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연합 단상..

2020.03.13 20:55

노리 조회 수:725

듀게에 정치글은 안쓰려고 하지만 코로나로 집에는 갇혀 있지, 선거는 다가오지, 말들은 많지.. 저까지 말을 보태고 싶어지는군요. 


녹색당이 비례연합에 가세합니다. 녹색당은 노동당 망한 후 줄곧 눈여겨보고 있었더랬죠. 녹색당 사람들의 선함이 좋았고, 기후위기라는 주요 의제의 심각성에도 매우 동의됐지만 왠지 선뜻 당원으로 가입하기는 망설여졌구요. 그 '선함'이 좋았던 만큼의 마음의 거리가 있었거든요. 그렇습니다. '마음'이 그랬어요. 그럴 듯한 논리적 근거는 없어요. 흔히들 '촉'이라고 하죠, 제게는 좀 착하고 이상주의적인 시민들의 모임으로 보였습니다. 각 지역에서 열심히 진정성을 갖고 활동하는 녹색당원들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 하나하나가 아닌 '조직'을 보았을 때 그 조직의 총체적인 멘탈리티는 다소 나이브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럴 긋한 근거는 없었기에 결정적인 판단을 미뤄 왔습니다. 지난 선거에서의 선전도 좋았고요. 물론 현실정치의 벽은 넷상에서의 환호와는 달리 훨씬 높았지만요.  


이로써 당원 가입을 저울질하던 시간은 이제 종료된 것 같네요. 전 공동위원장들의 이런저런 행태나 이번 비례연합 참여 건 등등으로 완전 실망했거든요. 그나저나 언제나 선거철이면 위력을 발휘했던 비판적 지지, 그 비슷한 망령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돌아왔네요. 심상정은 이번 총선에서는 좀 아슬아슬해보이고 정의당은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당명부터가 괴상하잖아요-지지기반도 견고하다 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번 비례연합 불참 입장을 지지합니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오만하니 뭐니 해도 이젠 패를 던질 때가 됐어요. 정의당원은 아닙니다. 이쪽도 여러 이유로 당원 가입할 마음은 안듭니다만 다른 힘이나마 실어야 한다면 이 정당밖에 없네요. 지향하는 정치 입장에 제일 가깝고,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그 무능력에도 그나마 작동 가능한 현실태로 존재하며 앞으로도 가장 살아남을 확률이 크고 또, 그래야 하니까요. 


미래당 역시 돌아가는 거나 당의 이념(?) 등등을 보면 착한 분들의 서클에 가깝다고 봐요. 애초 이 그룹은 (지금은 완전히 결별한 것으로 알지만) 안철수 서포터즈로서 태동됐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 풍진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저보다는 열심히 사는 분들이니 더이상의 말은 아끼는 걸로. 미래당은 비례 연합 참여로 인지도라든가 얻는 게 있을 겁니다. 내심 미래당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가는 게 정책 구현하기도 쉽고 현실적일텐데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바닥에서 구르기보다는 자기 세력을 갖고 들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요. 


정의당 비례 경선에선 당에 오랫동안 헌신해온 인사들은 뒷번호를 배정받은 모양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 어드밴티지로 인해 2-30대 남성들 표가 다 날아간다는 식의 주장도 있는 모양이던데요, 바로 그 현실이 어쩔 수 없음을 보여주네요. 그 인사들의 오랜 분투에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마음을 보냅니다. 존버가 매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녹색당은 국회에서의 한 석보다는 최근 소동으로 인해 드러난 조직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정비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같은 조직 상황에서 의석 하나라도 건진들 이후 뭐가 제대로 될런지는 의문이군요. 기후위기뿐 아니라 시급을 요하는 사안들은 늘 있습니다. 녹색당 관계자의 전언이 제게는 별 소용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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