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1 20:39
투표일 당일에는 가족들끼리 뭘 하기로 해서 오늘 같이 사는 분이랑 번갈아 한 명은 애 보고 한 명은 투표하고 오는 식으로 다녀왔습니다.
인증샷 같은 건 안 찍었어요. 그런 건 제 늘금에는 어울리지 않습니... (쿨럭;)
일부러 다들 놀러 나갔을 시간을 골라 오후 세시 넘어서 갔는데도 줄은 길더군요. 물론 '사회적 거리' 때문에 길어졌던 줄이라 첫 생각보단 금방 투표하고 나왔습니다만.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구분 없이 골고루 섞여 있는 분위기였어요. 투표일 당일을 온전히 노는데 바치기 위해서든, 코로나를 피하기 위해서든 어쨌든 당일날은 피해보자는 이유는 모두에게 있었겠죠.
그 와중에 제 줄 조금 앞에 서 있던 할배 한 분이 '나 신분증 없어서 발급하고 투표할 건데?'라고 우기겨서 잠깐 정체가 있었네요.
안내 요원분들이 '지금은 토요일 오후라서 발급이 안돼요, 월요일에 오셔야 해요~' 라고 간곡하게 말씀드려도 계속 고집을 부리셔서 결국 그 분들께서 주민센터 직원을 불러주시겠다고(...)
그 말을 듣고 할아버지께선 잠긴 주민센터 사무실 유리문 손잡이를 꼬옥 붙들고 서 계셨습니다만. 아니 직원들이 와도 토요일 오후에 어차피 처리 못 해줄 텐데요. 안내 요원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올바른 처리는 아니었던 듯 싶어서 좀 찜찜하더군요.
그리고 투표함 바로 근처까지 근접했을 때 또 한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제 앞에 서 있던 안내 요원이 제 뒤에 선 남자분을 보고 "아니! 여기 마스크 없이는 출입 못하세요!!!" 라는 외침을...
뒤를 힐끗 돌아보니 정말로 마스크를 안 쓰고 있더군요. ㅋㅋ 원래 입구에서 체온 잴 때 이미 얘기가 됐어야 했는데 그 분이 깜빡하셨나봐요.
별 일이 다 있네. 혹시 나 코로나 걸리면 뒷분 덕(?)인 걸로... 이런 생각을 하며 투표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요원분들이 마스크를 갖고 나와서 건네주고 있더라구요.
아니 그럼 마스크 없이 투표하러 오면 득템을 할 수 있는 거였단 말입니까. 뭔가 억울해지는 기분이!!?
사전 투표는 처음 해보는데, 신분증을 주니 무슨 기계에다가 스윽스윽 읽히는 것도 신기했고 그 다음에 화면에 뜨는 제 이름에다가 맞춰 이름 쓰는 것도 신기했네요. 오오 첨단 기술!!
하지만 결국 기표는 평소랑 똑같았고 엄청나게 길다는 그 종이를 보고 잠깐 피식한 후에 원래 생각했던대로 찍고 그냥 나왔습니다.
근데 두 종이를 똑같은 박스에 넣는 건 좀 괴상하더라구요. 어차피 나중에 분류해야 할 텐데 걍 두 박스에 따로 넣는 게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뉴스로 확인해보니 사전 투표율이 26.69%였네요.
뭐 이래저래 특수 상황이니만큼 이게 전체 투표율의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겠죠. 오히려 아침에는 '역대 최저 투표율, 사전 투표의 영향?' 같은 기사들이 뜰 것 같기도 하구요.
게다가 투표율이 올라갔을 때 누가 유리하네 뭐 이런 거 따질 상황도 아닌 것 같으니 이 사전 투표율에 큰 의미를 둘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뭣보다 가장 아쉬운 건...
용지가 너무 길어서 전자 개표가 안 된다면서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자정 근처는 커녕 다음 날 오전까지 수개표로 죽어라고 세어야 간신히 결과 나올거라던데.
치킨 뜯으며 개표 중계 방송 보는 재미는 올해는 덜하겠다 싶었습니다.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이게 무슨... ㅠㅜ
음. 근데 그럼 지역구 개표는 그냥 전자 개표로 하는 건가요?
...라고 적다가 그냥 제가 검색해보니 100% 수개표는 비례 대표 한정이고 지역구는 그냥 예전 방식으로 한다는 것 같네요.
치킨집 사장님들 다행이네요. 그리고 뭐 지역구 개표라도 원래대로 나온다면 그건 나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신 비례 결과는 다음 날 오후에나 공표될 거라는 거.
암튼 누굴 뽑으시든 투표는 꼭 합시다요.
갑자기 이 영화 이 장면 생각이 나고.
그래서 지금 이 노래를 듣고 있다는 쓸 데 없는 사족과 함께
끝. 입니다. ㅋㅋㅋ
2020.04.11 21:00
2020.04.11 21:07
손혜원 영향인지 열민이 홍보 관련 디자인 하나는 확실히 잘 뽑네요.
2020.04.12 00:08
개표 중계 관람도 (국대) 스포츠 관람과 같아서 결과에 따라 흉흉한 체험이 될 수도 있죠. ㅋㅋㅋ 최근 여론이나 동향을 봐선 크게 걱정은 안 됩니다만... 그래도 까보기 전까진 모르는 게 선거니까요.
채찬님도 편안한 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2020.04.12 07:56
2020.04.13 02:57
그래도 환경이나 지키자고 녹색당 찍었다는 분은 귀엽네요. ㅎㅎ 이래서 역시 당명은 분명하게 명시적으로 짓는 게 좋은 건가봅니다. 이번에는 정당이 난립하다 보니 그런 이름이 많았죠. 민생당, 기본소득당, 친박신당(...)
2020.04.11 23:05
저도 주차장에서 아이 때문에 한명씩 들어가서 투표하고 왔는데... 관외인 아내는 20분정도, 관내인 저는 10분 정도 걸리더군요. 오전 11시쯤 갔습니다. 계속 사람들이 와서 줄이 금방 길어지더군요.
2020.04.12 00:09
주말이고 날씨도 좋아서 낮에 잠깐 바깥 구경 갔을 때 길거리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길래 투표장엔 별로 없을 줄 알았죠.
놀러 나가지 않은 사람들은 죄다 투표하러 간 거였나봐요.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이더군요. 하하;
2020.04.12 05:56
2020.04.12 09:49
그냥 세상 바뀐 걸 인지하고 받아들이시질 못하시는 거죠. 현실적으로 당장 붙들고 설득해본들 저런 분들 마인드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
바뀐 세상이 원칙을 지키며 오래 유지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04.12 07:58
2020.04.12 09:50
아... 그렇겠군요. 그냥 한 장씩 투표하며 바로 앞 박스에 넣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그건 또 진행 요원이 더 필요하겠네요. 역시 저만 모를 뿐 다 이유가 있는 거였던...
2020.04.12 10:55
2020.04.12 13:24
투표용지 교환은 절대 안 되고요. 칸 안에서 문양 중복 정도는 무효표 처리 안 될 거에요.
2020.04.12 15:04
2020.04.12 11:05
2020.04.12 16:09
아뇨 뭐가 죄송합니까. 괜찮아요. 하하.
근데 그 할배도 그렇게 오래 우기거나 막 위협적으로 굴진 않았어요. 그냥 당연히 되는 거라고 알고 와서 안 되니까 당황해서 언성 높이셨던 듯. 나중에 출입문 손잡이 잡고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화난 표정은 아니고 난감해하는 표정이더라구요. 그래서 좀 애잔함을 느낄 뻔 했으나... 주말에 연락 받았을 주민센터 공무원을 생각하며 다시 빡쳤죠. ㅋㅋ
2020.04.13 09:00
비례대표는 수개표라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수가 커서 출구조사가 잘 맞을테니 대략적인 예상결과는 빨리 나올겁니다.
2020.04.13 10:15
그렇군요. 이제 이틀 남았네요. 즐거운(?) 하루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저는 사전투표를 하지는 않았는데
동네 맘카페에서 사전투표한 맘들이 ' 투표 용지가 너무 길어서 아무나 찍었어요 ~', ' 두장 준다고 하더니 세 장 줘서 당황, 비례대표 번호가 너무 많아서 당황했어요 그래서 환경이나 지키자고 녹색당 찍었어요'
이런 얘기를 빛의 속도로 올리길래 허걱 해서 얼마전 받은 선거 광고지들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찍으려는 당이 몇 번인지도 몰랐고(이름은 알았지만)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되었는지도 몰랐네요.
광고 디자인은 12번 당이 제일 잘 뽑은 것 같아요. 미래 통합당은 왜 비례 후보를 39번까지 뽑았는지 모르겠어요. 법적으로 30번까지 당선이라고 하는데 말이죠.
치킨 뜯으며 관람이라니 저도 기대됩니다.
편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