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1 02:25
박원순 시장에 대해 아는 건 변호사이자 서울시장인 것, 그리고 하는 일에 비해 인기는 좀 없어 보이는 아저씨.. 부지런한 살림꾼의 느낌.
시장이기 이전에 어떤 인생을 산 사람이었는지는 별세 이후에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그가 새벽 연기처럼 세상에서 없어진 날부터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제 의식은 그저 커다란 의문의 지점에 멈춰 있는데, 유서에서 개인적으로 받았던 좀 독특한 인상 때문인 것도 같네요.
죽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적당한 장소와 방법을 정하고, 실패 없이 한 번에 성공하는데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특히 죽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거에요.
그리 긴 시간을 들여 쓴 것 같지 않은 짧은 유서에서는 정서가 읽히지 않았어요.
인정이나 사과, 혹은 억울함이나 회한, 분노, 미련 같은 것, 죽음과 그걸 택한 이유에 대한 아무런 단서 없음.
모두 안녕.
모두 안녕은 뭐란 말인지..
어제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많은 일을 하며 살았고 그렇게 가면서도, 조금의 자기연민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선문답의 느낌.
경력이 찜찜했던 '고소인' 혹은 '피해호소인' 혹은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은 날이 갈수록 좀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 같아요.
법률대리인이 자신의 의뢰인을 제대로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뢰인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게 맞는지 궁금하고, 아무튼 현재 시점까지 해고 당했다는 소식은 없군요.
이 분이 지금 미디어에 대고 열심히 변호하고 있는 건 의뢰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진실에 근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쪽에서든 그렇게 가면 안되는 거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결단'에도 이유가 있을 것, 저는 그저 궁금할 따름입니다.
원순 씨는 대체 왜 돌아가신 걸까요?
2020.07.21 09:00
2020.07.21 09:04
2020.07.21 10:48
어떤 식으로든 단정하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건과의 연관 가능성도 포함한 진상 규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거고, 기자들이 몇 붙어서 취재 중인 것으로 압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저 변호사는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인물일 것으로 봅니다.
2020.07.21 12:00
2020.07.21 21:58
저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3년이나 5년 후에도 99%의 가능성으로 여전히 박원순을 욕하고 있을 거에요. 그리고 3년이나 5년 후,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지금과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1%의 가능성 또한 함께 존재합니다. 이건 박원순의 무죄를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아울러 2차가해라는 말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합니다. 피해자 측에 대한 즉각적이며 무조건적인 공감 이외의 모든 발언은 불의이자 2차가해라는 식의 태도가 합리적인 시비나 논쟁마저 저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변호사의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 같은 것을 포함합니다. 또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라거나 기다리는 것조차 가해자에 대한 옹호이며, 2차가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2020.07.21 09:33
구두뒤축 뜯어진 사진, 천장까지 쌓인 서류, 울퉁불퉁한 쪽을 위로한 문짝 테이블... 제 눈에 들어온 이사람은 실질보다 외부에서 어떻게 비치는가에 훨씬 더 신경을 쓰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제 외부에 성추행범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비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자살을 거행한 모습에서 이러한 인상은 더욱 강해지는군요...
2020.07.21 10:57
이 새X 이거 끝까지 멋있는 척 하려고 그러네. 책임안지고 자살하는 사람들 보면 떠오르는 바로 이 영화 대사가 떠오릅니다.
2020.07.21 11:06
2020.07.21 11:44
2020.07.21 12:00
가장 합리적인 가능성 하나를 배제하려니까 미스테리가 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죽음의 방식이나 유서 내용을 봤을 때 다른 선택지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유서 내용보다 그 형식(인스타 구도로 연출된 사진)에 눈이 가더라고요. 본인이 그걸 찍고 갔다면 좀 충격적인 성격이셨다 싶고, 서울시 관계자들이 경황없는 그 상황에서 그걸 연출해서 찍은 거라면 평소에 그들이 어떤 일을 요구받았는지 잘 보여주는 일이다 싶고.
요즘은 변호사에 대해서, 성폭행 사건을 수임받아 인터뷰하던 중 별건으로 이 이야기가 나왔고 그걸 변호사가 설득해서 고소하게 된 것이란 루머가 퍼뜨리며 열심히 욕하더군요. 그게 왜 문제인가에 대한 고민은 차치하고, 이걸 믿는다는 건 최소한 피해자의 증언은 사실이란 걸 믿는다는건가 싶더라고요 ㅎㅎ
2020.07.21 21:58
그니까요. 대체 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가 없어요. 너무나도 명백한 선택지가 있는데말이죠. 전 박원순씨 좋아하던 시절에도 그사람의 자기애와 "연출"을 좋아하는 성격은 질색했었거든요. 그게 마지막까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 전 그 정갈하게 연출된 유서였어요.
2020.07.22 02:41
미스테리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에 의한 표현이었음을 밝힙니다.
박원순 시장의 비보를 듣고 제가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 처음 했던 말은, "엄마, 존나 쪽팔릴 것 같으니까 죽었나보다."였어요.
하지만 그 24시간에 관해 나름대로 그의 1인칭 시점에 빙의해가며 생각해봐도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건 그냥 느낌 밖에 되지 않는데, 오히려 제게 이 사건에 점점 실제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 건,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 측의 입장에서 나오는 정보들이었어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변호사는 명백히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고, 정작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애매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증거 유무에 대한 대답도, 심지어 고소 사실이 명백히 죄가 되는 것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 조차 애매합니다. 또한 박원순 시장과 피해자 양자 간의 문제와 직장 내 성차별의 문제를 뒤섞어 얘기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나온 정황 만을 전제로, 이게 당장 달려가서 죽고싶을 죄인가. 박원순 시장의 신변이나 이 사건에 다른 정황은 없나. 변호사는 왜 저렇게 정치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등의 의문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박원순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유서가 쓰여진 종이와 펜 등은 필체가 개성있는 박원순 시장에게 평소에도 글귀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늘 그런 식으로 비치해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증거물로 취급될 사망자의 폰에서 사진을 꺼냈을 가능성 보다는 실무자가 찍었을 가능성이 많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일 없는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료로 남을 사진이기 때문에 대충 찍거나 한 구도로 한 장만 찍지는 않았을 겁니다.
별건 이야기는 아마 시장을 엮기 위해(정치적인 의도로) 딱히 고소감이라 보긴 어려운 일들을 가지고 변호사가 무리하게 고소부터 걸고 본 거다, 그런데 일이 커져서 당황하는 거다 라는 식의 주장 같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박 시장 사망 직후 민주당 쪽에서 지금은 입장 밝히기 어렵다, 좀 다른 얘기들이 들려오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 한 기사들은 있었습니다.
2020.07.21 12:28
지금까지 세상에 보여준 이미지와 성추행범으로 고소된 간극을 견디지 못했다고 생각되지만 그런것치고도 자살 결행까지 너무 속도가 빨랐죠. 고소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준비해서 곧바로 자살까지 결행하는데 하루나 걸렸을까요. 사람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이 힘든 일이건만 그리고 보통 어떤 비리 수사를 받더라도 수사가 한참 진행된 후에나 자살에 이르는 것인데 단 하루만에 자살이라는 것이 충격적이었죠.
임순영 젠더 특보를 5시간 반 수사했다는데 검찰이 수사를 하고나면 서울시 해당 책임자들은 처벌을 받게 될까요? 그래도 이런 일은 근절되지 않을거 같은 절망감이 드네요.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키든 말든 나는 내 명예를 지켜야 겠다. 라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긴거겠죠. 지금까지 박시장의 삶을 생각해보면 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