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파프롬홈

2020.05.08 16:15

하이키 조회 수:690

아래에 가라님이 쓰신 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써봅니다.


저는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마음에 안 들어요. 좋아하려고 노력해봤는데 어려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스파이더맨은 길거리 히어로로서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사람들의 '친절한 이웃'이고요.

스파이더맨이 상대하는 악역 중 거대자본가들인 노먼오스본과 킹핀 등이 특히 최종보스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그런데 MCU 스파이더맨은 거대재벌 토니스타크의 후원과 총애를 받는데다 상대하는 악역은 스타크 기업에 원한을 가진 영세업자와 해고직원들입니다. 그들은 사정은 딱하지만 결국 원한 때문에 '선을 넘어' 사악한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묘사됩니다. 기업이 부당하게 대우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고요. 이건 아이언맨 시리즈에서도 비슷했지만 아이언맨은 최소한 다른 재벌들과 싸우는데 스파이더맨은 재벌의 명예와 자산을 보호하며 다른 노동계급들과 싸웁니다. 스타크장학생으로서요.. 


토니스타크와 피터파커의 유대관계가 스파이더맨의 노동계급적 캐릭터성을 유지하며 묘사되려면 토니스타크가 피터파커를 이용하고 배반하거나 최소한 실망시키는 내용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MCU 팬덤에서도 시빌워에서 아이언맨이 너무 어린애를 데려다 써먹은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고 그 부분을 좀더 자세히 파고들었으면 흥미로운 내용이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홈커밍'의 결말에서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와 선을 긋는 장면은 그런 부분에서 좀 긍정적으로 느껴졌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했는데, 어쨌든 결과적으론 토니스타크는 이 시리즈의 벤삼촌이 되어버렸고 이상적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파프롬홈에선 심지어 개인이 전세계를 감시하며 어디든 공격할 수 있는 드론방위시스템을 토니스타크가 구축해뒀다가 피터파커에게 물려주는 내용이 감동적으로 묘사되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거 다크나이트 결말에서 루시어스가 너무 큰 힘이라면서 파괴했던 그런거 아닌가요? MCU 자체에서도 윈터솔져에서 쉴드가 전세계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악용되고.. 뭐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았었나요? 이게 착해진 쉴드가 사용하게 되었다고 그냥 해결될 일인가요..? 

아이언맨의 캐릭터도 시리즈 중에서 언제는 전쟁무기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수트를 전부 파괴해버리거나 하더니 결국은 드론방위시스템을 구축해서 물려주는걸로 끝나는게 웃겼어요. 결국 미국시리즈의 한계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네요. 


관련해서 미국 비평가의 글을 읽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복스미디어에서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은 계급의식있던 히어로를 Tech bro로 바꿔놓았다'라는 칼럼 딱 한개를 찾았어요. 칼럼 저자가 이걸 스파이더맨의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표현했는데 저에겐 정말 와닿는 표현이었어요.


3편도 제목에 '홈'이 들어갈 예정이라는데, 이번엔 어떤 악역이 나올지가 약간 궁금하지만 별로 보고 싶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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