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2021.07.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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