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방전과 노력)

2021.01.13 04:52

여은성 조회 수:392


 1.새해라 몇몇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방전된 것 같네요. 하긴 그래요. 아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그들이 아는 나를 연기하는 거거든요. 그들이 잘 알고 기대하는 나를 연기해 줘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는 길은 늘 힘들어요.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만나서 뭘 먹을까...무슨 말을 해줄까 생각하며 설레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는 아직 오후인데도 택시를 타곤 해요. 괜히 택시를 타서 돈낭비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너무 심신이 피로해져서 그냥 택시를 타버리곤 하죠.



 2.하지만 또 사람들을 안 만날 수도 없어요. 만나지 않으면 외로우니까요. 평소에는 결혼을 하는 게 좋은건가...싶다가도 사람들을 만나서 돌아와서 혼자 있으면 역시 결혼을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곤 하죠.

 

 사실 혼자 있는 걸 원래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사람을 만나는 편이 좋죠. 하지만 에너지가 별로 없는 건지...사람을 만나면 금새 방전되어서 기운이 다 떨어지곤 해요. 그렇게 방전되고 난 후엔 한동안 혼자 지내는 게 좋다...라기보다는 덜 나쁜 거죠.


 뭐 그래요. 좋은 것이 아니라 그나마 덜 나쁜 것을 찾아다니게 되었나...싶기도 하네요.



 3.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 만나고 돌아오는 것, 만나고 돌아와서 안부 카톡을 하나 보내는 것...이 정도가 가장 심신이 덜 지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해요. 


 왜냐면 잘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말과 행동만 할 수 있거든요.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뭔가 편한 소리를 할 수 있으니까요.



 4.휴.



 5.그래서 거리두기가 끝나면 아는 사람이나 일반인만 만나는 것보다는...다시 편한 사람을 만나야겠다 싶어요. 더이상 새로운 술집은 안 간다고 했지만 낮에 강남 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가게가 있곤 해요. 


 그야 내부의 인테리어는 알 수 없지만 바의 네이밍...문짝의 형태...재질...그런 것들을 보기만 해도 '이 바의 여사장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가 있잖아요. 왜 네이밍을 라틴어로 지었을까...왜 색지정이나 디자인을 저렇게 했을까...같은 궁금증이 들 만한 술집이요. 그런 눈에 띄는 술집을 보면 거리두기가 끝나면 반드시 한번 와 봐야겠다...라고 주억거리곤 해요.

 

 그런 가게에 가서 제일 싼 술을 시키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손님인 채로 조용히 있다 오는 것도 좋겠죠. 



 6.뭐 그래요. 직원들은 그 가게의 단골 고객들을 시중드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별볼일 없는 뜨내기 손님인 것처럼 조용히 혼자 있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생각해 보면 내 테이블에 직원이 세명 다섯명씩 붙는 것도 피곤한 일이니까요. 그들과 친해지고 전화번호 교환하고 해봤자...또 똑같은 피곤함이 반복되는 거니까요.


 가서 그냥 없는 것처럼 조용히 앉아있다가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네요.


 

 7.열심히 살아야죠. 내가 가진 건 결국 나밖에 없거든요. 아직 내가 나를 가지고 있을 때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죠. 거리두기가 끝나면 낮엔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저녁엔 어딘가 놀러가더라도 대중 교통 타고 돌아올 만한 시간에 일어나고...그래야겠어요 

 

 휴......여러분도 열심히 살아야 해요. 열심히 살고 나서 괜히 열심히 살았다고 후회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외쳐줄 사람들이라도 주위에 있을 거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안 살고 나서 게으르고 살았다고 후회하면? 그렇지 않다고 위로해줄 사람들조차 없어요.


 오늘은 이만 자고...이따 일어나서 뭐 몇 페이지라도 만들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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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이 사람 별로 열심히 살지도 않으면서 왜 맨날 노력 타령이야.'라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내겐 담당자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의 담당자를 해야만 하거든요. 그러니까 인터넷에 글을 쓸 때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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