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readmed-2017-302755-14939640642870


제가 넷플릭스를 잘 쓰고 있는 걸까요. 이 참에 넷플릭스에서 하는 재미있는 걸 봐야지.. 가 아니라 극장에서 놓쳤는데 막상 다운받고 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작품들을 봐야지... 하는 호기심 천국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걸 찾아보는 게 아니라 그저그런 작품들을 대충 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뭐라도 일단 보는 게 그래도 돈값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짤이나 클립으로 골백번 본 <신세계>를 보고 나니 최민식의 이 작품을 추천하길래 알고리즘을 믿고 따라가봤습니다. 


장단점이 굉장히 뚜렷하더군요. 일단 최민식과 곽도원의 투탑 연기가 좋습니다. 사람들이 최민식을 매번 <올드보이>나 <악마를 보았다>만 이야기하는 게 좀 지겨울 때가 있는데, 저는 최민식의 진가는 이런 非살인마 캐릭터들에게서 훨씬 더 잘 묻어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분노나 아주 강렬한 감정을 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건 다른 배우도 할 수 있겠지만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비열함이나 소탈한 모습은 정말로 그 배우안에 쌓인 무언가가 없으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곽도원의 공무원 연기는 이미 한국에서 원톱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단점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후반부 누군가의 죽음이 불필요하게 극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캐릭터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작가가 철거 수준으로 처리해버린 느낌이 강하죠. 사실 그 전의 뺑소니 사건도 이미 불필요하다면 불필요하겠습니다만.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나갈 순 없는 것일까. 이 고전적인 숙제를 충무로가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모든 사람이 적도 친구도 될 수 없고 그저 권력의 무게중심을 왔다갔다 한다는 세계관 자체는 꽤 좋잖아요. 이 영화가 가장 핵심적으로 노렸던 스릴러적인 지점이 오히려 이 정치드라마의 가장 큰 약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최민식이 연기하는 변종구의 얼굴 아니겠습니까. 너무 게임을 하려고 하다보니까 인물들이 자기 자리에 좀 갇힌 느낌도 있습니다. 그냥 생활로 갔어도 충분했을텐데. 어차피 정치판의 비열한 모습들은 모든 후보의 얼굴이 완성하니까요.


듀나님의 평에 적극 동감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능성이 너무 아깝게 묻힌다는 겁니다. 남자들의 정치판에 보좌관 노릇을 하는 젊은 여자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충돌과 다른 방향으로의 전진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꼰대 사이에서 무력해지는 청년으로만 그립니다. 주도권에 있는 4050남자들의 얼굴은 온갖 자유를 누리면서 악과 작은 인간성을 다 표현하는데, 청년들의 얼굴은 늘 무기력해지고 맙니다. 아쉽습니다. 그나마 문소리의 캐릭터는 이리저리 얼굴이 왔다갔다하는데, 류혜제가 넷플릭스를 잘 쓰고 있는 걸까요. 이 참에 넷플릭스에서 하는 재미있는 걸 봐야지.. 가 아니라 극장에서 놓쳤는데 막상 다운받고 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작품들을 봐야지... 하는 호기심 천국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걸 찾아보는 게 아니라 그저그런 작품들을 대충 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뭐라도 일단 보는 게 그래도 돈값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짤이나 클립으로 골백번 본 <신세계>를 보고 나니 최민식의 이 작품을 추천하길래 알고리즘을 믿고 따라가봤습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아깝습니다. 어떤 디테일들이나 품고 있는 공기는 진짜 괜찮은데, 그게 익숙한 변곡점에서 좀 삐끗하네요. 뺑소니도 다른 살인사건도 없이 그냥 배우의 대결을 믿고 흘러갔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그 공백을 두 여자의 대담한 전두지휘와 늙은 여우들과의 협업으로 그려냈다면 더 괜찮았지 않았을까요. 소 잃은 외양간이지만 소를 잃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크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75
113319 Kanye West 신작의 반응이 뜨겁네요 [12] gourmet 2010.11.23 3460
113318 드라마인데 제목이 뭔지 모르겠어요. [3] 안녕핫세요 2010.11.23 1999
113317 아일랜드 결국 구제금융(IMF) 받게 되었는데요. 뜨끔하는 사람들 꽤 많을듯 [8] soboo 2010.11.23 2892
113316 코미디 갤러들을 설레게 하는 기사, '유명 남자 탤런트, '정신분열증 위장' 병역 면제 의혹' [9] chobo 2010.11.23 4586
113315 오늘 저녁 촛불 문화제를 합니다.(+진보신당 소식 약간) [4] 난데없이낙타를 2010.11.23 1936
113314 [바낭] 엔더의 게임, 엔더의 그림자,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2] 가라 2010.11.23 1897
113313 새로운 여신, 강민경님의 연기(자동재생). [7] chobo 2010.11.23 3708
113312 (바낭) '부왘의 뜻' 하니까 생각난건데.. [17] hwih 2010.11.23 4053
113311 It Gets Better from Pixar [2] Jekyll 2010.11.23 1435
113310 아~ 아쉽습니다. 리브로 50%할인행사 또 할까요? [4] 무비스타 2010.11.23 2628
113309 뉴요커 100명에게 메세지를 받아 프로포즈 하신 분 [7] chobo 2010.11.23 3185
113308 이거 한 번 읽어보세요 [7] Johndoe 2010.11.23 2512
113307 [펌] 바람난 남친에게 효과적으로 복수한 아가씨. [33] 핑킹오브유 2010.11.23 34735
113306 버피 리부트 소식. Warner Bros. Pictures to Reboot "Buffy the Vampire Slayer" [3] mithrandir 2010.11.23 1829
113305 그 유명한 삼성 모니터 광고(?)의 원본 동영상을 찾았습니다. [2] whoiam 2010.11.23 2327
113304 방금 TV에서 포탄 여러발이 연평도에 떨어졌다고 속보 뜨네요 [60] 레드훅의공포 2010.11.23 8431
113303 새로운 항마력 테스트 등장 [3] 샤유 2010.11.23 2173
113302 [YTN뉴스] 대통령 "단호히 대응하되 더이상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 [63] 고인돌 2010.11.23 4564
113301 ios 4.2/ Find my iphone 기능 작동해봤습니다. [3] 무비스타 2010.11.23 1854
113300 영웅호걸과 소극적 팬질 [3] 부기우기 2010.11.23 20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