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6 11:48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당 회의에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이 사안이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 의해 엄청난 권력형 비리인 것처럼 비화됐다”며 “전형적인 지록위마”라고 말했습니다. 기사 읽으면서 아 이 사람 고사성어 잘못 쓰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링크
지록위마는 그냥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진나라 황제 호해가 즉위하자, 환관 조고가 엄청난 권력을 쌓아올립니다. 그리고는 조고는 자기의 권력을 시험하고, 자기에게 곧은 말을 할 사람을 추려내서 잡아죽이기 위해 꾀를 냅니다. 조고는 황제 호해 앞에서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깁니다. 그러자 황제는 지록위마라 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저것은 사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조고는 저것이 말이라고 우기지요. 이제 중신들은 두 명의 권력 앞에서 선택을 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은 말이라 하지만 누구는 사슴이라 하고 합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을 기억해두었다 잡아 죽입니다. 그리고 나니 조고의 권한을 꺾을 이가 없게 되었습니다.
즉 원래 이 말은 권력가진 자가 자기 권력의 양을 시험하며 명백한 사실을 아니라며 우길 때 쓰는 겁니다. 지금 집권당은 더불어민주당이고 법무부 장관은 추미애인데 이 고사성어를 야당쪽에 들이대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써먹은 것인지요.
대한민국에는 왕이 없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하는데, 국민 앞에서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우기니 이것이 지록위마입니다. 사슴을 말이라고 우길 수 있으면 앞으로는 무슨 일을 못하겠습니까?
2020.09.16 12:27
2020.09.16 12:31
theoldman님은 검찰탓을 하시더니 분홍돼지님은 언론탓을 하시는군요. 여기서 조선일보 탓, 언론 탓을 하면 대한민국에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상황 파악 못할 것 같나요?
2020.09.16 12:35
2020.09.16 12:43
언론 권력 존재하죠. 그런데 이번에 보니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수준이 아니고 아예 사슴을 수술해서 말로 만들어버리더라구요. 카투사가 직장이 되질 않나 (김어준), 김치찌개 식당이 되질 않나 (정청래), 휴가에 관해 미군 규정이 적용된다 하질 않나 (이재정), 당정협의로 국방부 자료를 만들지 않나, 그 중 가관은 카톡 휴가연장이었는데 앞으로 또 뭐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2020.09.16 13:42
2020.09.16 16:22
분홍돼지님의 이런 댓글이 추미애 아들 사건의 촛점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p.s. 왈가왈부입니다.
2020.09.16 12:32
조선일보가 무슨짓을 하는지는 모르겠고 보수야당 정치인 자녀의 군대 휴가문제라면 지금 추미애에게 쉴드를 쳐주고 있는 사람들 반응이 어땠을지는 궁금합니다.
2020.09.16 12:36
무릎 안좋은 의경 예전에 한 명 있었어요. '코너링' 때문에 조롱도 받았지요. 링크 그래도 이때는 애꿎은 당직사병 탓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2020.09.16 12:33
휴가 적법하게 신청해서 진행된 걸 '탈영'(미복귀)했다고 '지록위마'하는 겨자 검빠께서 지록위마의 뜻을 재정의하시니 아 인간은 정말 자신을 못보는구나 싶습니다. 역겨운 자기성찰력이십니다.
2020.09.16 12:37
이제 겨적겨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사자성어는 솔직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닌가요?
2020.09.16 16:52
정치인은 말하는 게 직업이라서, 이런 건 좀 유래를 찾아보고 써야합니다. 예전에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인가 성희롱 발언을 했는데 김형오 의원이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은 인용하면 안되는 구절이였어요. 왜냐하면 그 구절 앞부분을 읽어보면 여인은 죄가 있었습니다. 김형오 의원은 강용석 의원이 죄가 있다고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
'위국헌신군인본분' 잘못 써서 민주당 대변인이 사과하는 걸 보세요.
2020.09.16 12:46
이젠 여당이 고사성어 잘못 인용하는 것 마저 실드치는 꼴을 다 보네요. 아 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9.16 12:52
개인적으론 사실 이 문제도 딱히 새로울건 없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자녀가 군대에서 융숭한 대접받는다는 얘기들은 차고넘쳤고,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엄마가 누구고 아빠가 누구면 "규정내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는 현상은 제가 현역복무자가 아니더라도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군내부에서 알아서 박박 기어주는 것들도 있고, '윗선의 전화 한통'에 해결되는 경우도 많이들었고요. 당연히 전역자들은 이 부조리함들에 늘 분노하더군요.
가져다 붙이면 그만이고 알아서 처리해주면 그만이었을게 군대일들이라던데, 사실 사회도 크게 다를거없지요. 어떤 신입직원이 아프면 병가쓰고 일있으면 연차쓰고 회식 빠지고 싶으면 빠지고...당연한 직장인 권리(라고 할것도 없지만)를 시원하게 행사하면 '사이다'로 취급받지만, 알고보니 그 직원 배경이 거래처 사장 아들이거나 우리 사장 아들이면 사이다가 아니라 고구마와 부조리의 영역이듯 말입니다.
이 문제 처음접했을때 그냥 정치인이 정치인질 했나보네....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진영논리가 적용되니까 새롭네요. 한국에 존재하는 역린;입시-교육문제라던가, 성문제, 군대 부조리.... 같은 여러문제가 '진영논리'와 상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었거든요. 조국문제도 그렇고 박원순 문제도 그렇고 추미애 문제까지...예상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예상이 들어맞는것도 신기하네요.
2020.09.16 13:50
민주당이 생각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진짜 권력자는 정부 여당이 아니라 재벌 언론 검찰이니까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확하게 사용한 거죠. 그 현실 인식에 동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뿐.
2020.09.16 16:24
멀쩡하게 돈 잘 벌어다주는 재벌은 왜 추미애 아들 사건에 불려 나와서 욕을 먹어야 하며, 일요신문이 보도해서 수사 왜 이렇게 질질 끄냐고 욕먹고 수사하는 검찰은 왜 여기서 또 권력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권력을 행사한 쪽이 누굽니까?
2020.09.16 17:10
오늘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이렇게 주장했네요. 링크
결국, 추 장관의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 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데미지 콘트롤을 못하는 사람들이로군요.
2020.09.16 18:14
당황한 모양이네요. 두 시간 만에 안중근 의사 부분만 삭제했다는군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