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0 09:15
한국에서 쭉 살고 있는 30대 중반 남성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요약하자면. '모르겠다' 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습니다. 이미 기득권이기 때문이겠죠.
이곳에 계신분들은 젠더 관점에서 남성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과 비슷한 글마다 많은 질타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제가 뭔가 크게 잘못 알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녀가 평등한데 현재는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명제를 인지하는 것이 건전한 젠더의식이라면
건전한 젠더의식을 바탕으로 가정/직장 등 여러 사회 관계에서 여성을 대하는 것 정도 일까요?
아니면 진지하게 페미니즘을 탐색하고 어떤.. 올바른 젠더 의식을 내면화하는 것일까요.
교육받은 적 없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솔직히 특별히 익혀볼만큼 매력적인 분야로 느껴지지는 않았구요.
하지만 이곳에 계신 여러 분들이 '올바르다' 라고 인지하고 있는 교집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전혀 그것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궁금합니다.
2021.04.10 11:39
2021.04.10 12:32
올바른 페미니즘 인식,,이라는 것이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게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겠죠.
남녀가 평등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여성입장에서는 평등을 as soon as possible일 것이고,
남성은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그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고,,,,뭐 그런거죠...
직접이든, 간접이든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렵죠.
그리고 공감한 정도가 폐미의 지지정도가 될수도 있지않을까....
2021.04.10 13:25
구체적으로는
1. 여성대상 남성의 성범죄 포함한 강력범죄가 정말 많이 일어난다는 팩트
2.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게 여자 탓이 아님
3. 이쁘고 젊지 않으면 여자도 아닌 것이 아님
4.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힘들지 않음
5. 자기 먹을 밥은 자기가 차려먹는 게 당연함
6.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자는 집안일 독박쓰는 경우가 허다함
7. 취직부터 다른 모든 사회적 기회에서 여자는 여자라서 아무래도 좀 그럴 것이라는 배제를 당함(택시기사들이 아침에 여자 타면 재수없다고 승차거부하는)
정도가 있는 것 같네요. 이것만 좀 주지를 해도 어지간한 건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1.04.10 16:42
남자들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겠다...라는 생각보단 훼방이나 놓지 말아야겠죠.
“교육받은 적 없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 원래 공부는 셀프이긴 한데, 본문 전체와 특히 이 문장을 통해서 다시 한번 한국의 쓰레기같은 공교육의 문제점을 절감합니다. 한편 (그래서) 페미니즘을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하니 개떼같이 들고 일어선 사람들이 떠 오르네요.
“솔직히 특별히 익혀볼만큼 매력적인 분야로 느껴지지는 않았구요.“ <— 어디 학교에서 배우는게 매력적이라고 공부를 했겠습니까? 그걸 배워야 그나마 먹고살 수 있고 인간적 품위를 지키면서 살 수 있어 마지 못해 배운거겠죠. 페미니즘도 그런겁니다. 원시시대나 봉건시대가 아닌 여성인권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정상화? 되고 있는 이 시대를 평화롭고 유익하게 살아가기 위해 공부해야합니다.
물론 공교육의 폐해에 따라 주입식?으로 페미니즘을 받아 들인 돌대가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원래 (사회)운동이라는게 다 그렇죠 뭐.
그걸 걸러내고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국 페미니즘의 주류가 씩씩하고 지혜로운지는 회의적이긴 하지만(권력에만 눈이 어두운 별별 쓰레기들이 얼마나 기어 들어가 있는지 몰라요)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구요? 우리같은 남자들이 하긴 뭐해요. 그냥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면 됩니다. 뭘 또 남자 아니랄까봐 뭔가 직접 하려고 나서는 순간 다 망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