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7 14:38
-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죠.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홍보용 인용구들을 믿지 마세요)
- 뭐 무슨무슨 공법으로 극지방에서 시추 작업을 하느라고 지구의 자전축이 흔들려 버렸대요. 그래서 지구적으로 조금 이상한 자연현상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선 무덤의 시체들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한적한 시골 마을의 경찰관들은 이 괴상한 사건을 보고 당황하면서도 나름 뭐라도 해보려고 애를 쓰긴 하는데...
- 애초에 짐 자무쉬 영화잖아요. 스토리가 딱히 중요할 리가요. 그냥 아래 사진을 보세요.
자세히 보세요.
웃기십니까. 혹은 웃길 거라는 믿음이 생기십니까.
그러면 보시고, 아니면 보지 마세요.
뭐 그런 영홥니다. ㅋㅋㅋ
-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아주 재밌게(?) 봤던 입장에서 나름 기대를 하고 봤는데... 아무래도 소재가 뱀파이어에서 좀비로 바뀌다 보니 작품의 분위기는 영 다릅니다.
그 영화는 수천년을 살아 온 뱀파이어들의 허세 고상한 취미를 핑계로 감독 본인이 좋아하는 예쁘고 멋지고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것들을 마구 늘어 놓는 영화였잖아요.
지구 자전축을 핑계로 무덤에서 살아난 미국 시골 시체들에게서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죠. 이 영화는 시종일관 허름하고 비루합니다. 특별히 보기 좋은 거라면 틸다 스윈턴의 꾸준하게 비인간적인 비주얼 정도.
감독의 취향 자랑도 그렇게 보고 듣기 좋은 쪽으로 강조되지는 않아요. 일단 노래가 영화 제목과 동명의 주제가 하나만 나오고 또 나오는 식이라서. (극중 인물들이 나중에 지겹다고 꺼버립니다 ㅋㅋ) 탐 웨이츠랑 이기 팝이 등장하긴 하지만 나와서 노랠 부르거나 그런 장면은 없구요.
물론 감독 스타일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위에서 비루하다고는 했지만 보기 좋게 비루(?)하고. 계속 반복된다고 투덜거렸지만 노래는 좋구요. 느릿느릿 별 의미 없는 대화들만 주고 받지만 그래도. 등장 인물들이 계속 대화를 나누긴 하죠. ㅋㅋ 사실 이 영화의 핵심 웃음 포인트가 그겁니다. 누가 한 마디 던지고 나면 애매한 정도의 정적이 흐른 후에 대꾸가 나오는 '마가 끼는 대화'의 연속.
- 근데 뭐 어쨌든간에...
솔직히 말해서 재밌다고 남에게 추천해줄 영화는 못됩니다. 저도 그렇게 재밌게 보지는 못 했거든요.
시작하고 30분이 지나서야 좀비가 처음 나오고. 한 시간이 넘어서야 그게 소동으로 확대가 되고. 그런 후에도 계속 별 일 없다가 막판 10분동안 괴상망측하게 그냥 마무리가 되는데... 다른 건 둘째치고 결말부가 너무 급속하게 안드로메다로 가버려서요. 감독은 나름 뭔가 의도가 있어서 그랬겠지만 글쎄요 뭐... 어떻게 생각해봐도 막판의 급전개는 그냥 구렸던 것 같아요. 그 급전개와 함께 매우 친절 자상하게 작품의 주제를 따박따박 읊어주는 것 역시 난감했구요.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에 아담 드라이버와 클로에 섀비니. 그리고 단역급이지만 대니 글로버와 스티브 부세미까지 출동하는 화려 캐스팅과 감독 본인의 유명세... 를 떼고 똑같은 영화를 만들어 놓는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들 보고 평가를 해주긴 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보면서 웃긴다, 뭐 그래도 볼만하다... 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짐 자무쉬 영화란 걸 모르고 봤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까... 라고 스스로 생각해 보면 그게 좀. ㅋㅋㅋ
- 결론은.
감독이나 출연 배우들의 팬이라면 보세요. 어차피 넷플릭스 유저들이라면 따로 돈도 안 들 테니까.
그 외엔 그냥 안 보셔도 됩니다.
저야 뭐 빌 머레이의 뚱한 표정과 틸다 여사님 간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 시간이 아깝진 않았습니다만. 영화로서의 재미나 완성도를 말하자면 그게 좀...
+ 그래도 우리에게 틸다 여사님의 이런 모습을 볼 기회가 흔한 건 아니겠죠.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맡았던 역할 따위(쿨럭;)에 비하면 훨씬 간지나는 역이었습니다. ㅋㅋ
뭐... 그래도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쪽이 틸다 여사님 화보로는 훨씬 훌륭했지만요.
++ 극중에서 되게 유명한 올드팝처럼 등장하는 Dead Don't Die라는 노래는 이 영화를 위해 만든 신곡이더군요. 짐 자무쉬가 좋아하는 뮤지션이겠죠. 전 무식해서 처음 들은 이름이었습...
뭐 곡은 좋아요.
+++ 전 셀레나 고메즈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일단 얼굴은 익혔지만 나중에 다른 영화에서 또 보게 되어도 못 알아볼 거에요. 탑골 늙은이에게 요즘 헐리웃 셀럽들이란 봐도 봐도 입력이 안 되는 미지의 영역인지라...;
++++ 아담 드라이버에 대한 배우 개그가 한 번 나옵니다.
2020.07.27 14:49
2020.07.27 14:58
어차피 장르물이고 그게 또 좀비물이다 보니 작정하고 Z급스런 갬성으로 가볍게 만들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음... 전 와닿는 게 없더라구요. ㅋㅋ
2020.07.27 14:59
2020.07.27 15:03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니 마지막 장면에 흘러나오는 그 나레이션이 문자 그대로 감독의 생각이자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더욱 별로인 걸로. ㅋㅋ 사실 중반까지는 심심하지만 그럭저럭 취향에 맞아서 괜찮게 봤던 터라 결말부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2020.07.27 20:02
2020.07.27 20:24
이건 뭐 스포일러는 아니니까... 자본주의 비판이었죠. 물질에 집착하느라 영혼을 잃고 지구 다 망가뜨리고! 니네는 좀비랑 똑같아!!! 라는 식의 직설적이기 짝이 없는. ㅋㅋㅋ
2020.07.27 20:11
장르물 잘 찍는 감독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애초 큰 기대는 안되었고, 평도 나쁘길래 제껴야지 맘만 먹고 있었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았던 차 확실하게 맘이 정해지네요. 고생하셨습니다 ㅋ
2020.07.27 20:50
2020.07.27 21:59
-다모르겠고 그냥 빌머리랑 애덤드라이버 투샷 보는걸로 그냥 만족하기로했습니다 ㅋㅋ
-셀레나 고메즈는 유명한 넷플릭스 시리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의 책임프로듀서이기도 하지요. 신기한 분이에요. 이분도 그 "유명한 걸로 유명한"타입인 듯.
2020.07.27 22:02
2020.07.27 22:08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었죠. VOD나왔나 해서 보니 놀랍게도 아직 상영중이군요. 운도 없지 모처럼 활약한 영화가 우디 앨런이라니.
2020.07.28 10:47
2020.07.28 11:03
찾아보니 어렸을 때 디즈니 어린이 드라마 같은 데 나와서 초대박을 냈던 경력이 있는 분이네요.
그 유명세와 인기로 가수도 하고 뭐 이것저것 하는데 가수 경력도 꽤 성공적인 편이었던 것 같고.
근데 제가 딱 모를 수밖에 없는 조건을 두루 갖추셨어요. 전 린제이 로한도 잘 몰랐었고 올슨 자매도 몰랐고, 주로 영화로 헐리웃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ㅋㅋㅋㅋ
2020.07.27 22:24
저는 무려 극장에 가서 봤는데 좋아하는 배우들 봐서 좋았습니다.
그 다이너 웨이트리스 중 한 명이 천국보다 낯선의 에바(?)였나? 그 여자더라고요.
세월이 참...
2020.07.28 11:04
네 저도 배우들 보는 재미 때문에 맘에 안 드는 부분도 대부분 용서(?)했습니다. ㅋㅋ
확인해보니 천국보다 낯선이 벌써 36년 전이네요. 세월(...)
2020.07.29 00:08
사진까지만 보고 스포 피하려고 스크롤 내렸는데 사진만 보고 엄청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7.29 12:58
그런 취향이라면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ㅋㅋ
2020.07.29 03:05
2020.07.29 12:59
그냥 매크로(?) 작명이죠.
1. '더'는 뺀다.
라고 적혀 있는 매뉴얼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봅니다. ㅋㅋ
2020.07.29 18:28
2020.07.30 02:47
전 와이파이와 함께 시리를 소환하던 좀비도 기억에 남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