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어, 누나. 작가라는 용어가 문득 혼란스러워서 말야~
머저리> 보통 이 용어를 소설가에게 붙히잖아? 황석영 작가, 조세희 작가 라는 식으로 말야. 왜 그런거야?
머저리누나> 소설이 문자의 텍스추어로 창작되는 근대의 양식 중 가장 강력한 분야라 그런거지 뭐.
머저리누나> 근데 내 관점으론 '작가'란 용어가 소멸 직전의 언데드 상태로 느껴진 지 꽤 됐는데 그게 왜 궁금하지?
머저리> 뭐시라?

머저리누나>매직 리얼리즘이 강했던 남미/아프리카 소설이 풍겨낸 드림타임 dreamtime이 권능을 잃은 지 오래잖아.
머저리누나> 그저 신화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이성 아래로 내려와서 정치적 불합리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이성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적 느낌이 퍼져 있고.
머저리누나> 치누아 아체베 같은 작가의 아프리카 소설을 읽느니, 파리 께브랑리 인류학 박물관 아프리카관을 가보는 게 낫다는 유머가 이미 내 대학시절에 유행했더란다~
머저리> 그건 비서구 문학에서의 작가 개념에 너무 몰입돼 있는 시각 아냐?
머저리> 옥타비오 파스라든가 카를로스 푸엔테스, 슬라보예 지젝, 이스마엘 카다레 같은 작가.  문학이자 문학 이상으로서 하나의 ethnosphere의 아카이브 행성을 건사한 작가에게 유독 찬양을 보내는?

머저리누나>그들은 지식인이자 인류학자이자 미래학자이자 정치가이자, 뭣보다 고뇌한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복합적인 바리에떼의 면모를 가진 이들이야.
머저리누나> 당연히 조명될 수밖에 없지. 내가 이 '인종권'의 작가 개념에 너보다 익숙한 건 사실이고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봐.
머저리> 언어의 마법성이 더 이상 권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머저리> 조립문학 같은 어린애 장난에 몰두하고 있는 소위 '미래파'가 득세하고 있고... 
머저리누나> 하하  조림돌림 당하기 좋은 그런 판단은 일기에나 쓰거라 쉿~

머저리> 근데 영화에서도 자기 세계를 구축한 감독, 씨네필 내부공동체의 인정투쟁에 승리한 이에게도 작가라는 용어를 붙이고 있잖아.
머저리누나> 고다르, 트뤼포 같은 누벨바그 감독들을 종교적 페티시즘의 대상으로 신성화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걸로 알아.
머저리누나> 고전적 시네마 스튜디오 장인이었던 감독들을 개성 그 이상으로, 기이할 정도로 이콘화를 부여했던 거지.
머저리> 맞아. 그런 시각의 관객들이 자국 대중영화엔 경멸과 조롱을 숨기지 않았고.
머저리누나> '작가'란 이콘화의 우주를 만드는, 결국 자본주의가 전일화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반자본주의적 생명력을 구가하는 세계관 자체의 에이전트라고 보고 있음.

머저리> 미술에서도 자존심 내세우는 '작가'라는 호칭이 있잖아.
머저리누나>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지금 너무 졸리다.
머저리> 기절하게 맛있는 커피샵 하나 알아뒀어요. 대접할게요.
머저리누나> 계산은 내가 하는 거고?
머저리> 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7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26
115272 새벽의 소소한 잡담 [2] 여은성 2021.03.28 383
115271 조선구마사가 폐지됐군요 [22] 메피스토 2021.03.28 1465
115270 하나도 안틀리고 따라하는 노인네 [1] 가끔영화 2021.03.27 364
115269 고질라 VS. 콩을 보면서(스포 안 중요한 영화) [3] 예상수 2021.03.27 445
115268 날씨가 흐려도 진달래가 활짝 피었어요 [4] 산호초2010 2021.03.27 322
115267 배대슈 사소한 거 [9] daviddain 2021.03.27 584
115266 ‘김치전쟁?’의 여파가 저한테까지 미치네요 [3] soboo 2021.03.27 1056
115265 시간의 살해 [17] 어디로갈까 2021.03.27 998
115264 동생이 경계성 종양이라는데요 [12] 산호초2010 2021.03.27 1142
115263 Larry McMurtry 1936-2021 R.I.P. 조성용 2021.03.27 227
115262 영화 [더 록] 오랜만에 보다가 난데없이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네요 [8] DH 2021.03.26 640
115261 내일 외출하는건 어떨까요? [8] 산호초2010 2021.03.26 654
115260 She is nominated / was nominated / has been nominated 의 차이 [4] tom_of 2021.03.26 456
115259 공시가격과 보유세, 안중근 [4] 칼리토 2021.03.26 609
115258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9] catgotmy 2021.03.26 395
115257 한문 전공한 사람들은 왜? (중국 이야기도 조금) [6] 토이™ 2021.03.26 725
115256 민주야 좋아해 광고 철거 [5] Lunagazer 2021.03.26 818
115255 영어 지문인데 마케팅에서 machine learning은 어떤 상관관계일까요? [14] 산호초2010 2021.03.26 1175
115254 [일상바낭] 말머리대로, 그냥 신변잡기적 바이트 낭비입니다 [37] 로이배티 2021.03.26 981
115253 Jessica Walter 1941-2021 R.I.P. [4] 조성용 2021.03.26 2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