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2 01:50
참고로 전 독신 게이 40대 남자예요.
매년 도시가스 검침/점검하러 (보통 40대 가량의) 여성 한 분이 저희 집에 들어오는 상황이 불편해요.
아니 사실 게이가 아닌 스트레잇이었어도 불편했을 거예요.
신기한 건 그 여성분도 불편해하는 (심지어 좀 무서워 하시는 듯 한)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배로 불편해져요.
불편한 포인트 들은요.
1. 예고도 없이 불쑥 낯선 자가 (그게 남성이든 여성이든) 제 집에 들어오는 것.
2. 심지어 팬티 바람으로 늦잠 퍼질러 자고 졸려서 더 자고 싶은데 초인종 누르는 것.
3. 괜히 홀애비 냄새도 나진 않을까 싶은 어질러진 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
4. 게다가 나를 '잠재적 범죄자(=남성)'로 조금이라도 바라보는 듯 허겁지겁 검침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부랴부랴 나가시는 것.
뭔가 이런 포인트들 전체가 다 불편해요.
아니 심지어 오늘은 2번째 방문이라며 초인종 뿐 아니라 문까지 두들기시더라구요.
(이건 방문자가 여성이라도, 집에 남성이 있어도 괜히 무서울 수 있습니다. 두들기지 마세요 제발)
그리고 실제경험인데, 제 집 베란다에 도시가스관이 있었는데, 하필 베란다에 온갖 비닐과 박스더미가 쌓여있었고,
여성분 한 분이 그 박스더미를 하나하나 손으로 해치고 비좁은 베란다를 지나가는데, 괜히 저 같아도 무섭겠더라구요.
여기서 들은 생각
5. 낯선 남자가 방문하는 것보다 여성이 방문하는 것이 다수에 안전하다고 느끼기에 그렇게 조치한 거 같은데,
아니 왜 이젠 역으로 남성 집을 방문하시는 여성 분이 겁을 먹어야 하는가.
(근데 저 같아도 괜히 무서울 거 같아요. 선입견이 생길수 밖에 없는 전과자, 또는 싸패 독신자들도 있겠죠.)
6. 그렇다면 남녀 2인조로 하면 안 되나.
7. 한국은 IT 강국 아니었나? 셀프 서비스 강국 아니었나?
해당 안전점검이 셀프로 불가한가요? 인증 사진을 올려서 어플이나 사이트에 업로드해서 이상없음 확인 받는 그런 게
좀 부정확하려나요? 웬만한 통신장비 다룰 줄 아는 10~40대들은 그렇게 매년 온라인 제출하면 안 되나?
50대 이상 잘 못 다루는 분들에 한해서 방문하면 안 되나?
앞서, 잠재적 가해자/피해자 글을 보고 문득 떠올랐네요.
여담이지만 '잠재적 가해자'라는 표현은 (아마도) 제가 듀게에 최초로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택배기사 범죄를 막기 위해, '여성안심택배'를 만든 것과, 그에 대한 역차별에 대한 글을 쓰면서 표현했던 단언데,
어느새 이렇게 통용되는 단어가 돼버렸네요.
2021.04.22 07:33
2021.04.22 09:30
7번 항목에서 좀 더 파생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집에 있을 때 자기들 일정만 강조하면서 불쑥불쑥 초인종 누르고 찾아오는 게 불편했어요
2021.04.22 09:51
연 1회 오는 것이라면 도시 가스 검침이 아니라 안전점검 아닐까요? 가스 탐지기 들고 가스 들어오는데부터 보일러랑 가스렌지 주변 한번 훑고 가는...
저희는 도시가스 검침표가 문앞에 붙어 있어서 월 1회 셀프 검침해서 적어 놓습니다. 빼먹으면 문자 오더라고요. 문자로 숫자 알려달라고..
작년에 숫자 잘못 적어서 30만원인가 나와서 전화 했었는데, 그냥 내고 한 반년동안 기본료 몇백원만 내는 것으로... (...)
2021.04.23 23:53
검침 뜻이 그거군요; 사용량을 측정하다;
전 검사란 뜻인줄 알고
2021.04.22 10:29
동네 지인분들중에 도시가스 검침 숫자를 조작해서 적기도 하더군요. 나름 절약방법이라고.
많이 나오는 겨울에는 적게 쓰고 적게 나오는 여름에는 많이 적는다고 하더군요.
위에 언급하신대로 이건 연 1-2회 안전 점검이고 검침숫자를 적으면 되는 일이고 안적으면 문자가 와서 그때라도 제대로 확인해서 보내면 되는데요
언젠가는 1인 여자분이 두려움에 벌벌떨며 남자집주인은 나름대로 불쾌해하며 검침하는게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나오겠죠.
그때까지는 누군가 계속 희생해야할듯. 휴우. 정말 이런거 볼때마다 제 발밑에 땅이 온전하지 않은것 같아요
2021.04.22 11:00
과거 낮 시간에 집에 있는 사람은 대다수 여성이었으니까 여성 안전점검원을 쓰는 게 좋았을 테고, 그게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우리야 직원 한분을 만날 뿐이니 그분의 신분만 잘 확인하면 되지만 (보통 가스 안점점검 일정은 문자나 관리사무소 통해서 미리 공지하지 않나요?) 그 분은 수천명의 사람들과 맞닥뜨려야 하죠. 수천 명 중에 범죄자가 한명이라도 있을 가능성은 은근히 높으니, 그분들의 불안함은 당연하겠죠. 실제로도 범죄 피해가 자주 일어나고요.
말씀하신대로 2인1조만 시행되어도 양측의 불안함이 훨씬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드니까 문제인거고요. 말씀하신 문을 쿵쿵 두드리며 다니시는 것도 일정이 워낙 빠듯하니까 생기는 일이지요.
가스검침는 요즘 문자로도 많이 받으시고, 앱이나 ARS로 직접 검침값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검침기 자체에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할 테고요. 하지만 안전점검을 자가점검으로 바꾸는 건 좀 위험해 보입니다. 작은 확률이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2021.04.23 23:54
그쵸. 자가점검으로 했다간 사고로 이어질 거 같았어요. 귀찮아서 가라로 할테고
2021.04.22 11:09
우리집도 가스 검침은 위의 가라님의 쓰신 댓글과 같아요.
이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서로가 불편한 일인 것 같아요.
2021.04.23 18:26
방문받은 사람보다 방문하시는 여성분의 안전이 훨씬 걱정되네요. 글쎄요, 그렇게 불쑥 방문했던가 생각해 보는데, 가족들이 없어서 항상 언제 방문하겠다고
적어놓고 갔었는데요. 1년에 한번 정도 불편은 감수할만하지 않을까요.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아서요.
2021.04.23 23:51
방문자/피방문자 구도가 아닌 남자/여자의 구도로 보니 그렇게 해석되겠지요.
제가 말하려 한 것도, 이젠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온 후자의 구도와 잠재 가해/피해자를 말하려 한 거였어요.
그 짧은 시간 '걱정마요 전 해치지 않아요' 모드로, 전 그냥 방 안에 문 닫고 안 나와요.
항시 성추행 및 각종 범죄에 노출되시니 긴장할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점검일정도 바쁘시고요. 아마도 언급하신 대책들은 전반적으로 경제성 문제가 있을 겁니다. 점검원들이 2인1조해달라고 시위했다가 되려 고발을 받은 적도 있고요. 최저임금으로 여자 하나 쓰면 해결될 일이니까요. 성추행 등 범죄의 피해를 입고 자살같은거 하건말건 어차피 하청이라 원청이 머리 굴릴 필요도 적고요. 또 그러한 조치들은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끔찍한 인권유린이 전제가 되어야하니 논란의 여지가 있겠네요.
가장 근본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남성들의 인식전환이겠지만 아시다시피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