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슈퍼맨&로이스를 보고 역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좋은 양부모지만 결국 진짜 부모는 아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조나단과 마사는 클락의 부모로서, 슈퍼맨의 부모로서 균형 잡힌 좋은 사람들이죠. 클락을 위하는 입장에서, 슈퍼맨을 가지게 된 인류를 위하는 입장에서...반반씩 말이죠. 



 2.그러나 슈퍼맨&로이스에서 슈퍼맨이 아들들을 대하는 걸 보면 좋은 부모이고 아니고를 떠나 '진짜 부모'라는 느낌이 들어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요. 슈퍼맨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조나단과 마사는 운동부 활동을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클락을 끝끝내 용납하지 않죠. 


 클락도 어린 시절엔 운동을 하고 싶고, 운동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고 캠퍼스의 스타가 되고 싶은 욕구를 자주 내비치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정체를 들키면 안된다거나, 클락이 운동부에 끼는 건 공평하지 않다거나 하는 이유로 켄트 부부는 끝까지 클락이 운동을 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요. 어떤 버전의 슈퍼맨에서도요.



 3.어쨌든 이 설정은 오래 이어져오다 보니 일종의 금기처럼 되어버렸어요. 다른 히어로들은 초능력을 일상에 활용하면서 마음껏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도 슈퍼맨만은 슈퍼맨 특유의 금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힘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관례 비슷하게 된 거죠. 


 특히 그런 묘사를 하기에 찰떡인,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서 상대 진영을 박살내고 캠퍼스의 영웅이 되는' 클리셰적인 학창시절을 보낼 기회는 절대 없었고요. 


 클락의 학창시절에 야구나 농구가 아닌 매번 굳이 미식축구가 다뤄지는 이유는 그게 캠퍼스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인 이유도 있겠지만 슈퍼맨의 위용을 과시하면서도 가장 의심받지 않을 스포츠이기 때문이겠죠. 어쨌든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기술 0에 몸빵 100이어도 경기를 잡아먹기엔 상관없으니까요. 



 4.휴.



 5.한데 슈퍼맨&로이스는 놀랍게도 초반부터 이 오랜 관례를 깨버려요. 클락의 아들이 클락 몰래 미식축구부에 들어가고 덩치 좋은 선수들을 떡발라 버리고는 친구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죠. 클락은 그 사실을 알고 대노하고 아들 조던은 '왜 나는 안되는데?'라고 반항해요.


 한데 평소대로의 패턴이면 서로 설전이 오간 후 대충 '아버지 역시 제가 미식축구 하는 건 불공평한 것 같아요.'라는 클리셰 대사와 함께 에피소드가 마무리될 텐데...놀랍게도 클락은 고집을 꺾어요. 아들이 미식축구 선수로 뛰는 걸 허락해버리고 말죠.


 이 부분을 보고 결국 클락은 자식을 못 이기는 부모...진짜 부모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마 조나단과 마사도 클락을 직접 낳았다면 냉정한 판단을 못 내리고 클락이 운동부 활동을 하도록 허락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자식에게 인내만을 강요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6.물론 이건 내 해석이고 다른 맥락도 있긴 하겠죠. 21세기의 슈퍼맨 가족은 이제 혼자 끙끙 앓거나 참지 않고 쿨하게 나가는 게 극 전개에 재미있다던가...조금 색다르게 가자던가 하는 이유 말이죠. 그냥 시대에 맞춰서 극의 방향성을 달리한 부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클락 본인은 결국 운동부 활동을 허락 못받았는데 크립톤인의 피를 이은 클락의 친아들은 운동부에서 뛰는 걸 허락받는 걸 보고 이런 해석을 해봤어요.



 7.여담이지만 슈퍼맨 역을 맡은 타일런 헤클린의 캐스팅은 좀 별로였어요. 다른 많은 이들도 그렇게 말하고요. 왜냐면 슈퍼맨만큼은 완벽한 외모를 가져야 한다고 여겨지잖아요? 헨리 카빌처럼 완벽한 두상의 모양에 완벽한 얼굴 조형, 완벽한 체격과 신체비율, 그리고 신체가 뻗어나가는 방향성 모든 것이 충족되어야 하죠. 다른 영웅형 수퍼히어로보다 한층 더 신화적인 느낌을 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드라마판 슈퍼맨에 그렇게까지 완벽한 신체와 얼굴을 지닌 배우를 캐스팅하기 힘들었던 건지...헤클린은 슈트를 입었을 때의 비율이나 근육의 모양새나 어깨와 팔다리의 방향성 같은 것이 완벽하지는 않죠.


 한데 슈퍼맨이 서브가 아니라 주인공인 드라마로 오니까 오히려 이 점이 장점이 된 느낌이예요. 드라마인 만큼 클락-그것도 중년 아버지-이 슈퍼맨의 곁다리가 아니라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거든요. 헨리 카빌이 신문사에서 일하거나 스몰빌에서 건초를 나르고 있으면 저런 놈이 저기서 왜 저러고 있는지 졸라 이상할 거란 말이예요. 비교적 현실적인 훈남인 헤클린이 맡으니까 클락으로서의 느낌도 잘 살고 슈퍼맨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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