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15:32
최근에 작중의 특정 대사 때문에 '남혐웹툰' 이라고 불바다가 난 작품이라 링크 타고 가 봤더니 전에 초반 몇회를 보다가 포기했던 작품이더군요.
그때 왜 포기했었나? 생각해 보면 아마도 '치즈 인 더 트랩' 과 유사성 때문이었어요. 흥미를 잃은 이유가 비슷해서 라기보다는 그 비슷한 부분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어서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성경의 역사'는 '오해받고 박해받는 여학생' 이야기입니다.
치인트의 홍설이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 받는 부분을 잘라와서 작품화 한것 같습니다. 홍설이 다니는 A대학이 근처에 있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은 세계관이에요.
치인트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성경의 주변인물들은 뭔가 안전장치가 제거된 사람들이고 욕망이 내적 통제없이 마구 분출되어 자신과 타인을 공격하고 파괴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그럼에도 끄떡없이 살아갑니다. 성경에게는 항상 미행이 붙고 목격자가 있고 그녀에 관한 모든 추문과 사건들이 에타에 업데이트 되는 세계관입니다.
성경은 말수 적은 조용한 학생이지만 남학생들이 화이트데이에 그녀에게 사탕 주는 문제로 주먹다짐을 하고, 여친 있는 선배가 성경에게 찝적대다가 걸려서 여친에게 업어치기 당한걸 학교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재수 시절 강사는 비슷한 사건으로 직장을 잃었는데도 그나마 남은 학교의 평판 상관없이 다시 접근하고 이 또한 질투하는 동급생에 의해 살이 붙어 루머가 유통됩니다.
이 인물들과 세계를 '현실적이다' 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런 사건들은 주위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식이면 팬트하우스의 사건들도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나 이 작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성경의 뒤에서 몰래 누군가가 훔쳐보고 엿듣는 장면은 AKA 막장 드라마의 표현방식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전형적인 '남자 작가가 그린 여성 주인공' 류 작품이에요.
남성성에 대한 묘사도 겉핥기이고 여성 캐릭터도 결국 주인공 빼곤 ㅆㄴ이라는 식입니다.
회차를 넘기면서 어디 한곳 정붙일 곳이 없고 애초에 치인트처럼 로맨스가 끼어들 수도 없는 막힌 형국이죠.
'수수하지만 남자를 홀리는' 그래서 '여자들 모두가 싫어하는 ㅆㄴ' 으로 오해받는 여성.
당연하겠지만 이 작품이 비판하고 표현하려는 주제겠죠. 과연 그런가 싶지만요.
작가는 분명히 성경의 내적 갈등과 성장같은 부분을 앞으로 전개해 나가겠죠.
하지만 주인공의 성장이 꼭 '핵전쟁으로 대충 망해서 오토바이 갱들만 남은 무법천지' 에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겠죠. 그때 필요한건 내적 성장이 아니라 내공 이고 북두의 권이잖아요.
이 웹툰 매회 마다 상단에 달리는 댓글이 대체로 '성경이 XX 죽여 버렸으면...' 인 건 독자들이 이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PS. 대학축제에 펫 경매를 하는건 도대체 몇학번의 시대인가요?
저도 이번에 화제작이 되기 전에 "전형적인 '남자 작가가 그린 여성 주인공'류 작품"이란 평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작가가 '남혐'(일단 편의상 이렇게 붙입니다)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담은 작품은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남혐' 작품이라고 악평을 하는 것은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악평을 하는 사람들이 양자가 별개라는 걸 이해할 지적 능력이 있다면 애초에 웹툰에 별점 테러하고 악평 다는 게 인생의 최대 성취인 것처럼 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