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는 최대한 피했지만 설정에 대한 이야기는 있습니다. 











시즌2의 실망감을 지우려 시즌1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역시, 잘 만들었네요. 


지금 다시 보니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서도 얘기가 되고 있지만 그리스 신화 가족극에 SF를 결합한 설정이 돋보입니다. 제우스와 비슷한 지배계급 가족의 우두머리는 정말로 신 놀음을 합니다. 집에서는 실제 육칠십 먹은 자녀들을 10대의 육체에 가둬두고 있구요. 이들이 성장해서 중년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자신을 능가하면 곤란하기 때문이죠. 부인은 당연 헤라죠. 신화에서도 그렇듯 정실 부인으로서 제 아이들을 건사하는 것을 통해 본인의 지위 뿐 아니라 가정을 굳건히 유지하고자 하죠. "나같으면 젊은 남성의 육체를 가졌을 텐데요." 주인공의 의문에 우두머리가 답합니다. 젊은 남성은 미숙함의 상징일 뿐이며 중년 남성이야말로 권력과 연륜을 갖춘 모습이라고요. 하기는, 신들에게는 다 수염이라는 게 있죠. 


클론 육체를 갈아타며 영생을 유지하는 무두셀라의 가족극 한편으론 빈부격차로 인한 비극이 있습니다. 영혼 저장소는 넘쳐나는데 육체는 모자라거든요. 클론 육체는 서민은 엄두도 못낼 가격이구요. 뺑소니로 죽은 일곱 살 어린이의 영혼이 중년 여성의 몸에 들어가는 식입니다. 이외에도 어이없고 다소 코믹하기도 한 상황들이 연출되고요. 여기에 영혼을 다른 육체에 재투입하는 것이 불경하다고 믿는 가톨릭 무리들이 있고, 누명을 쓴 형사와 성매매 여성의 죽음이 있습니다. 무관해 보이는 이 단서들이 얽혀 거대한 사건의 토대와 진상이 됩니다. 그리고 미술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무드셀라와 그라운더(땅에 사는 미천한 계급) 배경의 대비는 블레이드 러너나 엘리시움 등의 영화보다도 뛰어나요.  


극 중에 나오는 심리치료도 눈여겨볼만한 부분입니다. 자기방어훈련이 나와요. 미움을 안고 사는 건 물론 힘든 일이지만 두려움을 품은 채 살기는 더 지난한 일입니다. <러브, 데스, 로봇>의 굿 헌팅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조엘 킨나만의 매력은 어휴, 촉촉한 큰 눈을 깜박이며 강아지 표정을 할 때면 오구오구 쓰다듬어주고 싶. ㅠㅠ 윌윤 리도 좋아요. 시즌2에서는 앤소니 매키보다 윌윤 리가 더 돋보일 정도에요. 다시 시즌1으로 돌아오자면, 악당들도 상당히 좋습니다. 중간급에서부터 최종 보스에 이르기까지요. 원작에서 몇몇 설정을 바꿨다고 알고 있는데 잘 바꾼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시즌1에 비해 시즌2의 음모와 미스터리는 너무 헐겁습니다. 단서 읽어내기에 약한 저같은 사람조차 반전을 눈치챌 정도니까요. 또, 시즌1은 지구, 시즌2는 식민행성이 배경인데 보호국과 식민행성 간의 긴장 관계가 너무 성의없는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어요. 비슷한 설정을 보여주기로는 익스팬스 쪽이 훨씬 나았죠. 스타트렉에도 나왔던 아그다슐루가 우주 정치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거든요. 근데 이 시리즈는 (SF뿐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도) 하드해서 진도를 더 못나갔단 건 함정. 


하드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익스팬스의 경우 묘사가 하도 사실적이고 촘촘해서 숨막히는 느낌도 없잖아요(거기다 이것도 시즌1은 주인공 캐릭터도 그렇고 느와르 풍이죠). 가볍게 보기 어려운 시리즈입니다. 얼터드 카본도 마찬가지에요. 칙칙해야 한다는 사이버 펑크 룰 때문인지는 몰라도 코미디 터치를 조금은, 살짝, 더 얹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소한 아쉬움일 뿐이어요. 암튼 시즌2는 또 폼은 엄청나게 재면서 뻔한 서사를 가지고 더 장중한 척을. ㅠㅠ


사이버 펑크를 좋아한다는 유저분이 계시니 올모스트 휴먼 투척하고 이만 갑니다. 시즌1로 종결돼서 아쉬운 옛날 미드이지만 따스한 분위기의 사이버 펑크물로 결말은 나름 깔끔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 고통은 끝이 날거고 코로나는 언젠가 지나갈 겁니다. 손 잘 씻고, 드라마라도 보면서 힘들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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