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페미니즘

2021.04.09 13:37

모나리자 조회 수:1106

요즘 20대 남성의 국힘 지지율을 두고 이런저런 분석이 많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패착을 했다고 보는 게, 극단주의자들을 안고 간 게 실패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혜화역 시위에 장관이 직접 지지를 보내는 식의 시그널들이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라는 지점입니다.

원래 어떤 사회운동이든 과격주의자부터 온건주의자까지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그 중에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대체로 평화, 화해, 화합을 얘기하는 부류입니다. 

흑인운동을 예를 들어보면, 

흑인의 인권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대의에는 쉽게 찬성할 수 있지만

만약 '백인 상대로 테러를 해야한다'라는 과격분자들을 비호하고 끌어안으려 한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페미니즘도 똑같습니다.

결국 여자와 남자는 화합하고 공존하고 서로 공정하게 대우받는 미래로 나가야만 하는데,

한쪽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무리를 끌어안고 가려면 그런 화합 자체가 안 됩니다.


20대 남자들에게 작금의 페미니즘 '전부'를 끌어안으라는 것은

마치 자본가에게, 혁명을 일으켜 자신들에게 죽창을 찌르겠다는 노동자들을 끌어안으라는 것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정의고 모르면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죠. 

당하는 입장에선, 우리를 증오하고 혐오하는데 그것이 옳고 모르면 공부하라고? 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페미니즘이 있다고들 합니다.

코르셋이냐, 탈코르셋이냐 부터 시작해 페미니즘 진영 안에 무수히 많은 논쟁이 남아 있고

아직 '미래로, 여남이 다 함께' 나아갈 만한 비전 제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주류로 남아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결국 극단주의자들을 정리해야만 합니다. 


2008년 이명박 차벽시위의 초반에 투쟁이 무척 과격했었습니다. 

집회하고 있으면 죽창이나 쇠파이프를 가져와 나눠주는 시위선수들이 있었고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니까 사람들이 나눠주는 무기를 받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혼내고, 그렇게 해서는 안 변한다라고 혼내는 사람도 나왔습니다.

과격해서는 안 된다고, 평화로운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나둘 촛불을 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어져 박근혜 탄핵이라는 엄청난 결과까지 이어졌지요. 


약간 뜬금없지만, 저는 페미니즘이 나아갈 길도 결국 촛불시위처럼 돼야 하고 그리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집회에서 전경, 백골단을 증오하는 것과 현재 '한남'을 증오하는 것은 닮아있습니다. 

뒤에 거악이 숨어 있고 그들을 증오해서 바뀌는 게 없다는 것도 닮았지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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