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동료가 보여준 이 영상을 접하노라니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가 지옥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바이러스가 시간을 '악마의 맷돌'에 넣어 갈아서 시간 살해가 일어난 것 같은, 특히 노인들이 고아/난민이 되어비린 듯한 2020년 지구촌 한쪽의 모습. 

현재가 자멸적 파국이 되는 세상은 지옥에 다름아닌 것이죠. 지옥이라는 단어가 심하다면 공황장애를 겪는 세상쯤으로 표현할까요. 


기묘한 여러 금지령의 역풍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은 당황하지 않는 법이라 이 햇살 좋은 주말, '맷돌'을 돌리라며 저를 회사로 소환했습니다. 위급상황이기도 하고, 자본이 본디 시간에 대해 멍청하고 잔인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토달지 않고 나왔어요. 자본은 암으로 진전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공황 장애였음을 자각하기 마련이니까요. 그 전까지는 자본 자체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생명순환 체제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도 사랑을 한다는 것은 고귀한 일이겠죠. 커피 사오느라 회사 앞 공원을 지나오노라니 예쁘게 피어 있는 목련, 벚꽃, 라일락 망울들 사이에서 젊은 커플이 부비부비하고 있는 에로틱한 장면이 포착되더군요. 바이러스가 사람들까지 다 '악마의 맷돌'에 넣어 가루로 만들어버리더라도, 그들이 나누는 사랑이 2세를 만들며 오래된 미래이자 재매개로 이 세상에 작용하겠죠. 그 성격이 벡터이든 스칼라이든 사랑은 분명한 능력입니다. 나뭇가지 끝에 피어 있는 꽃들처럼요. 


메를로 퐁티가 설파한 철학 개념, "본다는 것이 곧 신체가 그 체험의 영역에 개입한다는 의미이다."가 확 와닿았던 토요일 낮의 공원에서 스친 연인. 부디 그들의 시간이 모자라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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