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고 집에 와서 듀게를 보니 요리글이 올라와 있어서 저도 살짝 편승...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저는 전적으로 쉽기만 하다고 '내게 가장 쉬운 요리'라고 명명하지는 않아요. 만족감이 어느 정도 이상은 되어야 일단 '요리'라고 할 수 있고, 단순 조리 수준을 넘어선 정도여야 또 요리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라면도 반조리 식품도 냉동식품도 자주 먹고 좋아하지만 요리라고 하기는 좀 그렇죠.

아무튼 가장 쉬운 요리 두 가지를 제 기준에서 꼽자면 일단은 카레로군요.


밥이 기본이긴 하지만 쌀국수나 스파게티나 돈까스나 우동 사리, 라면 사리까지 다 잘 어울리고 좋잖아요. 재료도 항상 있는 것 위주로 만들 수 있으니 그날 그날의 창의성을 한껏 발휘해도 망할 일은 전혀 없고. 간이 맞지 않아도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제대로 된 맛이 돌아오니 이 이상으로 '쉬운' 요리가 또 있을까요.

아무튼 이번에 만든 카레는 애호박, 버섯, 돼지고기, 양파만으로.

양파를 먼저 갈색이 될 때까지 볶다가

애호박하고 돼지고기를 차례로 넣고

재료가 잠길 때까지 물을 넣고 끓어오르면

데쳐 놓았던 버섯(참타리, 팽이버섯, 양송이)들을 넣고

카레 베이스(대체로 일본 제품을 써요. 네모네모한 거)를 넣고는 잘 섞는 것으로 완성...이지만

여기다가 캐첩을 1작은 술 정도 넣고

핫 소스도 1작은 술 정도 넣어서 마무리.

파슬리나 바질도 있으면 곁들여서 밥하고 먹습니다. 후추도 살짝. 사실 카레는 갓 만들었을 때보다는 잠시 식혀 두었다가 살짝 다시 끓여내는 편이 더 낫지만 언제나 카레가 만들어질 때면 배가 고플 때죠. 넉넉하게 만들어두는 것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희 경우는 저도 집친구도 카레를 좋아해서 좀 양이 많으면 많은대로 즐기죠. 처음에는 밥하고, 중간에 한 번은 우동면이나(카레 농도가 우동이랑 곁들이기에 좋게 되직하게 되어 있죠 이때쯤이면) 스파게티면이랑 먹고, 마지막은 밥을 바로 투입해서 볶아먹죠. 카레볶음밥에는 계란프라이를 곁들이는 걸 좋아해요. 김치를 잘 안 먹는 편이지만 카레에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반찬이죠.


다음은 잡채

훈제 오리 한 봉투를 사면 그냥 팬에서 노릇하게 익혀낸 후 대체로 동봉된 겨자 소스 같은 것에 찍어먹다가 이걸로 한 번 잡채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당면과 청경채를 샀죠 그때쯤 본 유튜브 채널에서 아주 쉽게 만들어내는 걸 보고는 따라해볼 생각이 난 거죠.

먼저 양파를 깊은 팬 밑바닥에서 약간 볶다가

파프리카 손질해서 투하하고

카레 요리 때에도 쓰는 애호박, 저렴한 3종 버섯세트도 투입

당면... 요즘 당면은 물에 불려놓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긴가민가하다가 결국 물에 불려서 넣고... (나중에 귀찮아서 그냥 해봤는데 요즘 당면은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더군요!? 브랜드마다 다를려나)

여기까지 잘 쌓아놓았으면 물을 약간...이라고 하면 헷갈리는 분들 많죠. 5큰술 정도만 넣어요.

당면 위에는 훈제 오리를 세팅

그리고 청경채를 맨 위에 덮듯이 쌓고는 팬 뚜껑을 덮어줍니다.

3~4분 가량 익히면서 종종 눌러붙지 않았나 감시하다가, 불을 중약불로 낮추고는 양념장을 넣어요. 간장 2큰술+굴소스1큰술+참기름1큰술+고추가루1큰술을 잘 섞어서 투입하여 잘 섞다보면 완성. 깨를 뿌려 마무리.

왠지 있으면 잔치 분위기가 되는 잡채는 덮밥으로도 밥 반찬으로도 좋지만 그냥 따로 먹어도 괜찮죠. 그런데 저는 하얀 따뜻한 밥 위에 잡채를 잔뜩 올려서 먹는게 좋아요.


아래 두 분이 요리 글을 올리시는 걸 보니 왠지 그냥 이런 글도 하나쯤 써보고 싶었어요. 여러분 기준에서 '내게 가장 쉬운 요리'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합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아니 코로나 시국이니까! 오늘도 만족스런 한 끼 식사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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