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죠

2021.04.0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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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어느 갤러리 전시장에 갔다가 잊고 있던 사람과 마주쳤습니다. 한참 동안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만큼 다른 관심/공간적 거리가 있었던 거겠죠. 그와 커피 한 잔 나누는 중에도 이 마주침은 착란이 아닐까 싶었으니까요.

그가 물었습니다. "나를 그리워한 적이 있어요?"
제가 답했습니다. - 그런 질문은 어떤 거짓말보다 나쁜 거에요. 
그가 물었습니다. "왜요?"
제가 답했습니다. - 뻐꾸기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는 기적을 인생에서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착란이라고 해도 혼자서 느끼는 거니까 설명할 수는 없죠. 
그가 한숨쉬었습니다. "넌 하나도 안 변하고 고대로구나."
제가 맞받았습니다. - 그렇게 서로 이해 못한 채 다르게 살다가는 게 인생인 겁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조반니가 연상되는 분위기를 느꼈어요. 우주에서 자청룡빛 별들을 보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스탠스가 느껴졌달까요. 아니면 지상에 붙은 땅강아지처럼 코를 박고 사는 것에는 영 흥미를 못 느끼는 성향이 느껴졌달까요. 대학 졸업 무렵, 은사님이 저와 잘 맞을 거라며 강력 추천한 사람이었습니다.

세레브로프의 <우주와 지구와 인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주정거장에서 하루이틀은 자신이 속한 고향과 자기 나라만 찾아본다. 사흘나흘이 되면 자신의 나라가 속한 대륙만 보인다. 닷새엿새가 되면 지구가 하나라는 사실에 문득 눈뜨게 된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코스모노트라고 하죠.  그는  그런 사람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제 느낌/판단입니다. 지구가 하나라는 사실,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본다는 코스모노트의 관점을 존중하지만 그가 술은 예전보다 좀 줄였기를.... 그야말로 우주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덧: 보스가 맛있는 밥 사주겠다는데 토기가 일어서 응할 수가 없습니다. 뜻밖의 조우에서 받은 감정적 영향이 제법 큰가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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