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4 14:21
지금 이 영화에 관심있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저한테는 인생작이니까요.
이렇게 암울한 마음에는 암울한 영화들을 찾게 되는군요.
거의 십여 년이 훨씬 넘어서 극장에서 봤던 이 영화를 다시 보는군요. 마음 속에 여운을 넘어서, 아주 깊은 트라우마처럼 새겨진 영화였기 때문에.
희생자는 늘 희생자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처럼. Dave가 아동성범죄자들에 의해서 차를 타고 가던 날 차에서 뒤돌아보던 그 시선은,,,,다시 오해로 인해 살인 누명을 쓰고 친구에게 살해당하기 위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또 희생자가 똑같은 거리에서 차를 타고 가는 뒷모습과 겹쳐지게 되죠.
전 지금 Mystic River를 Kindle로 읽고 있어요. 소설에는 수십년을 점프해간 영화와는 달리 어린 시절이 상세하게 묘사되어있죠. Dave가 유괴에서 돌아온 이후, 아이들에게 당하는 모멸과 소위 왕따가 되는 과정, 그 차에 타지 않았던 Jimmy와의 미묘한 멀어짐,,,, Jimmy의 비행 청소년이 되는 과정까지, Dave와 Jimmy의 내면묘사.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Jimmy라는 사람은 살인과 자신의 딸의 살해, 그 모든 것들이 얽히고 설킨 운명적인 비극(상투적인 이런 말 밖에 못하다니). 그는 그 강에 친구였던 사람을 두 사람이나 살해해서 수장시켰어요. 강이 모든걸 삼켜버린 것처럼 죄악이 그렇게 강바닥에 묻히더군요. Dave가 무죄라는 것을 알고도 모두의 일상은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네, 늘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강한 사람은 살아남고 약한 사람은 늘 희생자가 된다.
영화에서 계속 되풀이되지만 그 날 세 친구 중 왜 Dave가 그 차에 탔는가? 그건 나일 수도 있고 너였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모든 인생이 달라졌을거라고 말했죠.
소설에는 Dave가 한 눈에도 알아볼만큼 유약한 성품이고 다른 친구들은 그 차에 태우려면 꽤나 반항을 했을거라고 그 아이들의 성향에 대한 묘사도 있지만요.
성적으로 아동을 착취하는 사람들은 더구나 한 눈에 희생자를 알아볼 수 있었겠죠. “스포트라이트”에서도 나왔듯이 성추행이나 성폭행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취약한 가정 출신이나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약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러나 이건 정말 순간의 선택이었는데 왜 그 차에는 Dave가 탔는가? 그건 우연일 수도 있고, 그의 성향이었다는 듯이 소설은 묘사하지만.
그는 평생을 그 트라우마와 악몽 속에서 시달리면서 살았는데 살인 누명까지 써야 했는가?
마음을 짓누른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겠죠. 자려고 해도 마음 속에 계속 떠오르면서 마치 내가 겪은 아는 사람들의 비극인 것처럼 온통 마음을 사로잡는군요.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인가? 왜 가장 순수하고 죄없는 사람들이 지옥같은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왜 악인들은 손톱만큼의 고통도 없이 늘 힘있고 잘사는 것인가? 악인들은 고통받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상은 원래 그런 운명적인 불공평으로 채워져 있는데 새삼스럽게 그런걸 의문을 품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늘,,,,, 왜 왜 왜 약하다는 이유 혹은 그저 우연의 결과로, 처참하게 비극적인 인생에 빠지는 순수한 사람들은
세상은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뒤틀려있는지 늘 마음을 괴롭히는 질문이죠.
2020.05.04 14:40
2020.05.04 16:02
아니요, 커피마시고 쓰고 있는데요. 지금 다시 말줄임표 수정하려고 들어왔다가 이건 뭐지? 글을 고쳐쓰면서 도대체
붙여쓰기를 몇 번을 한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군요. 원래 글도 반복이 많긴 하지만. 줄일 수 있는한 반복된거 다 줄여서
올리네요.
2020.05.04 19:56
2020.05.04 20:30
모두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그의 최고의 수작이라고 하지만 전 늘 "미스틱 리버"였어요.
밀리언달러 베이비야말로 도저히 결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다시 못보겠어요.
2020.05.05 13:29
의문은 숀이 지미의 딸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자네의 딸이 자네를 대신해서 천벌을 받은거야"라고 말했는데 오역이었을까요?
그건 지미가 저저린 과거의 살인들이 밝혀지기 전이었는데 무슨 죄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요.
2020.05.06 01:46
글 잘 읽었어요. 2003년 대한극장에서 <미스틱 리버>가 개봉한 날에 처음 이 영화를 본 이래로 이 영화는 인생 최고의 걸작 중의 한 편으로 남아있어요. 개인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고작도 이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보고 이스트우드는 저에게는 만신전에 오른 감독이 되었고 아직까지 현존하는 최고의 서양감독으로 남아있네요. 최근작들은 예전보다 아쉽기는 하지만 끝까지 이 감독을 지지하고 응원할 생각이에요. ^^
2020.05.06 08:07
그의 작품은 늘 어느정도 이상의 수작이지만 절대로 "미스틱 리버"나 "밀리언 달러 베이비"같은 작품은 인생에 한번만 나와도 네, 충분한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다시 보고 다시 봐도 마음에 더 깊이 깊이 들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