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휴...지겹네요 진짜. 여러분은 지겹다는 사실을 몇 초에 한번씩 느끼나요? 나는 1초에 한번씩 느끼고 있어요. 연휴에 꼴랑 며칠 틀어박혀 있는 것도 지겨운데 몇달동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돌아버릴 지경이예요. 어서 이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네요.



 2.나는 혼자 있는 건 싫거든요. 물론 너무 익숙한 사람과 같이 있는 것도 싫지만요. 조금 낯선 사람과 같이 있는 상태가 외롭지도 않고 딱 좋아요. 



 3.하여간 그래서 나는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별로예요. 나의 돈을 좋아하는 여자는 언제든 끊어낼 수 있지만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끊어낼 수가 없거든요. 돈을 좋아하는 여자는 그녀에게로의 돈의 공급을 끊어버리면 곧 연락을 해오지 않게 되지만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나의 '무언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락을 해온단 말이죠.



 4.휴.



 5.나는 내가 관심받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그것도 아니예요. 무관심에서 관심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는, 아주 짧은 순간을 좋아할 뿐이지 지속적인 관심은 견디기가 힘들거든요. 



 6.그래서 사람보다는 돈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람은 오래되면 먼저 호출을 하려 들기 때문에 짜증나지만 돈은 언제나 호출의 대상이니까요. 그리고 돈이란 건 반드시 쓸 필요가 없거든요. 돈이 많다면 써도 좋고 쓰지 않아도 좋아요. 왜냐면 돈을 쓸 수도 있다...라는 어중간한 상태에 있기만 해도 괜찮은 거니까요. 돈이 없으면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거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돈이 많으면 돈을 쓰지 않고 있는 것도 계속 압력으로 작용하니까요.


 왜냐면 아예 짠돌이로 보이면 곤란하니까 일정 기간마다 한번씩은 무력시위를 해줘야 하거든요. '이 자식은 아예 돈을 안 쓰는군'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리면 그렇게 인식되어 버리니까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녀석을 설득을 잘만 하면 돈을 많이 쓸 수도 있다'정도의 인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는 내 줘야 하죠. 그러니까 돈을 쓰지 않고 있어도 '슬슬 화산이 한번 터질 때가 됐는데.' '그 화산이 우리 가게에서 터졌으면 좋겠군.'이라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거죠. 계속해서 친절하게 굴도록 만드는 압력 말이죠.


 뭐 건물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잖아요? 세상 모든 것에는 유지비가 존재하니까요. 마찬가지로 인식에도 유지비가 있는 거죠.



 7.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아니 주위에 그런 놈들만 있으면 인생 팍팍하지 않아?'라고요. 하긴 그렇긴 해요. 휴. 그래서 가끔은 나를 좋아하는 인간들을 만나기도 하죠.


 하지만 그들을 만나면 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이 스트레스예요.



 8.물론 예절을 잘 지키는 것...그런 척 연기를 하는 것도 하루이틀은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보죠. 맛남의 광장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에게 일을 시켜보면 의외로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하고 싹싹하게 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시청자들은 그걸 보고 감탄하곤 하고요.


 하지만 글쎄요. 내 생각에 그건 일상이 아니라 비일상이라서 잘할 수 있는 거예요. 딱 하루...딱 한번 오늘로 끝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고된 노동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거죠. 그 생활을 다음 주, 다음 달, 내년, 10년 후...마치 노동의 감옥처럼 되어버린 생활을 계속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라고 하면 걔네는 웃으면서 못할걸요. 


 딱 하루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라고 하면 누구나 재미있게, 잘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자신의 인생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하면 글쎄요. 그 짐을 감당하기란 힘든 일이죠.

 


 9.예절을 지키는 것도 그래요. 어쩌다 한번씩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매너를 지키고 그들의 기분을 최대한 좋게 만들어서 돌려보내는 건 재미있어요. 


 하지만 돌아와서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면? 매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는 거죠. 그런 날은 그냥 남의 인생을 살다 온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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