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남들이 다 혹평하는 영화를 나는 재미있게 본 경우에 왠지 진 것 같은 느낌이라는 그런 글이 올라왔었어요.

비슷하게 저는 제가 멋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내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을 경우, 왠지 모를 패배감(?)이 느껴져요.

컨택트는 테드 창의 원작 단편을 먼저 읽고, 비평가들과 그 외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하는 것을 알고 보러 갔는데

영화 내내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정한 거리감이 계속 유지되었고

끝내 저는 도대체 이 영화의 뭐가 그렇게 좋았다는 걸까...

이해하지 못했어요.


어제 밤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저녁 약속이 취소된 김에

그동안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올려만 놓고 너무 지루할 것 같아 계속 미뤄뒀던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를 봤어요.

영화는 제 예상과는 달리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쥴리엩)는 20년도 더 전에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봤을 때랑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놀랍더군요.

영화의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내용은 법정 수사 과정에서 왜 저런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을까 

전혀 사실적이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데 쥴리엩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하고, 바로 이혼을 신청해버리고, 쥴리엩이 15년 동안 수감되어 있는 동안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은 전남편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컨택트가 생각났습니다.

에이미 애덤스(루이즈)의 선택에 대해 남편인 제레미 레즈너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죠.

이혼을 하고 에이미 애덤스를 떠나버립니다. 

그렇게 작은 고리로 두 영화가 연결이 되고 나니

점차 더 많은 연결 고리가 보이더군요.

그런 선택을 했어야 할 어머니의 심정.

루이즈의 선택, 그리고 쥴리엩의 선택.

아직 완전히 뚜렷하지는 않지만, 컨택트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크게 다가왔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쥴리엩과 같은 캐릭터라면 컨택트와 같은 상황에 놓여졌을 때 어떤 선택을 했을지...

왠지 쥴리엩이라면 루이즈와 같은 선택은 내리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쥴리엩과 루이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둘 다 깊고 크지만,

둘이 내리는 선택은 반대 지점에 놓여있어요.


어쨌든 컨택트는 이 영화 자체로서는 저에게 의미가 없었지만, 

다른 영화와 나란이 놓여 비교되니 비로소 저에게 그 의미가 부여되었어요.

영화라는 것이 상당히 유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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