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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넷플릭스를 잘 쓰고 있는 걸까요. 이 참에 넷플릭스에서 하는 재미있는 걸 봐야지.. 가 아니라 극장에서 놓쳤는데 막상 다운받고 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작품들을 봐야지... 하는 호기심 천국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걸 찾아보는 게 아니라 그저그런 작품들을 대충 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뭐라도 일단 보는 게 그래도 돈값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짤이나 클립으로 골백번 본 <신세계>를 보고 나니 최민식의 이 작품을 추천하길래 알고리즘을 믿고 따라가봤습니다. 


장단점이 굉장히 뚜렷하더군요. 일단 최민식과 곽도원의 투탑 연기가 좋습니다. 사람들이 최민식을 매번 <올드보이>나 <악마를 보았다>만 이야기하는 게 좀 지겨울 때가 있는데, 저는 최민식의 진가는 이런 非살인마 캐릭터들에게서 훨씬 더 잘 묻어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분노나 아주 강렬한 감정을 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건 다른 배우도 할 수 있겠지만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비열함이나 소탈한 모습은 정말로 그 배우안에 쌓인 무언가가 없으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곽도원의 공무원 연기는 이미 한국에서 원톱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단점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후반부 누군가의 죽음이 불필요하게 극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캐릭터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작가가 철거 수준으로 처리해버린 느낌이 강하죠. 사실 그 전의 뺑소니 사건도 이미 불필요하다면 불필요하겠습니다만.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나갈 순 없는 것일까. 이 고전적인 숙제를 충무로가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모든 사람이 적도 친구도 될 수 없고 그저 권력의 무게중심을 왔다갔다 한다는 세계관 자체는 꽤 좋잖아요. 이 영화가 가장 핵심적으로 노렸던 스릴러적인 지점이 오히려 이 정치드라마의 가장 큰 약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최민식이 연기하는 변종구의 얼굴 아니겠습니까. 너무 게임을 하려고 하다보니까 인물들이 자기 자리에 좀 갇힌 느낌도 있습니다. 그냥 생활로 갔어도 충분했을텐데. 어차피 정치판의 비열한 모습들은 모든 후보의 얼굴이 완성하니까요.


듀나님의 평에 적극 동감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능성이 너무 아깝게 묻힌다는 겁니다. 남자들의 정치판에 보좌관 노릇을 하는 젊은 여자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충돌과 다른 방향으로의 전진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꼰대 사이에서 무력해지는 청년으로만 그립니다. 주도권에 있는 4050남자들의 얼굴은 온갖 자유를 누리면서 악과 작은 인간성을 다 표현하는데, 청년들의 얼굴은 늘 무기력해지고 맙니다. 아쉽습니다. 그나마 문소리의 캐릭터는 이리저리 얼굴이 왔다갔다하는데, 류혜제가 넷플릭스를 잘 쓰고 있는 걸까요. 이 참에 넷플릭스에서 하는 재미있는 걸 봐야지.. 가 아니라 극장에서 놓쳤는데 막상 다운받고 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작품들을 봐야지... 하는 호기심 천국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걸 찾아보는 게 아니라 그저그런 작품들을 대충 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뭐라도 일단 보는 게 그래도 돈값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짤이나 클립으로 골백번 본 <신세계>를 보고 나니 최민식의 이 작품을 추천하길래 알고리즘을 믿고 따라가봤습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아깝습니다. 어떤 디테일들이나 품고 있는 공기는 진짜 괜찮은데, 그게 익숙한 변곡점에서 좀 삐끗하네요. 뺑소니도 다른 살인사건도 없이 그냥 배우의 대결을 믿고 흘러갔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그 공백을 두 여자의 대담한 전두지휘와 늙은 여우들과의 협업으로 그려냈다면 더 괜찮았지 않았을까요. 소 잃은 외양간이지만 소를 잃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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