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한계효용, 브랜드

2021.05.06 17:36

여은성 조회 수:410


 1.삶의 행복이란 건 뭘까요...삼백억? 오백억? 아니면 천억? 글쎄요. 요즘 생각에는 그 정도의 돈은 개인이 행사하기엔 무의미한 액수예요. 수백억에서 수천억의 돈은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나 의미있는 돈이지 한 개인이 가지고서 휘둘러 봤자 일정 이상의 금액부터는 한계효용을 느끼게 되거든요. 돈은 거주하는 집 하나 깔아놓으면 백억 정도부터는 큰 체감이 안될 것 같아요. 굳이 소비나 과시를 위해 자신의 생활권 밖으로 이탈하지 않는다면요.



 2.그리고 전에 썼듯이 수백억의 돈은 수백억원 어치의 자유가 아니라 수백억원 어치의 스트레스가 되죠. 수백억 이상의 돈을 가진 사람은 사업을 통해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해 그 돈이 필요한 거거든요. 예전에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더 큰 돈을 위해 사업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사업을 '물려받은'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업을 '일으키는'사람은 어쨌든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더라고요. 그들이 아무리 속물처럼 보이더라도.



 3.그야 20대나 30대 초반이라면 돈이 열라 많을수록 행복할 수도 있겠죠. 밤에는 매일 돔페리뇽 10병씩 까면서 놀고. 낮에는 고가품 매장 가서 비싼 옷이나 액세서리를 쓸어담고 강원랜드에 가서 도박하고 하면서요. 그 정도의 소비를 하면서 살려면 백억으로는 부족하겠죠.



 4.휴.



 5.한데 나이가 들면 그런 것으로는 행복할 수가 없어요. 뭔가 달관하거나 욕망이 적어져서? 그렇지는 않아요. 전에 썼듯이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자의식과 욕망이 강해지니까요.


 나이가 들면 돔페리뇽 까고, 샤넬을 사는 데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이유는 이거예요. 그래봤자 그건 어차피 남의 브랜드라는 거죠. 백수가 아무리 돈이 많아봤자 남이 구축해 놓은 브랜드의 권위를 빌릴 수 있을 뿐이거든요. 펜디나 아르망디나 샤넬이나...결국 남의 이름을 내건 남의 브랜드지 내 이름을 내건 내 브랜드가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사람은 나이가 들면 진정한 욕망에 눈을 뜨게 되는 거죠. 남의 브랜드를 향한 욕망이 아니라 나의 이름을 가진 나의 브랜드에 대한 욕망 말이죠. 손석희 같은 사람이 고급 시계를 굳이 안 차는 이유도 그런 거겠죠. 본인이 이미 브랜드니까요. 



 6.그래서 요즘은 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어요. 돈이란 건 최고의 트로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연료는 될 수 있지만 돈 그 자체가 최고의 트로피는 될 수 없다는 거죠. 그리고 사업을 크게 벌일 계획이 없다면 그 연료가 아주 많이는 필요하지 않다는 거요.


 왜냐면 남자란 건 그렇거든요. 사업을 안하는 남자에게 연료가 남아돌면 그 연료를 가지고 자꾸 뻘짓을 하게 된단 말이죠. 유흥이나 도박같은 뻘짓 말이죠. 정확히는 유흥이나 도박을 정말로 즐기는 것도 아니예요. 


 '유흥이나 도박에 큰 돈을 쓰는 나 자신'을 남들에게 전시하는 것을 즐기는 거죠. 그건 매우 뻘짓거리예요.



 7.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몇조, 몇십조 정도의 큰 돈이면 트로피가 될 수 있지 않냐고요. 물론 그렇겠지만 잘 들여다보면 몇십조를 달성한 사람들 중에 몇십조가 목표였던 놈은 없거든요. 자기 이름을 내건 사업을 계속 하다 보니 수십조원의 돈이 들어온 거죠. 

 

 일론 머스크를 봐도 그렇잖아요? 요즘 머스크가 돈에 환장한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돈이 욕심나서가 아니라 본인의 사업을 성장시킬 연료가 더욱 필요해서 저러는 거니까요. 인간은 수십조원, 100조원이 있어봤자 그에 걸맞는 규모로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지는 않아요. 돈이 다다익선이라지만 생각해 보면 무의미한게, 너무 많은 금액은 한 사람의 복지를 위해 행사되기엔 어차피 불가능한 거거든요.


 위에 썼듯이 그래요. 한 사람의 정신과 욕망이 체감할 수 있는 돈은 기껏해야 백억원+@ 정도까지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곤 해요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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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시작하면서 행복이란 건 뭔가...라고 썼는데 빌드업만 잔뜩 쓰다가 끝났네요. 나머지는 이어서 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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