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4 11:10
밑에 영화제목 글을 읽으니 책 이야기도 하고 싶네요.
물론 '여인의 음모'만큼이나 황당하진 않지만 책 제목도 원서 제목이랑 완전 다른 경우도 많더군요. 아니, 단어로 된 제목이 아니면 거의 다 바꾸는 것 같기도...
최근에 본 것들을 나열하자면
Thinking, Fast and Slow는 '생각에 관한 생각',
BIG DEBT CRISES는 '레이 달리오의 금융 위기 템플릿'
Shut Up and Listen! Hard Business Truths That Will Help You Succeed는 '장사의 神을 넘어 비즈니스의 神으로'
The date는 '얼굴이 사라진 밤'.
뭐 영 이상해서 어이가 없는 건 아니라도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원래 제목을 설명하듯이 늘어놓은 한글 제목이 좀 못마땅할 때가 있어요.
가장 싫었던 번역서 제목은 'お金の流れで讀む日本と世界の未來' 인데 원래 뜻은 '돈의 흐름으로 보는 일본과 세계의 미래'쯤 되지만 한글 제목은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에요. 막상 읽어보면 짐 로저스가 일본을 걱정하며 경고하는 내용인데 마치 한국찬양서 같은 제목을 달고
국뽕에 취하게 만드는 제목이랄까요...'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이란 부제까지 달고.
물론 번역서가 원서의 모든 걸 똑같이 복사할 필요는 없고, 계약할 때 그래도 옮겨야 할 의무까지 명시하진 않겠지만
원서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작가가 고민해서 만든 명료한 제목을 멋대로 바꾸는 것엔 여전히 거부감이 듭니다.
2020.04.24 11:20
2020.04.24 13:59
2020.04.24 14:16
우워;; 악몽록도 대단한(?) 제목이로군요ㅋㅋㅋㅋ
2020.04.24 11:45
2020.04.24 11:58
번역제가 더 재있는 경우도 있죠. 코니 윌리스의 크리스마스 단편선에 실린 “All About Emily”는 영화 “이브의 모든 것”과 희곡 “우리 읍내”에서 딴 패러디지만 사실 우리나라 sf독자들은 잘 모를 작품 제목들을 따라 "에밀리의 모든 것"하는 대신 책 머릿글(? 제목 후 본문 나오기 전에 어디서 인용해서 넣는 글을 뭐라고 하죠?)을 제목으로 했더라고요. 이름하야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귀에 쏙 들어오고 내용도 잘 요약하는 훌륭한 제목 아닙니까.
2020.04.24 13:13
"제목 후 본문 나오기 전에 어디서 인용해서 넣는 글을 뭐라고 하죠?" → "제사(題詞)"요.
2020.04.24 17:12
경제서적들이 아주 자극적인 이름으로 변하기 일쑤더군요. 번역된 책들을 보면 먼저 원제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들 정도로..
최근 본 것 중에는 조지 프리드먼의 The Next Decade가 21세기 지정학과 미국의 패권전략으로 바뀐 것이었죠. 피터 자이한 모 책과 앞 뒤만 바뀐 정도.
2020.04.24 20:24
마지막 줄, 같은 생각이네요. 제가 바로 떠오른 건 스티븐 킹의 <IT>이 <신들린 도시>라는 제목으로 나온 거...;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