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id he smell like?

는 직역하면 '그는 어떤 냄새가 났냐?'

의역하면 '(너가 심쿵해했던) 그는 느낌이 어땠어? 얘기해줘얘기해줘'.


뭐 이정도 여성팬들끼리 호들갑 떠는 정도의 뉘앙스.. 라고 하네요.


그리고 smell은 지각동사로서, 내 의지로 맡으려고 다가가서 코를 대고 킁킁대는 개념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데 옆 하수구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가 나는, 즉 '냄새가 나다'라는 뜻으로 쓰여요.

(제가 알기론 그런데, I smelled the perfume. 처럼 냄새를 맡다의 뜻으로도 쓰이던가요?)


윤여정 님이 I didn't smell him, I'm not a dog. 했는데, 저 질문을 직역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답변이었고,

재치있는 윤여정의 답변을 기대하고 던진 드립 정도로 봤어요.

그에 인터뷰어도 빵 터지며 웃었고, 그게 악의적이거나 무시, 인종차별 의도는 아니었다고 느꼈어요.


다만, 이 질문이 오해의 소지도 많았을 뿐더러,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쓸만한 포멀한 표현도 아니었고,

나이 지긋한 한국 국적 여성이 이해할 만한, 그런 표현도 전혀 아닌 신세대 신조어 같은 거였고,

게다가 조카뻘 되는 브래드 피트를 상대로 한 말이, 윤여정 님 입장에선 '내가 뭐 브래드 피트의 소녀팬이라는 거니 뭐니' 정도였을 거예요.

윤여정 님도 이걸 인종차별이나 무시로 받아들인 건 아니었을테고, 이런 낯선 표현이 도대체 어떤 의미지? 정도였을 거 같아요.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의 제작자였기에 윤여정이 그 발언을 했던 걸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구요.

(물론, 그 기자의 질문이 짜증날만한 소지는 있고, 좋은 질문은 아닌 것은 맞습니다.)



snobbish에 대해서도, '백인중심주의에 대한 돌직구'라고 유튜버든 어디든 자극적으로 몰고가는데,

이건 '백인중심주의에 일침'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고상한 척 하는 영국인' 정도의 조크였어요.


영국은 같은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인 보다도 자기들이 더 고상하고 품위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야 니들은 스콘에 홍차나 마시며 우아나 떨잖아' 정도의 우스갯소리인데,


그냥 영국인에 던지는 짓궂은 드립을, 백인중심주의에 대한 일침으로 해석하고,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고 낚시하고,

인종차별로 왜곡하여 '감히 우리를 건드려'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전 좀 부끄럽습니다.


이러한 한국 반응이 역으로 해외에 나가서, 괜히 감정을 조장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

제일 걱정되는 건 괜히 윤여정 님을 곤란하고 난처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도 싶어요.


얼마전 썼던 글에서도, 윤여정님이 다리 아프고 쓰러질 거 같아 오스카 파티에 미참석 한 걸,

백인중심적 할리우드 놀이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몰고 간 것도 그렇고.



몇십만 뷰에 몇천 좋아요가 달린 모 유튜브의 제목은 아예

'동양인 무시하는 미국기자에 참교육하는 윤여정' 이라고 적었는데,

아니 윤여정이 정색하며 참교육 했나요... 그 호들갑 여기자가 동양인을 무시했나요.

그게 '우리 백인 미남 옆에 서 있으니 어떤 냄새가 나든? 좋았니?' 였나요.


심지어 그 썸네일에는, 어떤 백인 여성 사진을 모자이크로 퍼와서, '동양인 치고...' 라는 글자를 적었는데,

사진: https://i.ytimg.com/vi/66Y_vwmdYYg/maxresdefault.jpg



도대체 왜 이럴까요. 있지도 않은 기자와 대사를 만들면서 이렇게까지 낚시하고 선동해야 하는 이유.


불편합니다. 윤여정 님은 서구권에서 현재 유례없고 많은 호응을 받고 있고,

지금 이 시점이 그들이 맘을 열어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윤여정 님도 매우 고맙게 생각하는 중인데, 그런 민감한 방향으로 몰고가며 분위기 흐리고,

윤여정 님에 상처로 돌아가는 일도 없었으면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88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78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8341
» What did he smell like?, snobbish, 윤여정님 인터뷰를 인종차별과 연관시키는 낚시성 컨텐츠들이 불편하네요.. [9] tom_of 2021.04.30 799
115584 [바낭]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 갬수성 [10] 로이배티 2021.04.30 748
115583 블링 링(2013) [8] catgotmy 2021.04.30 277
115582 듀게에 글을 쓴다는 것 [5] 異人 2021.04.30 595
115581 [주간안철수] 국힘, 국당 당대당 통합 공감대 하루만에 당내 반발 가라 2021.04.30 361
115580 빅 히트/말타의 매 [15] daviddain 2021.04.30 516
115579 지난 한 달 반동안의 신선하고 놀라웠던 경험에 관한 이야기 [9] soboo 2021.04.30 983
115578 지난 30년간 ‘내 마음 속 배우’이셨던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6] crumley 2021.04.29 494
115577 노래 잘부르기 부러운것 중 하나 [4] 가끔영화 2021.04.29 324
115576 [넷플릭스바낭] 코맥 매카시와 아무 상관 없는 호러 '더 로드(Dead End)'를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1.04.29 562
115575 정봉주 무죄 [20] 사팍 2021.04.29 1503
115574 [바낭] 넷플릭스의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닉네임 잡담 [19] 로이배티 2021.04.29 850
115573 떡볶이, 막걸리의 로마자표기법, 두끼 떡볶이의 미국 진출 성공 [1] tom_of 2021.04.29 738
115572 넷플릭스에 간만의 수작 SF 스토어웨이가 올라왔습니다. [7] woxn3 2021.04.29 850
115571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봤는데 영상미가 와우 [3] 자각이 2021.04.28 635
115570 자본주의의 무서움,아니 상도? / 선우예권 [3] 채찬 2021.04.28 606
115569 윤여정을 안티 할리우드 주의자로 만들어 버린 어느 한국 기사 [4] tom_of 2021.04.28 896
115568 [넷플릭스바낭] 본격 스플래터 액션 무비 '밤이 온다'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1.04.28 592
115567 헬스장은 23시까지 오픈했으면 좋겠어요 ... [4] tom_of 2021.04.28 672
115566 아이스맨(2012) [2] catgotmy 2021.04.28 2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