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넋두리

2021.06.24 20:19

forritz 조회 수:687

뭐 지금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만도 않게 되었단 점에서 알게 모르게 우경화된 건지도 모릅니다만

전 군대에 빠질 수 있었더라도 남들이 다 가서 개고생하는데 나만 빠지는 건 온당치 못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군입대를 했을 거고 실제로 입대를 했습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제가 겪은 심각한 정병으로 면제나 공익을 노리겠네요.)

제가 군생활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느꼈던 점을 말해보자면

1. 사격연습과 수류탄 훈련은 살인연습

지금도 그때도 필요악이란 생각은 합니다.

상대의 폭력에 맞서싸우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은 말 그대로 필요악이기는 하죠.

근데 그것관 별개로 '적'을 살해할 목적으로

총을 겨누고 사격하는 것과 수류탄을 던지는

훈련은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엄청난 죄책감과 자괴감에 악몽을 꾸기

일수였고 악몽속에서 전 많은 사람들을

쏴죽이곤 했습니다. 견디기 힘들었네요.

2. 병영생활문화?가 과연 필수적인가?

미군은 모병제라 그런 것도 있겠으나

훈련은 한국군과 비교도 안되게 빡세지만

생활관에선 훨씬 자유롭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똥군기가 없단 것이죠.

군대가 정말 국방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만 시키는 조직일 뿐일까요?

그보다 훨씬 큰 목적은 K사회화...

병영사회의 일원으로 재포장시키는 데

주목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연좌제. 압도적인 언어적 신체적 폭력.

마음의 편지를 쓴 사람을 색출해서 역으로

괴롭힘으로 무력감을 학습시키는 것.

그냥...군대라는 사회 한국이라는 사회가

이끄는데로 따라갈 뿐인 순종적인 부품이

되게 하는...사회적 개성을 거의 말살시키는

획일화의 폭력...을 보았습니다.

모르겠네요. 새삼스럽단 말씀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군대 아니어도

이미 학교에서 사회에서 교회에서

K사회화는 이뤄지고 있죠.

유학생활을 하다가 입국한뒤 1년 뒤

입대한 제게는 더 또렷이 보였을 뿐입니다.

3.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조금은 복잡한 마음입니다.

군대가서 총쏘는 걸 게임처럼 즐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처럼 오랫동안 트라우마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군 없이 평화를 누린다는 건 적어도 현재

정세에선 터무니없는 이상론이고

제가 못하겠는 걸 남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어떻게 생각하면 비겁하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개인의 양심상 도저히 군에서 가르칠

폭력훈련을 받을 수 없다면 그걸 존중해주는 건

민주국가의 기본소양이자 인권의 존재이유라고도 보여집니다.

국방의 의무는 중요하지만 군입대만이 국방의 의무는 아닙니다.

공동체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을 시킨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2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40
126558 생산성, 걸스로봇, 모스리님 댓글을 읽고 느낀 감상 [20] 겨자 2018.10.24 471210
126557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 장정일 [8] DJUNA 2015.03.12 269826
126556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546
126555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 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 [5] smiles 2011.08.22 158090
126554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제모 후기 [19] 감자쥬스 2012.07.31 147528
126553 [듀나인] 남성 마사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9] 익명7 2011.02.03 106291
126552 이것은 공무원이었던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 책들의풍경 2015.03.12 89321
126551 2018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18.01.21 76453
126550 골든타임 작가의 이성민 디스. [3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3 73003
126549 [공지] 개편관련 설문조사(1) 에 참여 바랍니다. (종료) [20] 룽게 2014.08.03 71755
126548 [듀9] 이 여성분의 가방은 뭐죠? ;; [9] 그러므로 2011.03.21 70720
126547 [공지] 게시판 문제 신고 게시물 [58] DJUNA 2013.06.05 69138
126546 [공지] 벌점 누적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45] DJUNA 2014.08.01 62780
126545 고현정씨 시집살이 사진... [13] 재생불가 2010.10.20 62466
126544 [19금] 정사신 예쁜 영화 추천부탁드려요.. [34] 닉네임고민중 2011.06.21 53714
126543 스펠링으로 치는 장난, 말장난 등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되나요? [6] nishi 2010.06.25 50942
126542 염정아가 노출을 안 하는 이유 [15] 감자쥬스 2011.05.29 50006
126541 요즘 들은 노래(에스파, 스펙터, 개인적 추천) [1] 예상수 2021.10.06 49894
126540 [공지]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듀나 게시판 회원 20% 할인 (3/6-9, LG아트센터) 동영상 추가. [1] DJUNA 2014.02.12 4952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