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봤습니다. 매우 독특한 감각을 가지고 있네요. 수출보다는 숱한 재난을 겪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위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전반적인 완성도로 보자면 쏘쏘하긴한데 개성적인 면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기에는 또 아깝지 않나 생각되어서 감상문 적어 봅니다.


주인공은 육상선수인 중2 여자애에요. 연습이 끝나고 부원들과 라커룸에 있는데 재난이 발생하며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보니 부원들은 다 쓰러져 있고 라커룸은 아수라장.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는데 나 살자고 부원들을 팽개치고 나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이후에 가족을 만나 피난생활을 시작하지만 죄책감이 얘를 계속 괴롭혀요. 


재난의 스펙터클이나 인간성 실험, 선정성 같은 건 가급적 제껴두고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 재난 상황의 절망감, 무력감, 슬픔 같은 것들을 매우 절제된 양식으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리고 음악이 아주 좋아요. 류이치 사카모토스러운 배경음악이 분위기를 잔잔하게 눌러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음악이 한 50% 지분은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작화는 좀 들쭉날쭉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었어요. 인물들의 움직임도 여느 일본에니메이션보다는 로토스코핑스런 사실적인 묘사가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초반부 정도까지 ㅋ 중반이 넘어가면 왠지 스토리 작가가 총 10화 분량을 못채워서 허덕이는 느낌이 들긴 하죠. 전반적인 흐름과 마무리, 주제 같은 것들은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그럭저럭 수습이 되긴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역시 어렵네요.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작화도 장면마다 스타일이 너무 다른 것이 애니메이터들이 각자 자기 하고 싶은대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요. 초반의 인상이 너무 좋았어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그래도 혹시 제목 보고 끌렸는데 막상 보기 주저하셨다면 보실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에 따라선 저처럼 꽤 좋을 지도요. 자기 개성이 확실하고 재난물인데 이상하게 힐링되는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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