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2 23:14
오늘 밤 11시 40분 EBS1에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방송합니다.
젊은 날 서부의 총잡이로 나왔을 때는 아무 매력도 느끼지 못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배우가
다 늙어 쭈글쭈글한 얼굴로 나온 이 영화에서는 너무 멋져 보여서 어리둥절했던 영화였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만 17회, 조연여우상 후보로 4회 지명되어 3회 수상하신
전설의 메릴 스트립 배우께서는 이 영화로도 199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셨군요.
어째 일도 손에 안 잡히니 영화나 보렵니다.
심심하신 분들 같이 봐요.
영화 사운드트랙 중에서 몇 곡...
Johnny Hartman - Easy Living (이 노래 오랜만이네요.)
Irene Kral - This Is Always
Johnny Hartman - For All We Know
2020.05.03 00:33
2020.05.03 03:54
이 영화에서 로버트 킨케이드 씨의 매력이 뭘까 생각하며 열심히 봤는데...
첫째, 이 남자는 참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별로 꾸며서 말하거나 과장하거나
잘난 척하는 게 없네요. 말에 힘이 들어가거나 긴장할 필요가 없으니 태도가 자연스러워요.
최소한 50~60세는 됐을 법한 중년 혹은 노년의 남자에게서 찾기 힘든 모습이죠.
둘째, 부엌일을 하는 프란체스카에게 항상 "도와줄까요?"라고 묻네요.
요리를 하고 있으면 채소 다듬는 것 도와줄까요? 음식을 나르고 있으면 식탁 차리는 것 도와줄까요?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설거지 도와줄까요?
일하는 사람을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작은 일도 함께 하려는 마음은 사람을 참 기쁘게 만들죠.
부엌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재료를 다듬거나 요리하는 것, 함께 설거지 하거나 대화하는 것은
무척 설레는 일인데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느라 손도 닿고 팔도 스치고 얼굴도 코 앞에 있고...^^)
이 영화는 참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셋째, 상대의 반응을 존중해 주고 너그러워요.
자신의 생각이나 말을 오해하고 섭섭해 하거나 기분 상해 하는 프란체스카의 반응에
그건 당신의 오해이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맞서기보다는 일단 그 반응을 받아들이고
내 말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미안하다, 나는 그런 뜻이 아니고 이런 뜻으로 말했다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네요.
상대방의 날선 반응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은
참 지적이고 매력적이에요.
넷째, 자유롭고 쓸쓸해 보여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자유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져요.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자유로움과
그 자유로움 때문에 잃게 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의 쓸쓸한 표정이 보여요.
로버트 킨케이드 씨는 나이가 들어 쭈그렁 할아버지가 되어도 성격을 갈고 닦으면
이런 멋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놀라움을 저에게 선사해 주었고,
저도 나이가 들어 쭈그렁바가지가 되어도 성격을 갈고 닦아서 60대에는 이런 멋있는
캐릭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성격이 멋있는 사람은 얼굴이 쭈글쭈글해도 멋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네요. ^^
Johnny Hartman - I See Your Face Before Me
2020.05.03 10:11
네 당연하죠 셩격이 좋으면 쭈글거려도 괜찮게 보여요.
2020.05.03 14:18
매력이 있으면 쭈글쭈글 늙어도 섹시하더라고요.. :)
2020.05.04 01:01
제가 매주 일요일 밤 12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어젯밤에 영화 보고 새벽까지 놀다가
좀 전에 11시 58분에 간신히 끝냈네요. 헉헉;;;
어제 할 일을 오늘로 미룬 자의 고통을 하루종일 맛보았습니다...
(놀 건 놀면서 일해야 한다는 나태한 마인드의 저는 매주 이런 고통을 겪습니다.
밤 11시에 끝내느냐 11시 58분에 끝내느냐의 차이일 뿐... ^^)
말씀하신 대로 성격이 매력적인 사람은 성적인 매력이 있어요. 뭐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
어제 영화 보면서 그닥 활달한 성격 같지도 않은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는 어떻게 저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걸까 싶었는데 상대방이 진실한 사람, 나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갈 용기가 나는 것 같아요. 더구나 그 사람이 어떤 강요도 없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 그 사람이 더 멀어지지 않도록 다가가서 뭔가 표현을 하고 싶어지겠죠.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에게는 어쩐지 힘들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그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도 괜찮을 것 같아 안심되게 하는 것이 성적인 매력에 포함된다면
성격이 좋은 것은 상당히 강력한 성적인 매력인 것 같아요.
2020.05.03 17:54
아 제가 직장에서 로버트 킨케이드 같은 성격인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는데(내 진심을 오해했을때 내가 먼저 사과하고 블라블라) 왜 저는 타부서로부터 호갱이 된것만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내 진심을 알아주려니 하고 일년 넘게 있는데 내 느낌이 틀린건지.
바람필 상대가 아니라서 받아주는 태도가 다른걸까요
어쨌거나 도와줄까요 그러고 같이 준비하는 것은 참 좋은 자세인듯요.
결혼하고나서야 이상형을 특정하게되었는데 내가 서 있을때 같이 서있고 앉아있을때 같이 앉아있고 누워있을때 같이 누워있는 사람이 제 이상형이었더랬죠.
머 이상형은 이상향에만 있는거고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끝내 따라가지 않으니
2020.05.04 01:39
로버트 킨케이드와 비슷한 성격인 것 같은데 호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킨케이드 씨의
네 번째 매력이 채찬 님에게 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선무당 사람 잡는 소리를 한 번 해 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자유로움과 쓸쓸함이요. ^^
누군가를 배려하고 도와줘도 그냥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어야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겠죠. 그렇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런 방식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할 때 조금은 쓸쓸해지겠지만 내가 누리는 자유로움과 쓸쓸함의 표정으로
채찬 님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겁니다. ^^
채찬 님의 이상형 멋지네요. 내가 서 있을 때 같이 서 있고 앉아 있을 때 같이 앉아 있고, 누워 있을 때
같이 누워 있는 사람... 저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이상형이 되어줘야겠다는 결심을 지금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게 함정이군요. ^^
2020.05.03 18:51
내로남불도 이렇게 만들면 인정! 이랄까요 ㅋㅋ
2020.05.04 02:15
프란체스카를 화장한 재를 로즈먼 다리에서 뿌릴 때 바람에 실려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았죠.
로버트를 화장한 재도 로즈먼 다리에서 이렇게 먼지처럼 흩어졌을 거예요.
순식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죠.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오래 견디고 지속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2020.05.04 18:15
오드리 헵번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오늘은 왜 이렇게 과거 소환글들이 많아지나요. 다시 이 영화볼만한 감수성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어요.
그 당시에는 그래도 이 남자에 대해서 갈등하는 여주인공 마음에 굉장히 공감해서 마음 아프게 봤는데
지금은 낭만파괴자의 현실감각 밖에 없어서 저의 이런 바삭바삭한 마음으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어올까 싶어지네요.
아,,,그러니 저는 로버트 킨케이트의 매력을 이렇게 섬세하게 느끼는 분들의 감성이 부러울 뿐이군요.
2020.05.04 21:02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 킨케이드 씨는 60세 정도는 돼 보이는데
프란체스카에게 이런 확신이 드는 사랑은 처음이라고 once in a lifetime 고백을 해요.
쭈글쭈글한 할아버지가 60세가 다 되어서야 인생의 사랑을 만났다고 고백하다니 놀랍지 않은가요?
우리가 50대, 60대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그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저는 50대에, 60대에 지금보다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이 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듬뿍 가진, 사려 깊고 현명하고 너그럽고 편안하고 친절하고 유쾌한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산호초2010 님은 10년 후, 20년 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산호초 님이 꿈꾸는 그 분에 조금씩 더 다가가시길 빌게요.
2020.05.05 13:46
이렇게 깨는 소리 밖에 못해서 죄송해요. 사실 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할 뿐이지
1년 후도 별로 생각을 안했고,,,, 60세가 되어서 인생의 사랑을 만났다고 느낀 그 확신에 공감을 못하네요.
전 당연히 프란체스카가 남편을 선택했어야 하고 인생의 사랑이라고 느낀 사람과 함께 떠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괜히 낭만파괴자라고 한게 아니라 사랑이나 남자나 마음에 그렇게 애틋하게 들어오지를 않을 뿐 아니라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감정을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걸 그다지 믿지 않아요. 정말 용서하세요.
저도 거의 인생의 많은 세월을 운명적인 사랑의 감정으로 마음이 가득차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요. 그 마음이.
지금도 그런 사랑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면 한껏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거죠.
그 남자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기꺼이 팔 수 있다고 믿었던 그런 시간들은 불가항력처럼
느껴졌는데, 그 때 그 심장을 녹일 것같은 마음이 재도 안남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언젠가 내게 50대가 온다면 그게 운명의 사랑이 아니라도 50,60대에도 인생에 대한 열정을 펼치면서 살고 싶어요.
내 안에 있는 에너지와 열정을 펼치면서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무엇인가에 몰입하면서 말이에요.
우울하다고 해도, 아무리 감정이 바닥을 쳐도 제 안에 늘 열정과 에너지는 살아있으니까요.
2020.05.05 20:14
가끔 어떻게 해야 내 속에 열정이 불타오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저는 제법 열이 많은 사람이라 쉽게 열정이 불붙긴 하지만 가끔씩은 기운이 빠지거든요.
언제 기운이 빠졌던가 생각해 보니 더 이상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럴 때는 더 이상 내가 내 자신을 돌보고 싶지 않아지죠.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망과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살아있어야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그런 욕망이 내 자신을 조금 더 멋진 사람으로 변화시킬 때 다른 사람에게서 좀 더 사랑받게 되고
그렇게 선순환이 계속될 때 내 속에서 삶에 대한 열정이 유지되는 거죠.
물론 다른 사람의 사랑이 반드시 이성간의 사랑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은
가장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는 건 아무래도 이성간의 사랑인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그래서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내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나죠.
내가 점점 매력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는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지 않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인 매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매력을 붙잡아 놓으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매력을 제대로 갖추려고 애쓰는 게
저에겐 더 나은 방식 같아요. 저는 성격적인 매력이 어느 정도 성적인 매력으로도 작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이성간의 사랑이 쉽지 않을 때라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니
내 자신을 돌보고 발전시키려는 욕망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나를 발전시키고 싶은 욕망은 돈을 벌거나 사회적 지위를 얻는 성취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이루어 줄 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방향으로 나를 발전시키고 싶으냐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죠.
저는 돈이나 지위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제라도 잃을 수 있지만 내가 시간을 들여 만들어 온
나의 성격, 내 자신은 쉽게 잃어버리지 않는 더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신체적 매력, 사회적 지위, 돈, 지적인 능력이 다 떠나도 가장 마지막까지 나에게 머물러 줄 매력이고
다른 것들이 다 떠나기 때문에 이것은 오히려 더 드러나는 매력이 되겠죠.
(물론 치매에 걸리면 이것도 떠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