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9 13:58
1.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 교육부에서 먼저 가이드라인을 던졌죠.
근데 이게 말이 가이드라인이지 학년별 등교 날짜를 못박은 걸 제외하면 아주 헐렁헐렁하다 못해 가이드가 안 될 수준의 것이었습니다만.
덕택에 교육청들이 자기들끼리 빡세게 머리를 굴리던 와중에 며칠 전, 서울시 교육청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름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518083700530?input=1195m
내용 중에 나름 구체적인 부분만 인용하자면,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수차례 미뤄지면서 대학 입시와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고3은 오는 20일부터 매일 등교하도록 했다.
고2 이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는 한주씩 번갈아 가면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하는 격주제와 1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5부제, 오전·오후반으로 나누는 2부제 등 여러 안을 제시하고 학교 실정에 맞게 선택·운영하도록 했다.
이런 거죠.
그래서 지금 다른 교육청들도 저 안을 참고해서 열심히 이러쿵저러쿵하고 있구요.
저희 학교도 지금 이것저것 안을 만들어 놓고 논의중인데 지금 시점에선 '학년별 격주 등교'가 가장 유력하네요.
한 주에 두 학년씩만 등교를 시키고 나머지 한 학년은 온라인 수업... 뭐 이런 건데요. 이렇게되면 뭐 방역 효과니 이런 건 둘째치고 일단 교사들 부담은 많이 줄겠죠. 학생들이야 뭐 학교 덜 나온다고 하니 좋을 거고 다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아마도... 야 이 세금 도둑들아!!!! 겠죠
근데 학부모들 반응도 워낙 갈려서 뭐가 좋은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작작 좀 하고 걍 개학하라는 학부모들도 많지만 '이 시국에 등교라니!! 문재앙 아웃!!!' 이라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아 보여서요.
다만 뭐...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등교 개학을 하면 결국 학교를 통해 전파되는 사례는 나올 거에요. 그건 막을 수가 없죠.
2.
어제 수업 중에는 분신술을 쓰는 학생을 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학생이 둘이 보였어요. 둘 다 움직이고 있었죠.
처음엔 그러려니 하다가 한참 수업이 진행되어도 계속 분신이 보이길래 'xxx 학생은 재밌는 스킬을 쓰고 있네?' 라고 물어봤더니...
화상 회의 프로그램의 가상 배경 기능에 움짤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이 학생의 경우엔 매 시간 되게 수업 열심히 듣는 학생인데, 움짤로 분신술은 써 놓고 본체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 말 없이 '신기하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잠시 후에 보니 이젠 그 분신이 오로라(??)가 되어 움직이고 있더라구요. 야 그만해...
뭐 움짤로 가상 배경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오로라 기능(?)은 당최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나 현란하던지.
3.
어쨌든 다음 주 수요일이면 이제 3학년만이라도 드디어 학교에 학생이 오겠네요.
저는 그쪽 수업은 안 들어가지만 그래도 뭔가 나름 설레는 기분입니다. ㅋㅋㅋㅋ
얘들아 얼른 오렴. 이제 도시락 그만두고 급식 좀 먹어보자.
생각해보니 어느새 5월도 2/3가 흘러갔더라구요. 1년 전체로 보면 12개월 중에 5개월치가 끝나가는 셈이죠.
원더디키디의 해라는 드립들을 나누며 올해를 시작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파란만장 2020년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안 좋은 일보다 오히려 괜찮은 영향을 많이 받고 살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얼른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길, 그리고 남은 반년 무탈하게 잘 지내게되길 빌어 봅니다.
2020.05.19 14:00
2020.05.19 14:14
등교 시간, 하교 시간, 급식 시간에 학생들 몰려서 코로나 전파하는 걸 막으려면 등교하는 학생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특히 급식 시간에 애들 밥을 안전한 거리를 유지시키며 먹이라는데, 3개 학년이 모두 등교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려면 점심 시간이 평소에 두 배 가까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럼 하교 시간도 망하고 이러쿵저러쿵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이 우루루 쏟아지는지라... 결국 기왕 시작해서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는 온라인 수업에 기대서 '번갈아 등교'를 대안으로 선택한 걸로 보입니다.
2020.05.19 14:18
그런 이유라면 학년별 시차 등교시간 조절은 안되는 걸까요. 3학년 8시 시작, 11시 점심, 3시 하교, 2학년 9시 시작, 12시 점심 4시 하교... 하는 식으로..
2020.05.19 15:22
초등학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중학교 이상은 안 됩니다. 두 개 학년 이상을 걸쳐 맡고 수업 하는 교사들이 있으니 시간표가 안 나와요. ㅋㅋ
덧붙여서, 등교 시각 조절은 가능하죠. 다만 먼저 온 학생들은 기다리게 되는 방식으로요. 대부분의 학교가 등교 시각은 학년별로 다르게 잡을 예정일 거에요.
2020.05.19 14:41
애들이 많아 하던 국민학교 2부제 수업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려...
2020.05.19 15:57
그 학교들 이제 다 교실 남아돌아서 활용하느라 고생이죠. ㅋㅋㅋ
2020.05.19 19:35
2020.05.19 18:06
분신술 학생 에피소드 온라인 학습방이 이런 진기한 경험도 안겨주나요.
하긴, 온라인 수업으로 가능성은 참 무한한대 말이에요. 쌍방향되면 어떨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건 같아 흥미롭기도 해요.
아~~~~ 학교의 카오스는 상상하기만 해도 아찔해서 클릭하기가 두려웠는데, 인생에 2번은 이런 일이 없어야지요.
아니면 우리는 이런 전염병 상황에 학교가 비상사태에 강력하게 적응할 수도 있겠지요.
로이배티님의 긍정 마인드로 이 혼란의 학교에서 부디 생존하실거라 믿습니다.
2020.05.19 20:24
쌍방향 수업을 한 달 해 본 느낌으론 이거 제대로 하려면 좀 비싼 기기가 필요합니다. 칠판 사이즈까진 아니어도 70인치 이상 대형 티비만한 크기에 터치 조작에 판서까지 디바이스가 있어야 탁월한 성실함 없이도 제대로 원격 수업이 가능할 것 같아요. 지금처럼 조달청 노트북 갖고 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진 않아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서 제겐 무리... ㅋㅋㅋㅋ
긍정 마인드가 아니라 저의 경우엔 실제로 올해 코로나 영향이 저 편해지는 쪽으로 작용을 해서(...) 하하.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2020.05.20 08:21
쌍방향 수업이라는게 엄청난 기술적 발전이 필요하죠. 그런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상상해 봐요.
온오프라인으로 실제로 분신술을 써야하는건 선생님들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뉴스 나오길래 로이베티님이 글 올려주시지 않을까 했습니다.
2부제니 격주니 5부제니 하는건 교실수가 모자라서 학생들을 널직하게 나누기 위한 것인가요?
저 학교 다닐때는 한반에 55명이었는데, 같은 크기 교실에 지금 25명이면 공간은 널럴하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