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7 14:46
- 한 시간 37분쯤 됩니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면서 장르는 액션. 스포일러 없이 적을게요.
(근데 Fury와 Furie의 차이는 뭘까요)
- 영화의 시작과 함께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배우 나이로 따지면 40대 초반의 여성인데, 직업이 무려 사채 수금원이에요. 홀몸으로 베트남 시골 동네를 떠돌며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을 사정 없이 두들겨 패며 돈을 걷죠. 그렇게 남을 쥐어패는 폼을 보면 당연히도 범상치 않은 무공의 소유자 같구요.
그리고 이 분에겐 똘망똘망 귀여운 초딩 정도 나이의 딸이 하나 있는데, 딸은 엄마가 이런 일을 하는 게 맘에 안 들어서 둘이 함께 돈을 모아 물고기 양식(!)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꿈을 갖고 있고 뭐 그렇습니다. 그리고...
뭐 됐고 어느 날 갑자기 이 금쪽 같은 딸래미가 유괴를 당합니다. 고로 우리의 주인공이 그 나아쁜 놈들을 맴매 해주고 딸을 되찾느라 개고생하는 영화에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이런 장면 한 번 넣어주는 건 필수 요소죠)
-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죠. 과연 이 영화가 모델로 삼은 건 '아저씨'인가 '테이큰'인가. 근데 '아저씨' 자체가 '테이큰'의 영향으로 나온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 거 따져봐야 뭐하나... 라는 게 초반 생각이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아니었습니다. 이건 명백하게 '아저씨'를 따라서 만든 영화에요.
주인공의 캐릭터도 그렇고, 범죄 집단의 목적이나 행태를 봐도 그렇고, 액션의 스타일도 많이 닮았구요. 뭣보다 아시아 영화 특유의 그 갬수성(...)이 딱 '아저씨'의 판박이라는 느낌.
하지만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었고, 납치당한 사람이 이웃집 소녀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낳아 기른 딸이고 하니 뭔가 차별화 요소가 있을만도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거 없습니다. 각본이 뭔가 참 종합적으로 별로에요. '아저씨'의 각본을 그리 높이 평가하진 않지만 그쪽이 훨씬 낫습니다. 이 '분노'의 시나리오는 '아저씨'를 모사하면서 저같은 사람들이 '아저씨'에서 별로 맘에 안 들어했던 요소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거든요. 주인공의 구구절절한 과거지사와 자기 연민이 쓸 데 없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신파가 와장창창 때려 박혀 있다는 얘깁니다.
- 그러니까 이 영화의 첫 번째 문제점을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장르의 영화를 선택하면서 바라는 게 뭐겠습니까. 킹왕짱 센 주인공이 폼나게 악당들 처단하는 걸 런닝 타임 내내 배불리 구경하는 거죠. 그게 최우선이고 나머지는 그 다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주인공의 속사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액션은 전혀 없고 엉엉 징징 신파들이 이어지죠. 당연히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고 늘어지는데 심지어 그 신파는 만듦새가 엉성해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어요. 체감 상영 시간 두 시간!!!
두 번째 문제점이라면... 액션입니다. ㅋㅋㅋ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장르의 핵심이 폼나는 액션이잖아요. 근데 그게 약해요.
여기서 '약하다'는 건 좀 상대적이고 애매한 평가인데요. 그냥 액션의 질을 평가하자면 괜찮습니다. 평타 이상은 확실히 되고 클라이막스의 경우엔 상당히 볼만하게 잘 뽑았어요. 근데 우리(?)는 이미 '옹박'과 '레이드'를 경험한 사람들이란 말이죠. 동남아시아산 본격 격투 액션 영화! 라고 하는 순간 설정되는 기대치가 많이 높아져 있는데 이 영화의 액션은 그 수준에는 분명히 도달하지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앞서 말한 두 영화처럼 특정 무술과 액션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지와는 아주 거리가 먼, 그냥 준수한 수준과 평범한 스타일의 격투 액션입니다. 딱 그냥 '아저씨' 정도? 큰 기대를 하시면 안 돼요.
(역대 최강 격투 액션 영화들과 비교를 해서 미안합니다...)
여기에는 주연 배우의 한계도 있습니다. '옹박'이나 '레이드'는 애초에 무술이 본업인 애들이 배우에 도전한 경우였잖아요.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응오타인반씨는 뭐랄까... 무술 영화 경력도 많고 실력이 확실히 있는 사람이긴 한데, 본업은 그냥 배우이고 역시 토니 쟈나 이코 우에이스 수준까진 아니에요.
이렇게 적어 놓으니 주연 배우에게 뭔가 좀 죄송한 기분이 드는군요. 응오타인반의 액션 연기는 분명히 상당한 수준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이 급에 근접할 유명 여배우는 없을 거에요. 그냥 '레이드'와 비슷한 무언가를 기대한 저의 잘못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천천히 찍은 액션을 빨리 감아서 전광석화 액션이었던 척 하는 걸 티가 나게 만들어 놓은 제작자들의 잘못도 좀 있구요... ㅋㅋㅋ
- 뭐 더 길게 말할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베트남판 여성 버전 '아저씨'입니다. 스토리도, 분위기도, 액션의 수준도 딱 그 정도인데 사실 스토리는 좀 더 나쁘구요.
폼 나게 예쁜 여배우가 나쁜 남자들 신나게 쥐어패는 영화라면 완성도 좀 떨어져도 기꺼이 보고 싶다. 뭐 이런 분만 보세요.
그래도 막판 기차 액션은 나름 볼만하긴 합니다. '레이드'급을 기대하지만 않으신다면요.
+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응오타인반, 서양 활동명 베로니카 응오씨는 사실 영화팬들에게 좀 낯익은 분이십니다.
이거슨 올드가드.
이거슨 보시다시피... 이고 '라스트 제다이'에서 로즈 티코의 언니 역이었네요.
++ 빌런으로 나오시는 분이 주인공보다 훨씬 강력한 포스를 풍겨주는 멋진 악역이었고, 실제로 싸움도 전문가 수준으로 하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 뒤져봐도 정보가 나오는 게 없네요. 심지어 이름 읽는 법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시상식의 윤여정드립이 생각나며 죄책감이...;
2021.04.27 16:38
2021.04.27 17:12
특정국가에 배급만 해도 일단 빨간색 N자 로고를 박는 것 같더라고요. 독점 배급도 오리지널로 치는 것 같습니다.
2021.04.27 17:29
네, 그런데 '우리는 배급만 하더라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칠게'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러려니 넘겨도 괜찮은 걸까요? 하다못해 제작 막바지에 투자에 참여했던 [바람의 저편] 같은 영화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부르겠다면, 뭐, 좋아, 넷플릭스 자본이 없었더라면 영화가 완성되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게 우기더라도 봐 줄게,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넷플릭스와 무관한 주체들이 완성한 영화를 배급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의 '오리지널'이라고 말하는 건 진짜 창작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크레딧을 슬쩍 훔쳐 가는 행위처럼 느껴져서요. 제가 오리지널이라는 단어의 뜻에 너무 민감한 걸까요.
2021.04.27 17:36
승리호도 제작단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투자나 배급, 판권에 간여 안하다가 코로나 시국이라 넘어간 뒤에 '오리지널' 붙은 케이스죠.
넷플릭스가 온라인 판권을 안사갔으면 창고행이었을 겁니다.
2021.04.27 18:10
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길게 늘어놓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승리호] 이야기를 하셨으니까 조금 더 덧붙여 볼게요. 네, 그럼 [승리호] 같은 사례, 즉 영화가 완성되기는 했지만 넷플릭스의 자본이 없었더라면 관객과 만날 수 없었기에 사실상 영화로서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려웠을 작품까지도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가정할게요.
그런데 [분노]는 그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하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제가 검색한 바로는 제작 국가인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저예산 액션 영화의 핵심 수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미국 시장에서도 넷플릭스는 배급사가 아니었어요. 현재는 미국 넷플릭스에서도 스트리밍 중이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미국 내 배급권을 구매한 배급사인 웰 고 USA에서 극장 개봉도 하고 블루레이도 출시하고 나서 넷플릭스와 따로 스트리밍 계약을 한 결과지요. 그러니까 [분노]는 기획-제작-배급에 이르기까지 넷플릭스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영화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경우, 일부 지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권한을 독점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시 지나치지 않을까요? (참고로 [분노]는 CGV 체인의 공격적인 홍보와 배급에 힘입어 베트남 극장가에서 흥행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걸 'CJ 오리지널'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여러 투자사 중 하나였으므로 '롯데 오리지널'?)
2021.04.27 18:55
2021.04.27 17:46
2021.04.27 17:40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 맨날 넷플릭스에서 뭐 보고 글 적으면서도 늘상 헷갈려요. 이거 오리지널인가 아닌가? 특히 영화를 보고 나서 올릴 이미지를 검색할 땐 더 그렇구요. 말씀대로 '오리지널'이 오리지널이 아닌 것에 박혀 있는 경우도 종종 있고... 평소에 넷플릭스가 수록 영화들 썸네일 만들어 붙여 놓는 꼴을 보면 그냥 실수인 경우도 많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해 봅니다. ㅋㅋ
맞네요. 원빈이 뛰어난 액션 배우는 아니지만 '아저씨'에선 그럴싸했죠. 오히려 응오타인반쪽이 와호장룡2를 비롯해서 액션, 무술 쪽 경험치가 훨씬 많으니 영화의 한계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보면서 좀 신경 쓰였던 게, 주인공이 짱 센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쉽게 두들겨 맞고 뻗는 연출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거였거든요. 여성 캐릭터여서 피지컬의 한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장르 주인공 대접으로는 좀 안 맞지 않나 싶었어요. 오히려 최종 보스(말씀대로 뒤에 총격전이 덧붙여지긴 하지만)의 막강함이 워낙 부각되어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길 때도 뭔가 운빨로 이긴 게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들었던... ㅋㅋ
기차씬도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그 생각은 했거든요. 왜 기차지? ㅋㅋㅋ 그냥 격투 자체를 가장 격렬하게 해서 보기는 괜찮았지만 굳이 기차를 택할 이유가 없었죠. 기차 지붕 위에서 싸우는 장면을 넣고 싶었던 건가... 해도 그 장면은 멋도 없었구요. 그리고 본문엔 안 적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황당했던 건 막판에 갑자기 합류하는 사이드킥(...) 캐릭터였네요. 주인공이 돋보여야할 장면에서 오히려 주인공보다 강력한 전투력을 선보여서 살짝 벙 쪘어요.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ㅋㅋㅋ
그러고보니 아직도 제가 레이드2를 안 봤군요. 그것도 조만간 봐야하는데... 암튼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oldies님께서 가끔 달아주시는 이런 댓글 되게 좋습니다. 내 뻘글을 이렇게 자세히 읽어주시다니!! 라는 기분이 들어서요. 하하.
2021.04.27 16:49
베트남 영화는 묘하게 홍콩영화들을 떠올리게 해요. 아마도 저같은 외국인이 듣기에는 베트남어와 광둥어가 좀 비슷하게 들려서 그런것 같아요. 성조나 몇몇 특징적인 발음같은게 친숙하더라고요. 어쩐지 억양도 비슷해보이고. 액션도 연출도 약간 그시절의 홍콩영화 같지않나요? ㅎㅎ 전 이런장르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말씀하신 단점들 때문에 좀 시큰둥하게 봤어요 ㅎ 존윅처럼 그냥 초반 빌드업은 대충대충 하고 일단 뚜까패는 영화들이 더 좋은데 말이에요. 그래도 응오타인반님 키도 훤칠하시고 나름 액션은 괜찮게 나온것 같긴해요. 조금 속도감이 없는 경우가 있고 '아니 저기서 왜 발로차니 도끼로찍지' 순간이 자주 있긴했지만요 ㅋㅋ
2021.04.27 17:43
맞아요 저도 보면서 홍콩 영화 같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말씀대로 '그 시절'의 홍콩 영화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딸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고 비장한 표정 쓰윽 짓는 순간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아아 이 느낌 왠지 익숙해...'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거(?)인 것 같아요. ㅋㅋㅋ
응오타인반은 아까웠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여성 액션 히어로로서 김옥빈이나 이시영보다 훨씬 근사해보였거든요. 예고편으로 대략 멋지게 활약하는 장면들만 보고서 기대를 품고 영화를 봤더니 이건 뭐 계속 두들겨 맞고 뻗으시고, 과거 회상 하시고... ㅠㅜ
2021.04.27 17:16
모처럼 저도 본 영화 리뷰 올리셨네요. 근데 분명히 봤는데 왜 기억이 잘 안나는지?? 아마 저 모녀가 물 위에 집에서 살던가요? 마지막에 기차역인가에서 뭔가 큰 마무리가 있었다는 건 떠오르는데. 뭐 보는 동안 즐거웠으면 되었다, 합니다. 요즘은 분명 본 영화인데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아서...노화현상입니다.
본문과 관계 없이 어제 윤여정 배우 덕에 쿠폰 쓴 영화 얘길하자면... '렛 힘 고'를 봤는데 이거 좀 스트레스 요소가 많았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다이안 레인과 케빈 코스트너)가 악당들한테 당할 것 같은 전조의 내용이 길게 나오고 당하게 됨, 씁쓸한 마무리까지. 뒷 맛이 그닥 좋지 않은 이유를 밝혀 보자니 귀찮네요. 엉뚱한 얘기 죄송.
2021.04.27 17:46
물위는 아니지만 물가집에서 살아요. ㅋㅋ 기억하시는 게 맞습니다.
기억이야 다 그렇죠 뭐. 전 이렇게 일주일 영화 보고 나면 이번 주에 제가 뭘 봤는지 기억이 안 나서 듀게에 제가 쓴 글 검색해보고 그럽니다(...)
렛 힘 고도 평이 괜찮아서 언젠가 보려던 영화였는데, 마무리가 씁쓸하군요. 그럼 좀... 제가 요즘 그런 결말 저항력이 떨어져서. ㅠㅜ
죄송하긴요. 댓글 감사합니다. ㅋㅋㅋ
2021.04.27 18:08
예쁜 여자가 남자들 후드려패는건 마녀도 있지않나요 조민수가 산통을 깨긴하지만
2021.04.28 08:45
네 그것도 비슷하죠. ㅋㅋ 요즘 이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영화도 영화지만 넷플릭스 컨텐츠 같은 걸로 참 꾸준하게 나오네요.
2021.04.27 23:17
[아저씨]와 [테이큰]의 정서는 사실 그거죠. 주변의 주요인물이 납치 당해서 구하러가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하찮게 보였던 동네 아저씨,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아빠가 긴급 상황이 되면 킹왕짱 킬링머신이 되어 싹쓸이하는 데서 일어나는 카타르시스인 거고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설정은 약간 계산 착오 같네요. 초반부터 싸움 잘하는 걸 보여주면 재미가 덜하죠.(리뷰만 읽고 판단한 거라 실제로 보면 다를 수도 있지만)
볼까 리스트에 넣어놓았다가 잊어버렸는데 나중에 생각나면 대충 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1.04.28 08:49
네 그런 부분도 크겠네요. 근데 덧붙여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강력하지가 않습니다. 사실 '테이큰'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 액션 영화들과 다르게 주인공이 진짜 말도 안 되게 강해서 악당들을 어린애 다루듯 착착착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느낌으로 정리해버리고 갖고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즐거움이었는데요. '분노'의 주인공은 싸움 한 번 할 때마다 매번 엄청 두들겨 맞고 고생을 해요. 어떻게 보면 이게 일반적인 액션 영화의 룰이겠지만... 역시 뭔가 기대한 거랑 다르더라구요. ㅋㅋ
2021.04.28 09:35
테이큰은.. 시작부터 주인공이 경호일을 하고 백그라운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하찮은 우리 이웃의 정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몇년전에 브루스 윌리스 주연으로 리메이크 했던 데스 위시가 그쪽이 아니었나 싶네요. 평범한 우리 이웃이 빡돌면 이렇게 무섭게 변할수도 있으니 함부로 건들지 말라는...
2021.04.28 14:39
디테일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큰 범주안에서 공유하는 정서는 비슷하죠. 듀나님이 [노바디] 리뷰에서 했던 표현을 빌리면 '알고봤더니 우리 아빠가' 장르 말입니다. [노바디]는 물론이고 브루스 윌리스가 나온 [레드](아빠는 아니지만)도 비슷한 류라고 생각합니다.
...와는 별개로 [분노]에 대한 로이배티 님의 감상에는 거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예고편을 보고 꽤 기대했던 영화라서 손꼽아 기다리다 작년에 제 생일에 맞춰서(…) 기념으로 봤는데 안 했으면 하는 것들을 다 하는 모습에 한숨이 푹푹 나오더라고요. 특히 어떤 창의성도 보이지 않은 액션 연출에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로이배티 님과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달리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주연 배우의 한계"라는 부분인데요, 제 생각에는 이 영화 속 액션의 심심함이 응오타인반의 몸놀림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토니 자나 이코 우에이스와 비교하면 처지는 부분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특히 오늘날에는 이런 권격 액션의 품질이 배우 개인의 무술 역량보다는 촬영 전의 체계적인 훈련, 안무, 스턴트, 촬영, 편집, 음향 등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지 않은지요? [분노]의 롤 모델로 언급하신 [아저씨]가 좋은 예일 듯합니다. [아저씨]는 이제는 외국의 아시아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액션 영화로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원빈을 무술에 능한 전문 액션 배우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토믹 블론드]의 샤를리즈 테론이나 [악녀]의 김옥빈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혹시나 해서 밝혀 두자면 저는 [아저씨]든 [아토믹 블론드]든 [악녀]든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 영화 모두 액션 전문 배우가 아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어쨌거나 액션 장면의 성취가 [분노]보다는 확연히 낫다는 점에서 좋은 비교 대상 같습니다.) 또 데뷔 이래 드라마, 로맨스, 공포 영화에만 출연하다 [레이드 2] 때문에 얼결에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해 버린 줄리 에스텔 같은 사례도 떠오르네요. 물론 [레이드 2]는 뛰어난 액션 영화지만, 그 경우에도 줄리 에스텔 개인의 몸놀림 이전에 해머 걸이라는 캐릭터의 외모와 장도리를 휘두르는 액션 스타일이 큰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분노]는 배우 개개인의 '액션' 역량보다도 액션 '영화'로서의 총체적인 역량이 모자라 보였습니다. 로이배티 님께서 나름 볼 만하다고 하신 기차에서의 보스전이 제게는 오히려 이 영화의 실력 부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였어요. 간단히 말해서, '겨우 이럴 거면 왜 기차에 태운 거지?' 싶었던 거죠. 기차라는 공간을 선택한 보람이 전혀 없잖아요? 액션 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 그냥 평범한 창고 안에서 싸우는 것과 다를 바 없었어요. 그리고 이건 극작술과도 연관된 거지만, 역시 기차 장면에 힘을 빡 줘서 최후의 결전으로 삼아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그걸 기대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뒤에 굳이 또 졸개들과의 시시한 액션 장면이 들어가고 총질로 마무리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건 기술적 숙련도 이전에 비전이랄까 센스 자체가 모자랐던 영화로구나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