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안철수-오세훈 토론회 후기

2021.03.18 11:26

가라 조회 수:908


토론회 다음날 유튜브에서 다운 받아서 들었습니다.

장거리 운전중이라 화면은 보지 못하고 듣기만 해서, 제스추어나 표정은 모르겠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가 발렸다. 우리 철수님 토론회 연습 열심히 한다더니.... ㅠ.ㅠ 


안철수 대표는 오세훈의 내곡동 땅과 무상급식에 대해 공격했지만 오세훈이 잘 디펜스해냈고

오세훈은 안철수의 '사람을 떠나보내는 리더십'과 '무경험'을 공격했는데 안철수가 제대로 대응을 못했습니다. 여기에 선입당 후합당도 어버버...

애초에 변호사 출신에 방송에서 인기 얻을 정도로 서민 친화적, 쉽고 부드럽게 이야기 하는 오세훈을 안철수가 이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죠.

안철수측은 그래서 토론회를 줄이고 싶었고, 오세훈은 한번으로 바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에 받아줬나 봅니다.


어차피 국민의당은 인력도, 능력도, 돈도 없기 때문에 토론회 준비를 오세훈보다 못했을거에요.

그래도 그걸 후보 자신의 순발력으로 커버해야 했지만, 우리 철수님이 그럴 능력이 안되었죠.

미리 내가 A를 물어보면 오세훈이 B 라고 대답할거고 그럼 나는 C 라고 반박해야지! 하고 시나리오 짜고 열심히 공부 했는데, 오세훈이 D 라고 대답하니 어? 어버버 하다가 준비한 C를 이야기 하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 왜 동문서답이야?'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토론을 못하고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좋은 정치인, 좋은 행정가가 될 수 없는건 아니겠지만..

선출직 공무원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아 아닐까 싶습니다. 표를 얻어야 하는데...

하긴 뭐 박그네도 토론회에서 답답했지만 대통령 했군요.



떠오르는 장면들이...


- 오세훈 내곡동 땅 셀프 보상 공격

우리 철수님이 호기롭게 '제 질문시간을 써서 설명의 기회를 드린다' 라고 했지요.

그런데, 왜 '더 거짓말이 나오면 후보 사퇴하시겠습니까?' 까지 간건지 모르겠어요. 오세훈이 당당하게 '네, 사퇴합니다' 라고 했죠.

그 말을 얻어냈으면 추가 공격/의혹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꼬리 말더군요. 추가 의혹을 쥐고 있는게 없으면 굳이 저말까지 받아낼필요 없이 '설명드릴 기회'를 주는 모습으로 끝냈어야 합니다.

만약 오세훈으로 결정되고 후보등록기간이 지난뒤 추가 거짓말이 나오면 오세훈 사퇴할겁니까? 그럼 영선이 언니가 되는데?

토론회는 16일 저녁에 했고, 후보등록은 19일 오후 6시까지입니다. 만 48시간내에 다른데서 또 터질거라 생각한건지?


- 잘난척

실행력... 영어로는 익스큐션이라고 합니다. 라며 영어단어를 굳이 가져다 쓰는 모습이나... '그건 기본 아닙니까?' 라던가...

앨빈 토플러 언급하면서 들이댔다가 역습 당하고 깨갱하고.

토론회에서 수세에 몰리면서도 저러니까 잘난척 한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안철수 대표 머리 좋고 공부 잘했다는건 누구나 인정하죠. 하지만 국민이 정치인에게 원하는 모습에 잘난척이 있던가? 


- 윤석열

오세훈이 '실패한 소개팅 떠벌이고 다닌다' 라면서 공격 했는데, 우리 철수님 '더 큰 2번 만들면 모셔올 수 있다' 라는 식으로 대응했죠. 아니 그럼 자기 혼자 힘으로는 못한단 얘기잖아.. 이게 뭔소리야...


- 한강 르네상스 인정

내가 마라톤을 뛸 정도로 튼튼한 사람이고, 유럽에서 마라톤도 뛰어 봤을 정도로 돈도 많은 사람이고, 서울 중랑천을 뛰는 사람이야 이거야~  라고 하려다가 전시행정이라고 공격했던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를 인정해 버리는 헛짓을... (....)


- 대선 포기 언급, 노원구 상계동

 자기가 대선을 포기했다는 말으르 두번인가 세번인가 언급해요. 물론, 안대표님은 대선 나가야 하는데 서울시장 재보궐에 끌려온게 억울하고 양보와 희생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나요? 안철수 지지자조차도 '아이고, 우리 철수님 차기 대통령 자리 포기하고 서울시장으로 급을 낮추셨네 ㅠ.ㅠ' 라고 하진 않아요. (게다가 18년 서울시장 선거때 김문수한테도 져서 3등 했잖아요.)  '멍게소리야? 한자리수 지지율 나오니까 서울시장 선거 나온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사람이 더 많지요. 그걸 왜 자꾸 상기시키는지...

거기다가 안철수가 노원구 상계동 산다는 언급도 두세번 했는데, 그 동네 사는 분들에게 어필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 서울 3대 사교육축이 1등이 강남(대치), 2등이 양천(목동), 3등이 노원(중계)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오세훈이 강남에라도 살아서 자기가 서민후보라는 걸 어필하려고 하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세훈은 지난 총선때 광진구 나왔잖아요? 왜 자꾸 자기가 노원산다는걸 강조하지? 다른 동네 사는 사람들은 거리감을 느낄텐데?  


- 성인은 선별복지, 아이들은 보편복지

오세훈의 무상급식을 공격하려다 보니... 아이들은 보편복지로 차별없이 키워야 하고 성인되면 선별복지하자라는 엉뚱한 소리까지 했습니다.

오세훈은 꾸준히 '보편복지는 포퓰리즘이다. 선별복지해야한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무상급식 같은 보편복지제도를 억지로 없애진 않겠다' 라고 해왔고 이번에도 그냥 그말 했는데, '그래서 아이들 무상급식 반대 하십니까? (아, 제발 반대한다고 해주세요.)' 라면서 대답을 구걸하는 모습까지... (...)



아마 각 당에서 포커스 그룹 같은거 꾸려서 토론회 보고 평가를 받았을텐데, (국민의당은 돈 없고 사람 없어서 못했을지도)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안봐도 블루레이일것 같고요.

그후 단일화 여론조사 가지고 양당이 싸우는거만 봐도 알 수 있겠죠.


오늘 아침에 안철수가 오세훈 만나서 직접 후보끼리 담판 짓겠다고 기사 나왔던데...

철수님 아니에요... 담판은 오세훈이 아니라 김종인이랑 지어야죠... 자기 입으로 김종인이 상왕이라고 했으면 김종인을 만나야지... 

며칠전에 추호 할배가 '오세훈은 자연인이 아니라 공당의 후보다' 라고 했거든요.

이말은 '너 임마 10년전에 당이 반대하는데 가오 잡는다고 시장 사퇴했다가 정치인생 박살난거 기억하지? 이번에도 니 멋대로 단일화 협상하면 이 당에서 다시 정치 못한다?!' 라는 경고죠. 자꾸 오세훈이 안철수 만나서 양보하니까...

오세훈도 이미 선을 넘을 정도로 양보 많이 했는지라, 더 해줬다가 단일화 여론조사 패배하거나 서울시장 선거 떨어지면 홍준표급이 아니라 전빤스랑 어울리는 퇴물 취급 당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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